M은 런던 시내 요지에 금싸라기 땅을 ‘어떤 건물도 없이 오픈 스테이트로 잘 정돈되고 조경이 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헐값으로 구입하였다. 그 후에 M이 땅에 건축하려니까, 주변 토지 소유자들이 건축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누가 녹지와 공원이 많은 쾌적한 환경을 마다하랴만, 영국에 오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런던의 많은 녹지공간과 공원을 부러워한다. 모두 다 원하는 바인데도 런던만큼, 녹지공간이 잘 보전된 나라가 드물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천루가 주거용 건물로도 즐비한 나라들은, 용적율과 토지이용도를 감안하면 대개 저층 건물이 대부분인 영국보다 훨씬 더 많이 녹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과연,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유권이 절대적인 권리인 우리 나라와는 다르게, 영국은 모든 토지의 절대적인 소유권이 왕에게만 있고, 전체 국민들은 그 토지의 사용권(프리홀드냐 리스홀드냐에 따라 사용기간의 차이가 있지만)만 가진다. 더구나, 이러한 체제하에서도 특별한 제도적 혼란없이 천년을 지내왔다. 그러다 보니, 현실 생활에서도 소유보다 이용이 훨씬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이러한 사용권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인지 모르지만, 거래전 서치를 하다보면, 오지랖 넓게 자기 토지를 팔면서 “이 토지는 녹지 공간으로만 사용이 가능하고, 건축물은 지을 수 없다”든지, “이 땅에 건축이나 개축을 하려면, 관할 교회 교구장에게 수수료를 내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조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토지 사용에 대한 의무나 금지 또는 제한을 조건으로 붙인 것을 코브넌트(Covenant)라고 한다. 이는 토지에 첨부된 비점유적 권리인데, 인접한 토지 소유주간에 해당 토지의 사용과 관련하여 어떤 행위를 하기로 약속하거나(긍정적 코브넌트), 어떤 행위를 못하도록 약속하는(제한적 코브넌트) 합의의 한 형태이다. 예를 들자면, 펜스를 치기로 한 약속은 긍적적 코브넌트인 반면, 상업용 목적의 개발을 못하도록 한 약속은 제한적 코브넌트이다.
모든 코브넌트는 양면성, 즉, 부담과 이득의 모습을 띄고 있다. 부담은 약속한 사람(Covenantor)의 약속 이행의 의무이고, 이득은 약속받은 사람(Covenantee)의 약속을 이행시킬 수 있는 권리이다. 이러한 코브넌트들은 토지에 함께 이전된다. 즉, 후속 토지 소유자나 인수자들은 코브넌트를 강제할 수 있거나 또는 이 코브넌트에 부담을 제공하야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토지가 이러한 코브넌트가 다 적용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코브넌트가 토지 소유권의 이전에 따라 후속 소유자에게 이전되려면, 몇가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가장, 특기할 만한 사항은 영국은 헌법조차 불문법으로 구성된 부분이 있는 나라인데, 코브넌트만은 엄격한 요건을 갖춘 서면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이에 더해, 당초 합의자들이 후속인수자들이 이 약속에 구속되기를 의도했어야 하고, 후속 매수자는 매수 당시에 코브넌트의 존재에 대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한다. 그리고 코브넌트가 코브넌티의 토지의 이용이나 향유에 관련이 있어야 하는 등의 조건들이 있다.
위의 M 케이스는 영국 부동산 법에 나오는 대표적인 케이스 중의 하나인데, 결국 M은 High Court Injunction에 의해 레스터 스퀘어의 금싸라기 땅에 건축을 못하게 되었다. 물론, M 개인적으로는 재산권 행사가 제약되었으나, 이런 코브넌트 제도가 없었다면, 영국의 그 수많은 공원이나, 주말이면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산 인해를 이루는 레스터 스퀘어가 있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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