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룩 이야기’
어느 사이엔가 패밀리룩이라는 표현은 자동차 전문용어가 되어 버렸다. 패밀리룩이라는 것은 쉽게 얘기해 그 자동차 메이커만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적 특징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BMW를 보자. 가장 작은 급인 1시리즈부터 가장 큰 7시리즈까지 모두 일정한 디자인적 패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키드니 그릴로 불리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언제부턴가 BMW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호프마이스터킥이나 듀얼 헤드램프 등도 그들의 특징을 유지해주는 자기만의 색깔을 담고 있다.
아우디의 경우 이런 디자인적 특징이 더 심해 흔히 쌍둥이룩이라 불릴 정도로 모델간의 변별점이 없다. 벤츠, VW, 포르쉐 어떤 메이커 하나 빠짐이 없이 그들만의 디자인적 특징을 확실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 독일 차들이다. 프랑스 푸조나 스웨덴 볼보, 미국의 쉐보레도 모델별로 디자인에선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비해 아시아 메이커들은 그동안 시장에 따른, 그리고 모델별로 개별적 디자인을 적용하고 또 그 것을 선호했다. 토요타도 모델간의 디자인의 차이는 유럽의 패밀리룩 보다는 한결 많았고 현대차나 기아도 얼마 전까지 모델별로 디자인이 거의 다를 정도로 패밀리룩과는 일정 거리를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하는 디자인 정책에 따라 패밀리룩을 전격 수용한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을 과감히 단행했다. 피터 슈라이어는 누구보다 기아차만의 특징을 만들기 원했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였던 셈이다. 그가 이뤄낸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직선화 단순화였고, 언론에 의해 이름 붙여진 호랑이코(라디에이터 그릴)는 기아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시키게 된다. 이를 통해 누가 봐도 기아차는 기아차만의 색깔을 갖게 된 것이다.
다소 논란이 있지만 현대차 역시 그들만의 디자인적 특징을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 유려한 역동성)라는 것을 통해 구현해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YF 쏘나타와 신형 아반떼라 할 수 있는데, 현대차와 기아는 패밀리룩의 접근 방법에서 다소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기아의 모델들 경우 북미형이나 유럽형 모두에서 일관된 형태를 띠고 있지만 현대차는 북미나 중국, 그리고 유럽 등, 지역에 따라 디자인은 물론 판매 모델까지도 구별을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형 모델들에는 플루이딕 스컬프쳐를, 유럽형에는 헥사고날 그릴로 대표되는 이원화 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패밀리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탓인지 요즘 내부적으로 새로운 패밀리룩을 디자인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한국 일각에서 이런 패밀리룩 정책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굳이 헷갈리게 비슷한 디자인으로 가는 이유가 뭔가?’ 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하지만 세계시장을 상대로 자동차를 팔아야 하는 글로벌 메이커에게 있어 패밀리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패밀리룩 정책이 필요한 걸까? 현대차 유럽디자인총괄을 맞고 있는 토마스 뷔르클레(Thomas Burkle) 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BMW를 떠나 현대차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새로운 도전의식 즉, 현대차의 자기정체성 확립이라는 큰 프로젝트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70%의 차들이 현대 아니면 기아차들이죠. 그래서 예전엔 모델을 구분하는 디자인이 우선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어디 그런가요? 자동차 메이커며 종류가 정말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리에서 디자인으로 자동차 메이커를 쉽게 알아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수많은 자동차들 속에서 한 눈에 A회사, B 메이커의 차임을 알아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디자인 정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메이커의 가치도 높일 수 있고, 마케팅에서도 한결 수월해진다는 장점까지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선 안되는 것이 있다. 일관된 디자인으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되, 얼마나 수준 높은 디자인이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대중의 환호를 받지 못한 패밀리룩을 다시 새롭게 확립하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지는 자동차 메이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사이엔가 패밀리룩이라는 표현은 자동차 전문용어가 되어 버렸다. 패밀리룩이라는 것은 쉽게 얘기해 그 자동차 메이커만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적 특징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BMW를 보자. 가장 작은 급인 1시리즈부터 가장 큰 7시리즈까지 모두 일정한 디자인적 패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키드니 그릴로 불리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언제부턴가 BMW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호프마이스터킥이나 듀얼 헤드램프 등도 그들의 특징을 유지해주는 자기만의 색깔을 담고 있다.
아우디의 경우 이런 디자인적 특징이 더 심해 흔히 쌍둥이룩이라 불릴 정도로 모델간의 변별점이 없다. 벤츠, VW, 포르쉐 어떤 메이커 하나 빠짐이 없이 그들만의 디자인적 특징을 확실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 독일 차들이다. 프랑스 푸조나 스웨덴 볼보, 미국의 쉐보레도 모델별로 디자인에선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비해 아시아 메이커들은 그동안 시장에 따른, 그리고 모델별로 개별적 디자인을 적용하고 또 그 것을 선호했다. 토요타도 모델간의 디자인의 차이는 유럽의 패밀리룩 보다는 한결 많았고 현대차나 기아도 얼마 전까지 모델별로 디자인이 거의 다를 정도로 패밀리룩과는 일정 거리를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하는 디자인 정책에 따라 패밀리룩을 전격 수용한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을 과감히 단행했다. 피터 슈라이어는 누구보다 기아차만의 특징을 만들기 원했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였던 셈이다. 그가 이뤄낸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직선화 단순화였고, 언론에 의해 이름 붙여진 호랑이코(라디에이터 그릴)는 기아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시키게 된다. 이를 통해 누가 봐도 기아차는 기아차만의 색깔을 갖게 된 것이다.
다소 논란이 있지만 현대차 역시 그들만의 디자인적 특징을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 유려한 역동성)라는 것을 통해 구현해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YF 쏘나타와 신형 아반떼라 할 수 있는데, 현대차와 기아는 패밀리룩의 접근 방법에서 다소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기아의 모델들 경우 북미형이나 유럽형 모두에서 일관된 형태를 띠고 있지만 현대차는 북미나 중국, 그리고 유럽 등, 지역에 따라 디자인은 물론 판매 모델까지도 구별을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형 모델들에는 플루이딕 스컬프쳐를, 유럽형에는 헥사고날 그릴로 대표되는 이원화 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패밀리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탓인지 요즘 내부적으로 새로운 패밀리룩을 디자인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한국 일각에서 이런 패밀리룩 정책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굳이 헷갈리게 비슷한 디자인으로 가는 이유가 뭔가?’ 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하지만 세계시장을 상대로 자동차를 팔아야 하는 글로벌 메이커에게 있어 패밀리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패밀리룩 정책이 필요한 걸까? 현대차 유럽디자인총괄을 맞고 있는 토마스 뷔르클레(Thomas Burkle) 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BMW를 떠나 현대차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새로운 도전의식 즉, 현대차의 자기정체성 확립이라는 큰 프로젝트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70%의 차들이 현대 아니면 기아차들이죠. 그래서 예전엔 모델을 구분하는 디자인이 우선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어디 그런가요? 자동차 메이커며 종류가 정말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리에서 디자인으로 자동차 메이커를 쉽게 알아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수많은 자동차들 속에서 한 눈에 A회사, B 메이커의 차임을 알아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디자인 정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메이커의 가치도 높일 수 있고, 마케팅에서도 한결 수월해진다는 장점까지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선 안되는 것이 있다. 일관된 디자인으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되, 얼마나 수준 높은 디자인이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대중의 환호를 받지 못한 패밀리룩을 다시 새롭게 확립하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지는 자동차 메이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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