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5일 화요일

[오토칼럼 15] ‘아우토반이 만든 독일차의 특징’

자동차는 그것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환경과 문화에 의해 그 특색이 지어진다. 땅이 넓고 많이 달려야 하는, 그러면서도 기름값 저렴했던 미국의 자동차들은 크고 넓고 그리고 무거웠다. 반면 좁은 길을 달려야 하는 유럽은 작은 차들이 주된 소비의 대상이었다. 거기에 아기자기한 옵션에 전자적 장치들로 무장한 일본차들은 일본만의 특징을 갖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다른 유럽국들과는 다른 길을 갔던 독일자동차 산업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아우토반이 만들어낸 자동차문화인 것이다. 
흔히 독일차는 핸들이 무겁다고들 한다. 이렇게 묵직한 핸들이 기본적인 독일차의 특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고속으로 달려야 하는 아우토반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속도 제한이 훨씬 많아졌지만 여전히 부분적으로 무제한으로 달릴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이런 곳에서 자동차들은 200km/h 이상의 속도를 내며 달려 나간다. 이럴 때 자칫 핸들이 가볍기라도 해 쉽게 돌아간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무겁게 또는 가볍게 바뀌기는 하지만 예전엔 기본적으로 핸들을 무겁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핸들이 무거워진다는 것은 타이어와 노면과의 접지력이 높아진다는 것이고 이는 고속주행에서 직진성을 높여주게 되는 것인데 핸들이 무겁다고 해서 핸들링 즉, 차량을 컨트롤하는 능력까지 무거워지고 둔감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무겁지만 날카로운 조향성을 발휘하는 독일차의 특징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많이들 하는 얘기 중 독일차들은 승차감이 비교적 딱딱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단단한 느낌의 승차감을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게 서스펜션(현가장치)인데, 이 서스펜션은 정숙성과 안전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숙성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고속주행에서의 안전성에 약점이 발생한다. 결국 아우토반에서 빠른 속력을 낼 수 있기 위해서는 말랑말랑한 현가장치 보다는 다소 단단하지만 안정적인 조율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독일은 아우토반이 넓고도 길게 분포되어 있다. 따라서 이 도로를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차량은 전반적으로 주행거리가 긴 편이다. 보통 1년에 15,000km 정도 전후로 달리는 것을 이야기하지만 독일의 상당수는 그 이상을 가볍게 뛰어넘기 일쑤다. 이렇다 보니 차량의 내구성이 약해서는 아우토반을 달려대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고, 결국 엔진부터 시작해 기계적인 부분들은 모두 단단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우토반에서의 고속주행은 필연적으로 뛰어난 제동능력을 갖춘 브레이크 성능을 요구하게 된다. 시속 300km/h의 속도로 달리던 포르쉐가 브레이크가 약하다고 상상해보라. 아우토반에서의 질주는 반드시 안정적이고 뛰어난 제동력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브레이크는 각 종 레이스를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부분도 맞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 발전은 아우토반이라는 공공도로에서 제대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마냥 달릴 수 있던 아우토반도 환경이라는 새로운 화두와 안전이라는 이유로 인해 지금은 60% 이상 제한이 있는 도로로 바뀌고 말았다. 고속도로 주변이 대부분 자연이라는 점 때문에도 환경론자들은 자동차들의 고속화를 반대했던 것인데 이런 시대적 요구에 따라 아우토반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 도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아우토반이 만들어낸 독일 자동차 그들만의 특징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로저널 이완 자동차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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