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5일 화요일

유럽의회 로비스트 양성소?

European-parliament-Brussels.jpg 유럽의회 로비스트 양성소?
로비회사 위해 법 변경해주겠다는 의원들 잇따라 사임
로비 견제 대책 필요

영국의 선데이타임스(The Sunday Times ST)는 지난달 20일자 기사에서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EP)가 로비스트들의 아성임을 보여주는 기사를 게재했다. ST 기자와 관계자들이 로비회사라고 거짓 명함을 주고 에른스트 슈트라서 의원(Ernst Strasser, 오스트리아 인민당, 2000~2004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에게 투자회사들의 투자자 보상관련 법안에서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슈트라서 의원은 “이미 기업을 위해 이런 로비를 해줬다. 이러한 기업들은 일년에 약 10만 유로 - 우리 돈으로 약 1억 4천만 원 -를 자신에게 로비 대가로 지불했다. 나는 로비스트이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기자들은 그의 이런 발언을 몰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 기사가 나가고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은 슈트라서 의원은 사임했다. 또 다른 의원도 의원직을 내놨다. 이 의원 외에 다수의 의원들이 기업이나 로비회사들의 대가를 받고 법을 변경해 주었다는 의혹을 ST는 제기했다. 이 문제는 의원들의 사임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되고 있다.

누가 유럽의회의 비리를 조사하나?
유럽연합(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 산하 반부패처(The European Anti-Fraud Office, 불어의 이 기구 두문자를 따 보통 OLAF라고 불림) 직원들이 문제가 된 유럽의회 사무실을 조사하기 위해 브뤼셀 유럽의회 사무처를 3.23.일 방문했다. 그러나 이 조사단은 유럽의회에 들어갈 수 없었다. 유럽의회가 의원 비리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OLAF는 EU 예산의 유용 등을 조사하는 권한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OLAF는 집행위원회 소속이지만 독립된 기구이고 EU 기관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것이 임무라며 조사를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러는 가운데 시간은 벌써 훌쩍 지나가 버렸다.
유럽의회와 OLAF의 논쟁은 얼핏 보면 조사의 범위와 주체에 관한 것이지만 좀 더 이면을 들여다 보면 두 기관의 권력투쟁이다. 즉 유럽의회는 EU 27개 회원국 유권자들이 직접 뽑은 의원들이다. 그동안 통합과정에서 점차 권한을 확대해왔고 이 과정에서 로비스트들의 집중 타겟이 되었다. 보통 법안 및 정책제안 독점권을 보유한 집행위원회가 법안을 제안하면 각료이사회(회원국 장관들의 모임으로 입법기구)와 유럽의회가 의견 조율을 통해 법을 만든다. 그런데 회원국 시민들이 직선한 기구도 아니고 관료주의 병폐로 자주 비판을 받는 집행위원회가 유럽의회 의원을 조사한다니!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고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심보다.
유럽의회는 우선 자체 조사를 한 후 비리가 발견되면 의원 본국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이런 비리를 조사할 기관이 없기 때문에 회원국 수사기관이 비리를 수사해야 한다는 것. 문제는 회원국의 법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로비의 대가로 돈을 받아 공직남용이나 부정부패를 저질렀지만 판결이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들 들면 어떤 의원은 벌금 얼마를 받았는데, 누구는 기소되지도 않고...이렇다면 문제가 커진다. 통합의 진전으로 많은 경우 유럽차원에서 정책이 결정되는데 아직도 유럽차원의 부정부패 수사기관조차 없다니?
일부는 범죄를 저지른 장소가 브뤼셀이니 벨기에 법을 준용하면 된다는주장도 있다. 범죄 장소에서 수사한다면 그 이후의 기소는 누가하나?라는 문제가 또 제기된다.

로비스트 양성화 되었지만 실효성은 부족
이번 선데이 타임스의 함정 보도에는 모두 4명의 유럽의회 거물급 인원들이 걸려들었다. 슈트라서 의원 이외에 아드리안 세베린(전 루마니아 부총리), 조란 탈러(전 슬로베니아 외무장관) 등이다. 이들은 슈트라서 의원과 비슷하게 돈을 받으면 원하는 대로 법안을 변경해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탈러 의원도 퇴진 압박을 받은 후 사임했다.
유럽의회 권한이 커지면서 유럽의회는 로비스트들이 자주 찾는 기관이 되었다. 지난해의 경우 4천7백명이 넘는 로비스트들이 유럽의회에 등록을 했고 출입증을 요청했다. 로비스트 등록의 경우 자율적이라 등록을 않고 방문요청을 하고 의원들을 만나도 된다. 로비스트 등록 의무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의회 의원들도 의원직 이외에 다른 기관에 관여하고 있으면(겸직이 아닌 명예직이나 지분투자)이를 공표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스캔들에서 알 수 있듯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누가 의회를 견제하나? 혹은 누가 감시기관을 감시하나의 문제다.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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