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박치원의 건축컬럼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박치원의 건축컬럼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1년 12월 14일 수요일

(17) 도시 속 복고풍 장식물 같은 노팅험 아트 갤러리

세기를 거슬러 떠나보는 유로 건축 여행 20
(17) 도시 속 복고풍 장식물 같은 노팅험 아트 갤러리
10년 전 월살 아트 갤러리 (Walsall Art Gallery)로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 영국의
카루소세인트 존스 (Caruso St John) 설계 사무실은 지난 2009년 영국 중부 노팅험 (Nottingham)
이라는 지역에 오픈한 현대미술 갤러리로 재활하며 또 한번의 왕성한 건축활동을 예고했다.
갤러리가 지어진 땅은 본래 산업용지의 땅이었다. 이 부지 너머 언덕위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세기에 지어진 영국 전형의 잘생긴 조적건물들이 자리를 틀고있다.

013.jpg  

갤러리의 전체적의 볼륨은 주변 건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단지 갤러리 파사드의 금빛과 빛 바랜
녹색이 배경의 적색 벽돌과 대조를 이루며 눈에 띌 뿐이다. 비슷한 시기에 로마에 오픈한 자하하디드의
맥시 (Maxxi) 갤러리의 율동적이면서도 긴장감을 주는 선들과 비교하면 노팅험 갤러리는 오히려
둔탁하며 정적이다. 멀리서 보면 별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갤러리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이런 실망감은 서서히 호기심으로 둔갑하고 갤러리 입면의
프리캐스트 패널에 새겨진 텍스처가 불과 몇 미터 내의 시선에 들어오는 순간 그 섬세함에 감탄대신
조용한 침묵만이 흐르게 된다. 그물모양의 레이스가 물결모양의 11미터 각 패널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것이다. 평소 그들의 건축작업에 남다른 예술적 감성을 표현해오던 카루소 세인트 존스는 산업
혁명이래로 노팅험의 큰 자랑거리이자 명물이 된 망사모양의 레이스를 건물 파사드에 새겨 넣는 실험을
감행했다.

004.jpg.jpg  

그 들은 또한 대지가 지닌 역사적 문맥도 중요시 생각하는데 한때는 철길이 지나가던 산업용지였던
갤러리 대지를 염두에 두어선가 언뜻 스치는 전체적인 건축물의 첫 인상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마치 산업설비용품처럼 정교하고 내구성이 강한 듯하지만 자하의 맥시 갤러리처럼 매끄럽고 초현대식
같은 느낌은 오질 않는다. 오히려 복고풍 장식 같다.
현대 건축을 Speed-read architecture 라고 표현한다면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대건축
앞에 대부분의라는 단어가 놓인다면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오늘날의 건축물들은 언뜻 보기에 좋아야 한다. 게다가 흔히 얘기하는 “Wow factor” 와우
라는 함성이라도 나온다면 최고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필자를 포함해 많은 젊은 건축가
들이 유혹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반면 노팅험 갤러리는 천천히 시간을 갖고 훑어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High-resolution
architecture 말하자면 고해상도의 건축물이다. 사진에선 안 보이지만 갤러리 지붕에 설치된 132개의
피라미드 모양의 천창들 또한 갤러리 내부의 섬세한 디테일과 어우러져 방문객들의 시선을 자극하고 있다.

 002.jpg  

노팅험갤러리는 매년 200,000명의 방문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총 방문객수를 생각
한다면 그 수를 십만명가량 더 추가해도 크게 지장이 없을 듯 하다
. 발전소 건물을 현대 미술관으로
바꿔버린 테이트 모던 디렉터 니콜라스 세로타
(Nicholas Serota)는 최근 이 갤러리를 방문한 후
유럽에서 가본 몇 안 되는 최고의 갤러리 중 하나라고 극찬을 했다
.
그리고 필자가 여기에 한 술 더 얹어볼까 한다. 나는 우리네 인생을 닮은 듯한 혹은 사람냄새가 나는
듯한 건축물을 좋아한다
. 노팅험 갤러리는 분명 그 중 하나라고..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대표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www.smalandpartners.com
cpark@smalandpartners.com

2011년 12월 7일 수요일

(16) 삽화로 그려졌던 요상한 건물이 MVRDV에 의해 한 나라를 상징하는 파빌리언으로

세기를 거슬러 떠나보는 유로 건축 여행 20
(16) 삽화로 그려졌던 요상한 건물이 MVRDV에 의해 한 나라를 상징하는 파빌리언으로

네델란드 건축가 그룹 MVRDV는 지난 2000년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세계무역박람회에 그들의
상상력을 총동원해 설계한 파빌리언을 선보였다
. 마치 1909“Life” 라는 잡지에 삽화로 소개된
바있는 네델란드의 랜드스케이프를 겹겹이 쌓아 놓은 것처럼 생긴 이 네델란드 파빌리언을 두고
작가이자 논평가인 요스 보스만
(Jos Bosman)우리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실현 가능한지를 보여준
훌륭한 예
라고 극찬한 바있다. 어떤 혹자는 지난 세월을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파빌리언이라고 까지
평하기도 했다
.
물론 또 다른 혹자는 박람회에 임시로 설치된 파빌리언이었으니 가능할 디자인이었다는 등의
혹평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네델란드의 아른다운 산과 들을 그대로 옮겨 와 겹겹이 쌓아 올린 듯한
이 파빌리언은 가히 네델란드를 상징하는 파빌리언이라 칭하고도 남을 듯하다
.
 
                                                  
층층이 쌓아 올려진 랜드스케이프 사이 사이는 방문객들을 매료시킬 공간과 이벤트들로 가득하다.
전체적으로 자칫 약간 지루하다 싶을 수도 있을 동선은
6개의 각 층에 조성된 특이한 구조물들과
공간들과 함께 흥미진진한 여정으로 탈바꿈됐다
. 주 출입구는 지상 1층에 있지만 방문객들의 실질적인
여정은 지붕 꼭대기에서 시작된다
. 방문객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독일 렌드스케이프를 지나 바로
연못이 있는 확 터진 들판에 도착하는데 이 층의 역할은 여기부터가 네델란드 땅임을 알리는 것이다
.
꼭대기에 설치된 현대식 풍차와 이 곳에서 부터 아래층으로 흘러내리는 연못은 네델란드의 전형적인
랜드스케이프의 상징이다
. 물커텐 (Water curtain)을 보고 만지며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들은 순간
물커텐에 둘러 싸이게 되며 수생의 이국적인 서식지에 와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 하지만 이런
착각도 잠시 방문객들은 다음 레벨인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은 숲에 도달하게 된다
.
 

그리고 이 레벨의 여분의 물은 다시 펌프를 이용해 꼭대기층으로 돌려 보내진다. 이렇게 위 3개층은 모두
물로 연결되는 층들이다
.
그 바로 아래층은 전체 구조를 담당하는 구조층으로 위 층들을 안전하게 떠 받들고 있고 또 그 다음층은
네델란드의 수출무역에 큰 일조를 담당하고 있는 꽃들로 가득하다
. 마지막으로 맨 아래 두 층은 콘크리트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조성된 랜드스케이프로서 자연을 만낏했던 방문객들은 이 곳에서 인간의 개입으로
연루된 도시적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

 

2000년 하노버 엑스포 네델란드 파빌리언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에코 시스템 (Eco system)
이용한 설계로 당시 많은 이들의 관심과 함께 사랑을 독차지 하기도했다. 예를 들어 바이오메스를
이용한 에너지 제공은 물론 바람을 이용한 에너지 재생으로 파빌리언에 전기를 공급했고 지하에
있는 물을 이용해 각층에 시원한 공기를 공급했다.
이렇듯 근래 부쩍 관심사가 증폭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의 재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거주 공간이 아닌 엑스포 파빌리언이라는 이유때문인가 전체에서 다가오는 추상적인 느낌은
부정할 수 없다
. 하지만 네델란드를 상징하는 자연을 소재로 파빌리언을 계획했고 더욱이 그
컨셉을 각 종 재료들을 이용해 멋지게 실현시킨
MVRDV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 그대로에서 서서히 인공적 공간들의 체험을 프로그램한 것 또한 자연사적인 관점에서
흥미로운 전개라고 할 수있다
.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디렉터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www.smalandpartners.com
cpark@smalandpartners.com

2011년 11월 16일 수요일

세기를 거슬러 훑어보는 유로 건축 20선 마치 물결치듯 보이는 테네리페 아트 센터(15)

2008년 스페인 테네리페 (Tenerife)섬에 지어진 TEA (Tenerife Espacio de las Artes) 라는
아트 센터는 런던의 테이트모던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 헤르족 드 뮤론 (Herzog De Meuron) 에
의해 장장 20년 넘게 진행된 프로젝트다. 말이 20년이지 빠르게는10년이면 도시 하나쯤이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는 요즘 감히 갤러리 프로젝트 하나로 20년이라.. 솔직히 지긋지긋했겠다는 동정심까지 든다.


espacio artes exterior.jpg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되었던 1999년 당시만 해도 헤르족 드 뮤론은 스킨 디자인을 그 어떤 디자인요소
보다도 중요시 여긴 때였다. 테네리페 아트 센터 파사드는 바다의 물결 이미지를 컴퓨터의 픽셀 작업을
통해 만들어 냈다. 무심코 그려진 듯 보이는 수도 없이 천공된 콘크리트벽 부분 부분에 고정 유리 창문을
설치해서 뻘건 대낮엔 유리 창문들이 빛에 반사되며 그리고 밤엔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조명 빛에 찰랑찰랑
물결 치듯 보인다. 이들 창문의 수는 1200개나 되고 720개의 다른 모양으로 제작되었다. 센터 대지가
바란코 (Barranco)강에 면하고 있고 그 강은 바다에 이르는 자연 순리를 생각한다면 입면 디자인의 의도가
조금은 이해가 간다.



espacio artes interior.jpg


삼각형으로 각진 지붕 모양과 천정은 주변 풍경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갤러리가 "사회적
경관" (Social Landscape)을 자극하기를 바라는 건축주와 건축가 모두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 센터의 또 하나의 특징은 사방 어디에서든 진입이 가능한데 이런 배려도 아마 사회적 공공시설로서의
역할을 위한 조치일 것이다. 어느 방향에서든 출입이 가능하다는 말은 자칫 교차로처럼 인식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추구하려는 궁극적인 목표가 정말 모든 이들을 위한 "Crossroad" 혹은 잠시 들러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spacio artes inteiror2.jpg

두 개 층으로 구성된 전체 면적 20000m2 은 각각 현지 출신인 초현실주의아티스트 오스카르 도밍게즈
(Oscar Dominguez)의 이름을 딴 아트 갤러리, 사진 촬영 센터 그리고 공공 도서관으로 나뉜다.



tenerife.jpg


전체 건물의 형태를 결정짓는 데는 뜰 혹은 중정이 큰 역할을 했다. 도서관의 독서열람실을 관통하는 퍼블릭
광장의 전체 벽면은 유리로 처리해 안과 밖의 연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실내에 충분한 빛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늘고 긴 중정들이 만들어 내는 조망과 빛은 건물 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테네리페
센터의 중정들은 주변의 이웃 건물들과의 연계성도 고려해 디자인되었다. 예를 들어 전에는 병원이었다
자연사박물관으로 바뀐 옆 건물과의 직접적인 연결을 고려해 건물측면에도 삼각형으로 긴 중정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런 가늘고 긴 중정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건물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조각조각 나누어 졌고
그래서 두절된 동선을 다시 부드럽게 잇기는 쉽지 않았을 듯하다는 걱정도 앞선다.
처음부터 각기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어우러지는 "사회적 경관"으로서의 공공 시설을 목표로 했고
또 도시의 옛 것과 현대 도시의 새로운 문화공간을 부드럽게 연계시키려는 그들의 실험이 그래서 부디
성공했기를 기원한다.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대표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튜터
www.smalandpartners.com
cpark@smalandpartners.com

2011년 11월 2일 수요일

세기를 거슬러 떠나보는 유로 건축 여행 20선- (14) 이라크 출신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와 볼프스부르크 과학센터

동대문 운동장이 일제 강점기에 건설되었다는 이유에서일까 몇 년 전 그 곳에서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노점상들과 함께 온데간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세계적 수준의 복합문화
메카 건설이라는 키치아래 대한민국 서울시 동대문구 동대문운동장이라는 역사적, 지형적 컨텍스트는 
무모하리만큼 우리의 기억속에서 서서히 지워져 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건설은 여하튼 내년 완공을 목표로 지금 이 시간에도 한창 진행중인데 초청건축가
형식으로 치뤄졌던 공모전에서 현재의 디자인안을 제출하고 1등을 거머쥔 건축가는 다름아닌 자하 
하디드 (Zaha Hadid) 였다. 그는 지난 해 수상한 일본의 여성 건축가 가즈요 세지마 (Kazuyo Sejima)를 
제외하곤 7년 전 이미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 프라이즈 (Pritzker Prize)를 받은 유일한 여성 건축가였다.

그의 건축에서 흔히 보여지는 부드럽지만 역동적인 선들의 조합, 혹자는 이런 그의 건축을 매혹적인 
미래버전의 건축이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프리츠커상 수상의 기쁨이 채 가시지도 않은 이듬해 2005년 자하는 독일 복스바겐의 본고장 볼프스
부르크 (Wolfsburg) 에 과학센터를 완공하고 2006년 그로 인해 스털링 (Stirling) 프라이즈와 미스반
데로에(Mies van der Rohe) 상 등 여러개의 굵직굵직한 상들의 수상후보에 오른다.

 

실내와 실외 모두 콘크리트로 건설된 볼프스부르크 과학센터는 커다란 콘 모양의 기둥들로 떠 받혀져 그 아래로 보행자들이 자유롭게 건물에 진입할 수도 혹은 그냥 지나칠 수 있도록 랜드스케이프조차 콘크리트로 조성했다. 크기가 다른 이 8개의 콘형태의 기둥들은 물론 구조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안은 계단실, 혹은 책방이기도 하고 때로는 건물 상부에 공급할 서비스 공간이기도 하다. 그 중 가장 큰 기둥이 바로 센터의 주 입구이다.


왜 콘크리트를 사용하는가의 질문에 자하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하다. “나는 단지 구조를 위해서가
아닌 건물 전체에 콘크리트를사용할 수 있어 콘크리트를 좋아하고 이 재료를 선택하게 되는 주된 이유이다.
물론 거기에 창문디테일을 덧붙이고 색도 첨가하지만 실질적으로 건물은 이미 완성된다.”  

앞서 서술한바와 같이 자하의 건축물은 대부분 역동적인 곡선의 조합이다. 때론 여성 보디 빌더의 
근육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하는 그래서 콘크리트를 즐겨 사용했을 것이다. 섬세하면서도 거친 
근육질을 표현하기에는 어떤 형태로도 제작가능한 콘크리트라는 재료만큼 적절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도 마찬가지지만 그의 건축에선 우리가 흔히 운운하는 건축적 도시적 맥락에서의 
해석은 무의미하다.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여성 건축가라는 그의 세계적 명성이 이미 건축이전의 보증
수표로 통하고 있는 이상 박식한 자의 비평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공허한 외침으로 와 
닿을 것이다. 아마도 그의 보증수표가 또한 정규교육을 받고 도시와 건축을 온갖 맥락안에서 이해하며 
작업을 해오던 공모전 심사단들의 뇌기능까지 마비시키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해본다.

수천억원의 건설비용을 집어 삼키고 있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완공되는 내년 과연 시민들은 그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또 어떻게 평가를 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디렉터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www.smalandpartners.com
cpark@smaland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