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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7일 금요일

은행(금융)동맹이 뭐길래


은행(금융)동맹이 뭐길래

단일 은행감독에 정리기금, 예금보장도 필요

6.28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유럽이사회(유럽연합 EU 회원국 국가수반들의 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은행(금융)동맹(banking union: BU)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유로존 경제위기 극복 방안의 하나로 제시되었는데 올라야 할 산이 많다.

단일 은행감독만 합의...
EU 27개 회원국은 상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자본과 노동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단일시장이다. 기업이나 개인 모두 비거주 회원국의 금융 상품을 마음대로 구매할 수 있다. 그리스 부자는 아테네의 한 은행에 예치해 둔 돈을 인출해 독일이나 영국 은행에 예금할 수 있다. 아무런 제한이 없다. 단일화폐 유로를 채택한 17개 유로존 회원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EU 회원국 금융기관들이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다른 회원국에서 영업을 하면서 위기 때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회원국에서 영업하는 대형 금융기관이 파산의 위험에 직면했다면 누가 이를 구제할 것인가? 금융기관의 모국 아니면 주재국? 경제분야는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정치는 아직도 국경선에 얽매어 있다.
스페인 금융기관이 심각한 자본부족에 시달리면서 스페인은 지난달 초 EU로부터 모두 1천억 유로(우리돈으로 약 140조원)의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유로존 17개국 가운데 최대의 경제대국이면서 이번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은 구제금융에 합의하면서 조건을 내걸었다. 유로존 차원의 단일 금융감독기구를 설립해야 구제금융과 함께 구제금융을 정부에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금융기관에 직접 빌려주겠다는 것. 1년 넘게 스페인 정부는 비상장 저축은행인 카야스(cajas) 등의 금융기관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었다.
독일 시민의 혈세를 다른 회원국 지원에 지출하는데 스페인 은행감독을 신뢰할 수 없으니 유로존이 회원국 모두의 은행을 감독해야 한다는 이유다. 경제 위기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온 유럽중앙은행(ECB)이 단일은행감독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단일은행감독 기관이 특정 회원국의 금융기관이 도산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다면 누가 이 은행을 정리하고 정리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유럽이사회는 10월까지 EU 집행위원회에 시급하게 은행동맹 완성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는 유로존 차원의 정리기금과 예금보장도 필요하다고 다시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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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의 금융기관 정리기금 및 예금보장도 필요...독일은 반대
단일 은행감독 기관이 특정 금융기관이 지불 불능의 상태에 빠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이를 정리하고 예금자들에게는 예금보장을 해주어야 한다. 현재는 유로존 회원국들이 이 분야에서 정책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위기로 이 권한까지 유로존 차원으로 이양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유로존처럼 단일 자본시장이고 이번 위기는 한 금융기관의 파산이 다른 회원국에게 도 큰 영향을 미치는 체제적 위기이기 때문에 단일 정리기금과 예금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나 정부가 긴축예산을 편성하고 복지를 삭감하는 상황에서 정리기금이나 예금보장에 사용할 돈이 거의 없다.
그러나 독일은 이럴 경우 자국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반대한다. 유로존의 항구적인 구제금융인 유럽안정기금(European Stability Mechanism: ESM)은 회원국들이 경제력 규모에 비례하여 자본금을 출연하는데 독일이 최대 출연국이다.
유로존 차원의 단일 정리기금을 설립할 경우 마찬가지로 회원국들이 출연해야 한다. 또 예금보장도 회원국 금융기관들이 부담해야 한다.
유로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계속해서 달러와 함께 기축통화의 하나로 기능하게 될 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회의적이다. 은행동맹은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재정통합을 앞당기는 첫 걸음이다.
독일은 정리기금과 예금보장을 유로존 차원으로 이양하는데 원칙은 공감하지만 비용 분담 가중을 싫어한다. 독일은 또 은행동맹이 흥청망청 돈을 써버린 그리스나 아일랜드, 스페인 같은 주변국 회원국들에게 계속해서 돈을 지원해주는 재정이양의 출발점이라고 여기고 있다.
지난달 유럽이사회는 모처럼 의미있는 합의를 이루었다고 평가 받았다. 그러나 이사회 직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가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른 것은 아직도 금융동맹의 성립 가능성 그리고 추후의 통합 진전에 대해 시장이 신뢰하자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해법은 제시가 되었지만 은행동맹이 설립되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안 병 억


2012년 6월 28일 목요일

독일, ‘유럽’을 버릴지 불확실


독일, ‘유럽’을 버릴지 불확실


유로존(단일화폐를 사용하는 유럽연합,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7개 회원국) 최대의 경제대국이자 유로존의 경제위기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수행해야 할 독일이 안팎으로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국내에서는 왜 허리 띠를 졸라매고 모은 돈을 그리스처럼 ‘게으른 국민’에게 주어야 하는가라고 시민들이 묻고 있다. 반면에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세계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등장한 유로존 경제위기의 조속한 해결을 독일에게 요구해 왔다.
이같은 대내외 압력속에서 과연 독일의 유로존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유럽통합 없이 오늘의 독일(통일전까지 서독)은 불가능
2차 대전 후 독일은 유럽 통합의 최대 수혜국으로 유럽 통합 없이 지금의 독일은 상상할 수 없다. 1, 2차 대전의 업보를 진 독일은 평화 교란자라는 역사적 낙인을 벗기 위해 유럽 통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다른 정책적 대안이 없었다. 통합이 민족국가의 정책권한(통상이나 단일화폐 등)을 유럽 차원으로 유럽집행위원회 등의 EU 기구가 단일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이었지만 독일은 느긋했다.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EU의 통상정책이나 경쟁정책, 유럽중앙은행(ECB)의 독립성이나 물가안정 등 많은 정책이 독일의 정책 선호도를 최대한 반영했다. 유럽 통합이 진전되어 회원국들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풀어 단일시장을 형성하면서 독일 경제는 번창했다.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독일은 EU 다른 회원국들과 교역을 늘리면서 수출 챔피언이 됐다. 지역블록을 형성하면 대개 블록 내 교역이 증가하기 때문인데 이 가운데서도 독일은 산업 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통합의 이득을 더 누릴 수 있었다.
EU 교역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던 독일 마르크를 포기한 것도 독일엔 경제적으로 이득이었다. 유로화가 없이 독일이 아직까지 마르크를 사용한다면 경기 침체기에 안전자산이 된 마르크화로 투자자들이 몰려 마르크가 달러 등 다른 통화에 비해 상당히 평가절상 되었을 것이다. 경제학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지금의 유로화 가치가 마르크화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보다 30% 정도 평가절하 되었다고 한다. 즉 수출 챔피언 독일은 유로화 가치가 마르크화 보다 꽤 낮아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이러한 경제적 이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통합에 따르는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정치적 이득이다. 유럽 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오면서 독일은 나치라는 씻을 수 없이 보였던 잔재를 청산할 수 있었고 국제사회에서 신뢰할만한 국가로 복귀했다. 독일이 ‘유럽’을 이끄는 핵심 국가중의 핵심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유럽 통합의 요인이 매우 크다.

여론과 헌법재판소의 역할...시간이 많지 않아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59%가 유럽 통합이 자국에 이득을 주었다고 대답해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가장 큰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에 독일인의 80%는 위기 해결책으로 거론된 유로존의 단일 채권인 유로본드 도입을 반대한다. 유로본드 도입은 독일이 다른 ‘주변국’의 부채를 떠맡은 것을 의미한다.
독일 정부의 입장을 보면 처음에는 유로본드 거론 자체를 거부하다 점차 도입에 필요한 선결조건을 요구하는 쪽으로 점진적으로 변했다. 각 국이 예산 감독권을 유럽차원으로 이양해야 하고 유럽은행감독기구(EBA)가 각 국의 금융기관 감독권도 유지해야 하며 예금보장도 해주어야 한다는 것 등이 단일 채권 도입의 선결조건이다. 또 현재 리스본조약이 구제금융 제공을 금지하고 있기에 조약 개정도 필요하다. 독일이 힘들게 쌓아올린 부를 다른 회원국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려 하는데 이를 유럽차원에서 통제할 수 없으면 지갑을 풀지 않겠다는 의미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유로본드 도입에 앞서 이런 선결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조금씩 내비쳤다. 민족국가 중심의, 자국이 중심이 되는 통합을 지지해온 프랑스가 과연 자국 예산을 EU 집행위원회의 감독을 받고 지출 삭감 지시를 받으면 따를 수 있을까?
또 하나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역할이다. 지난해 9월말 헌재는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 주변부 국가들에게 제공한 구제금융이 위헌이라는 제소를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헌재는 구제금융 제공이 유로존의 안정을 위해서 불가피한 정책이었지만 의회가 이런 정책결정에 긴밀하게 연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독일 정부는 EU 정상회의(정식명칭 유럽이사회)나 유로존 정상회의 직전에 항상 연방하원에 나가 이런 정책의 합의를 추진중이라고 보고해오고 있다. 긴급한 경제위기 상황이지만 시민의 혈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결정에 의회가 관여해야만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점점 악화되는 경제위기 상황은 시급한 해결책을 필요로 하지만 여론과 헌재의 입장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민주적 책임성과 정당성이 시급한 결정을 어렵게 한다
이제까지 유로존은 단기적인 해결책에 급급해 위기를 증폭시켰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동맹을 강화할 방법밖에 없는데 독일이 과연 늦지 않게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독일의 선결조건 요구를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다른 회원국들이 수용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을 듯하다. 독일이 유로존의 구원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그래서 아직도 안개속이다. 일단 타이밍을 놓쳐 경제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위기 극복도 매우 어렵게 된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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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1일 금요일

아시아에는 왜 장 모네(Jean Monnet)가 없을까?


아시아에는 왜 장 모네(Jean Monnet)가 없을까?

5월 9일은 유럽의 날, 유로존 위기 속에서 모네같은 비전의 인물 필요


“사람 없이는 아무 것도 가능하지 않고 제도 없이는 아무 것도 지속될 수 없다.” (유럽통합의 아버지 장 모네)

5월 9일은 유럽의 날(Europe Day)이다. 1950년 당시 프랑스의 외무장관 로베르 슈망(Robert Schuman)은 이 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골자는 석탄과 철강이라는 전략 물자를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 관리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는 슈망선언이라고 알려진 이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세기에 걸친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려면 전략 물자인 석탄과 철강을 공동으로 관리하여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망 장관은 참여를 희망하는 다른 회원국들도 이 계획에 참여할 수 있다고 문호를 열어 놓았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베네룩스 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이 참여해 협상을 벌여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ECSC)를 창설하는 파리조약에 서명했다. 이 조약은 1952년 비준이 완료되어 이듬해부터 ECSC의 행정부라 할 수 있는 고위기구(High Authority)가 활동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슈망선언을 작성하고 통합의 물꼬를 튼 인물이 장 모네다. 모네는 ‘유럽통합의 아버지’라 불린다.

비전의 인물이지만 정치가도 관료도 아니었던 자유인 모네
모네는 다양한 경력의 인물이지만 직업으로 보면 정치가나 관료도 아니었다. 그는 1888년 코냑(Cognac)으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의 코냑 지방 출신으로 코냑 장사도 했고 국제연맹의 고위 관료를 역임한 후, 1차 대전 그리고 2차대전 당시 프랑스의 군수물자 확보를 위해 미국에 오랫동안 체류했다.
2차 대전이 종결된 후 파리로 돌아온 그는 1946년부터 프랑스 현대화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총리 직속의 이 기구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프랑스 경제를 현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각 부처, 사용자 단체, 노조 등이 참여해 제출한 분야별 현대화 계획을 종합 평가하여 우선 순위를 매겨 실천했다.
모네의 회고록을 보면 그의 상황분석이 매우 냉철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프랑스 경제가 2차대전으로 쇠락이 가속화했지만 이미 1920년대부터 서서히 쇠퇴하고 있다고 객관적으로 진단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의 부족을 자국 경제의 쇠락 원인으로 여겼다.
그렇지만 모네의 이런 현대화 계획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철강이나 석탄 생산량도 1929년 대공황 이전의 수준을 넘지 못했고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여기에서 모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발휘된다.
그는 자국 경제를 현대화하고 독일의 호전적인 민족주의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통합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당시는 석유가 그리 많이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료로서 석탄, 무기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철강이 핵심적인 전략물자였다. 독일의 루르지방에 이런 전략 물자가 풍부했고 프랑스는 경제발전을 위해서 이런 물자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했다. 물론 미국은 1948년부터 일년 간 지속된 베를린 봉쇄 이후 소련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패전국 독일의 경제를 부흥시키고 결국에는 재무장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은 영국이나 프랑스에 이런 정책에 동참을 요구했다. 승전국 영국은 대륙의 자국보다 못한 나라들에 관심이 없었고 프랑스는 독일의 경제부흥과 재무장에 처음에는 ‘학을 떼었다.’ 1871년의 보불전쟁(프러시아와 프랑스), 1, 2차 대전에서 독일로부터 겪은 수모를 기억하며 강경한 대독일 정책을 주문하는 국내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모네의 위대한 점은 바로 석탄과 철강의 공동관리라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적절한 시기에 제시하고 이를 관철시켰다는 점이다. 당시 미국 주요 정책결정자들과의 밀접한 관계, 슈망 외무장관과의 관계 등을 십분 활용하여 유럽통합의 물꼬를 튼 비전을 실천했다.
모네는 물론 유럽통합의 종착역으로 연방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단번에 여기에 도달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석탄과 철강이라는 전략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다 보면 다른 경제 분야도 회원국끼리 점차 협력을 강화할 수 밖에 없음을 인식했다.

아시아의 상황
지난해 말 미국이 아시아로의 귀환을 선언했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에 두려움을 느낀 일본이나 싱가폴 등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 이 지역에 적극 관여할 것을 요청했다. 미국도 중국의 부상을 적절하게 견제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지역에 좀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여겼다.
인구 13억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첫 머리에 인용한 문장처럼 기구를 창설하는 것이다. 중국이 관심을 가질만한 기구를 창설하거나 혹은 기존의 기구를 개혁하여 중국의 참여를 보장하고 이 기구 안에서 중국을 적절하게 견제하는 것이다. 정책 분야에 따라서 중국의 견제를 희망하는 국가들이 비공식적인 협력을 통하여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다.
유럽의 날인 9일에 아시아에도 장 모네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아시아 주요 국가 간에 치열한 상호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이런 바람은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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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병 억


2011년 11월 9일 수요일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영국...유로존 위기 때 유럽연합 잔류 묻는 국민투표 의원들 제기

 영국, 유로존 회원국이 아니지만 ‘재정통합’ 필요성 역설하는 모순된 입장

‘세계 문명의 요람 로마가 (경제위기 때문에) 불타고 있는데 영국은 오히려 잘됐다며 
유럽연합(EU)과 재협상을 벌여 불리한 정책을 EU에서 빼앗아오고 EU 잔류를 묻는 
국민투표도 실행해야 한다고 야단이다. 정말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인가’
영국 내 집권여당인 보수당 내에서 EU 잔류를 묻는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면서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로존(자국 화폐를 폐기하고 단일화폐 유로를 
채택한 17개 EU 회원국)회원국들이 영국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유럽통합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EU 탈퇴에 따른 손실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당의 
이런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하다. 영국 보수당은 또 다시 유럽문제로 내전을 
치르려는 것인가?

“EU 잔류가 영국의 국익”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0월 29일자 기사에서 분석했듯이 영국은 EU 회원국으로 

잔류하는 것이 국익이다. 잔류 때의 이득이 탈퇴에 따른 경제적?정치적 손실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 무역(수출과 수입)의 49%가 EU 회원국들과 이루어지고 있다. 또 EU 

회원국인 영국은 단일시장의 이점을 적극 활용해 RBS나 HSBC 등 많은 영국의 금융
기관들이 독일이나 프랑스, 스페인 등 다른 EU 회원국에서 영업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에 EU 회원국에서 탈퇴할 경우 이런 이점이 없어진다. 즉 영국이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인 EU에서 탈퇴하면 EU회원국에 수출할 때 관세를 물어야 한다. 
현재는 회원국이기 때문에 관세가 전혀 없다. 당연히 영국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근로 조건이나 근무시간 등의 규정은 유럽연합 회원국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예컨대 주당 40시간 근무, 야간 근무자의 순환 근무 등 근로자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공동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은 이런 유럽의 사회
정책이 노동시장 유연성을 내세우는 자신의 경제철학과 맞지 않다며 자주 불쾌감을 
표시해왔다. 

보수당 내 일부 평의원들(backbenchers)들이 EU 회원국 탈퇴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정책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영국이 EU에서 탈퇴해 
고용주들이 이런 정책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해도 정부가 유사한 규제를 만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근로자들의 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점차 생산성을 높이는 유인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치적으로도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면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special 

relations)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영국이 EU의 주요 4대회원국(‘빅4’-독, 
프,영, 이탈리아)의 하나로 유럽통합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미국의 EU정책 
수행에서 꼭 필요할 때 도와주기를 원한다.
그런데 영국이 만약에 EU에서 탈퇴한다면 미국은 최소한 EU문제에서 영국을 배제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그렇지 않아도 EU 최대의 경제대국이면서 이번 유로존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과 관계를 강화해 왔다.
이밖에 자유무역과 시장을 강조하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EU는 프랑스가 선호하는 

식으로 국가개입 성격이 강하고 조합주의적 성격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 
이코노미스트나 파이낸셜타임스(FT) 모두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필자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일도 경제정책의 경우 자유무역을 강조한다.
다만 국가의 역할을 선한 목자로 여겨 공정 경쟁 질서 확립을 위한 큰 틀을 정해준다. 

핀란드나 네덜란드도 자유무역을 경제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어 영국이 탈퇴한다고 
EU가 프랑스식의 경제운영을 변모하리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기우다.

비회원국이 ‘재정통합’ 강화 역설하는 모순

영국은 단일화폐 유로를 채택하지 않고 파운드화를 계속 쓰고 있다. 따라서 유로존의 

위기해결책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구제금융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나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로존 위기 
해결책으로 재정통합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역설해왔다. 유로존 회원국들이 
세금을 걷고 지출하는 등의 재정정책은 아직도 회원국 고유의 권한이다. 회원국들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대비 3%를 넘으면 벌칙을 부과하는 안정성장협약(SGP)은
사후에만 발동되지만 그나마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정책 권한을 유럽차원으로 이양해 통합을 강화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흔히 거론되는 유로존의 단일 채권 유로본드가 재정통합의 한 예다.
그러나 보수당 내 81명의 의원들이 지난달 24일 캐머런 총리의 지시를 무시하고 EU 

잔류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의회 동의안(이 안에는 EU에서의 즉각적인 탈퇴, 
재협상, 잔류 등 3가지 의견을 문의했다)을 지지했다. 비록 동의안은 의회에서 부결
되었지만 이 일로 총리의 권위는 크게 떨어졌다. 자당 의원들이 이렇게 나오는데 총리가 
회원국 수반들의 모임인 유럽이사회에 가서 EU의 위기 극복책에 대해 친구로서 
이야기해준다면 과연 다른 회원국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사르코지 대통령과 캐머런 
총리가 지난달 27일 유럽이사회에서 서로 핏대를 높이며 언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1990년 11월부터 1997년 4월까지 총리를 지낸 보수당의 존 메이저(John 

Major)는 집권 내내 자당 내 유럽통합을 결사 반대하는 의원들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보수당이 또 다시 과거의 전철을 밟으려 하나?
보수당 의원들이 상식을 되찾아 자국의 국익 차원에서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기대해본다.


2011년 10월 26일 수요일

EFSF가 뭐길래?

ESM이 EMF가 되어 유로존의 재무부가 될 수 있을까?

‘유럽금융안정기금(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 EFSF)의 규모를 늘려야 경제위기의 전염을 막을 수 있다
’ EFSF의 증액을 두고 지난 몇 달간 유로존과 유럽연합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계속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왜 문제가
되고 증액이 현재 유로존의 위기 해결에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실제 대출규모는 4400억 유로

구제금융 3국 지원 후 남은 실탄은 2500억 유로 

 2010년 5월 그리스가 유로존(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자국 화폐를 폐기하고 단일화폐 유로를 사용하는 17개 국가)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구제금융을 제공받았다. 1200억 유로 규모로 유로존의 나머지 16개 회원국들이800억 유로, 국제통화기금
(IMF)이 400억 유로 규모를 지원하기로 했다.
2009년 10월 집권한 그리스의 사회당 정부가 그 해 12월 브뤼셀에서 개최된 유럽이사회(EU 회원국 수반들의 모임)에서 전
정부가 회계를 조작해 부채 규모를 줄였음을 이실직고했다. 이후 그리스의 국채금리는 하늘 모르게 치솟았다. 그동안 그리스
정부의 국채는 독일의 국채와 비슷한 금리에 거래되었다. 그런데 그리스 경제가 상당히 좋지 않고 이를 속였음이 드러나면서
그리스는 국제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하지 못해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었다. 문제는 유럽연합조약(마스트리히트조약)이
회원국 간의 구제금융 제공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이 그리스를 지원해주고 싶어도 지원을 해주면 이 조약을 위반하게 되고 각 회원국에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였다(실제로 독일에서는 수십 명의 경제학자와 정치학자들이 그리스 지원이 조약을 위반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그리스 지원이 유로존의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조약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이 유럽연합의 위기해결 메커니즘이 없다는 점이었다.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했는데도 다른
회원국들이 지원을 해주지 못한다는 점.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만들어낸 고육책이 EFSF다. 구제금융을 받은 회원국을 제외한 나머지 회원국들이 경제규모에 따라
지급을 보증했다. 즉 실제로 돈을 지출한 것이 아니라 구제금융 국가들이 파산시 이를 분담해 지불하겠다고 채권자들에게 약속한 것이다.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은 4400억 규모의 EFSF 가운데 1196억 유로, 프랑스가 896억 유로 등을 보증하기로 했다.(보증액을
7800억 유로로 확대하면서 독일 보증액은 21100억 유로로, 프랑스는 1585억 유로로 증가).

EFSF 사무처는 이를 담보로 국제자본시장에서 구제금융채권(rescue bond)을 발행해 구제금융을 제공한다. 독일과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이 최고 등급인 AAA이기 때문에 EFSF 사무처도 AAA의 구제금융 채권을 발행했다.
그런데 문제는 EFSF가 2013년에 종결되는 한시적 기구이고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가 3개국(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
포르투갈)으로 늘어나면서 증액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결국 EFSF가 만료되면 이를 대체하는 항구적 기구로 유럽안정메커니즘(European Stability Mechanism)을 만들기로 했다.
현재 유로존 각 회원국에서 비준절차가 진행중이다. EFSF와 달리 유로존 회원국들이 경제력 규모에 따라 자본을 제공해 기금을
운영한다. 경제가 어려워진 회원국들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긴축재정 등 엄격한 조건을 부여해 자금을 지원한다. 원래 4400억
유로로 출범한 EFSF는 구제금융 3국에 지원하면서 대출여력이 별로 없게 되었다. 즉 EFSF가 AAA의 신용등급을 유지하려면
보증액의 절반 정도까지만 대출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로존 회원국들이 전체 규모를 7800억 유로로 확대했다.
확대 후 전체 대출가능금액이 4400억 유로로 늘어났다. 구제금융 3국 지원 후 2500억 유로의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

 ESM이 EMF가 되어 유로존
 (혹은 EU)의 재무부가 될까? 

문제는 유로존 경제규모 3위와 4위인 이탈리아와 스페인마저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대출 가능한 2500억 유로가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 프랑스 금융기관들이 많은 대출을 해줘 이들의 신용평가등급도 내려갔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EFSF의 규모가 최소한 2조 유로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과
미국 등의 추산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난 9월 29일 독일의회가 자국의 EFSF 지급보증액  비준도 쉽지 않았다. 또 설령 증액된다
하더라도 유로존 회원국 모두가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위기해결은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렇기 때문에 나온 대안이 EFSF를 금융기관으로 전환해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지원을 받게 하자, 혹은 EFSF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손실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EFSF가 은행이 되면 상당히 우량한 은행으로 ECB의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독일과 ECB가 이런 안을 반대해 왔다.
따라서 가능한 대안은 EFSF가 보험회사처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손실액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돈을 지출하지
않고도 양 국가로 경제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견해다.

  EFSF 가 ESM으로 전환되면 ESM을 운영할 조직과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EFSF는 룩셈부르크에 있는 유럽투자은행(EIB)에
조그만 사무실을 두고 7명 직원이 일하고 있다. 독일 재무부 국장 출신인 클라우스 레글링(Klaus Regling)이 사무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16일 파리에서 열린 독불 정상회의에서는 ESM에 전문 직원을 배치해 운영하고 회원국 경제의 조기경보
기능을 부여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ESM이 유럽판 IMF인 EMF(European Monetary Fund: EMF)가 되는 셈이다.

유럽통합이 위기를 극복하면서 기구를 만들고 이 기구의 권한이 점차 확대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EMF가 유로존의 재무부 같은
역할을 할 수 도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제대로 극복해야 이 같은 중장기 통합확대도 가능하다.
최소한 5~10년의 안목을 가지고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경제위기 극복과 이에따른 통합과정을 지켜보면 좀 더 뚜렷한 변화 양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안 병 억
케임브리지대학교 유럽통합전공 박사과정
유로저널 칼럼리스(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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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8일 화요일

독일-미국 경제위기 해법 놓고 하늘과 땅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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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미국 경제위기 해법 놓고 하늘과 땅 차이 

독일, 재정적자 축소로 신뢰회복해야
미국,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펼쳐야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유로존 경제위기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이 미국과 글로벌 경제위기 해법을 두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시각차이는 대두되고 있는 또 하나의 글로벌 경제위기 해결을
자칫 어렵게 하고 있다.

독일 “적자 축소” 먼저, 미국 “경기 부양책 펼쳐라”


지난달 23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가을 총회가 열렸다. 가장 큰 관심사는 유로존 위기 해결책에 대한 주요 회원국들의
합의 혹은 적극적인 대책이 나올까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결론은 흐지부지. 겨우
G20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유로존의 위기 해결책을 지지하며 지난 7월 21일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의 신속한 이행을 지지한다는 성명서가 나왔을 뿐이다.

그러나 회담장 내 분위기는 자못 심각했다. 세계 경제가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어 또
하나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주요국들의 정책 공조와
위가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참석자들이 공감했다. 그러나 위기의 원인의 해결책을
두고 크게 독일과 미국 시각이 대립했다.

독일은 지난 1990년 통일 이후 수년 간의 경제불황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97~2005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öder) 당시 총리는 재임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사회복지 개혁을 추진해 독일 경제는 다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당시의 개혁으로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 기간도 축소했고 퇴직 연령도 63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되었다. 경기불황 극복의 경험을 안고 있는 독일은 긴축재정을 기조로 정부의
과감한 지출 축소와 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이래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경제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반면에 미국은 또 하나의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재정지출을 축소하면 경기하락을 더 부추
긴다며 경기 부양 능력이 있는 독일이나 일본, 중국 등이 경기 부양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권의 부실이 심각해 돈이 시중에 돌지 않고 있어 기업들도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꺼리고 있다. 그런데 ‘최후의 소비자’(consumer of last resort)가
되어야 할 정부가 지난 2008년 경제위기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돈을 풀어 재정
적자가 크다고 다시 지출을 축소하면 위기가 더 확대된다는 것.

경기부양책은 ‘네스호 괴물’
이런 주장에 대해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Wolfgang Schäuble) 재무장관은 미국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어투의 말을 했다. 그는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2008년 경제
위기의 도화선인 미국이 이번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하고 있는 독일에 대해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하는 식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

독일 경제는 이번 위기에서도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의 경제위기 해법에서도 돈 주머니를 쥔 독일이 자국 정책을 상당부분
관철시키고 있다. 구제금융 3국에 과감한 정부 지출 축소, 사회복지의 개혁 등을 요구해 왔다.

이처럼 경제위기 해법이 극과 극을 보이고 있어 과연 제대로 정책공조를 이룰 수 있을까?

1975~1982년까지 서독 총리를 역임한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t)는 그의 회고록
<인간과 권력(Menschen und Mächte)>에서 ‘네스 호 괴물’을 이야기했다. 1970년대
세계경제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겹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미국은 경제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서독과 일본 등에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런 요구는 한 동안 잦아들더니 경기가 어려워 질 때마다 미국에서 다시
나왔다. 이런 점에서 한동안 뜸하다가 다시 터지는 ‘네스 호 괴물’과 같다는 것이다.

시대가 비록 바뀌었지만 21세기에도 미국의 이런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경기침체시기에 정부지출 축소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독일을 비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수석 경제논설위원 마틴 울프도 최근 칼럼에서 중앙은행이 인쇄기를 갖다가
돈을 찍어내야 한다고 경제위기 극복책을 제시했다.

반면에 독일은 혹독한 구조조정과 정부 재정 적자 축소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있는데 왜
잘하는 국가의 정책을 따르지 않고 다른 위기 해결책을 제시하느냐고 반문한다.

지구촌 경제가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진다는 우려가 높은데 경제위기 해법은 너무 차이가 난다.
이래서 경제위기 극복이 가능하겠는지 우려스럽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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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붕괴의 비용은?

유로존 붕괴의 비용은?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정치적 비용이 더 엄청 나
강력하고도 신속한 정치적 의지만이 붕괴막을 수 있어

이제 유로존 붕괴가 서슴없이 거론되고 있다. 저명한 학자들은 유로존 붕괴 가능성이 50%
이상되며 원래부터 잘못된 이유로 성립된 유로존이 최악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붕괴
과정을 걷고 있다고 큰 목소리로 경고하고 있다.

필자는 그러나 아직도 유로존 붕괴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칼럼을 통해
수차례 강조했듯이 유럽통합의 한 과정에서 도입된 단일화폐는 주로 정치적 동기에서 시작
되었다. 따라서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것도 강력한 정치적 의지, 그것도 시간과의 싸움에서
신속하고도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독일을 비롯한 주요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이렇게 행동하지 못해 경제위기를 더 악화시켰고 시장의 신뢰를 잃어 버렸다.

일단 유로존 붕괴의 경제적, 정치적 비용을 개략적으로 검토한 후 왜 붕괴보다 유로존 유지가
더 큰 이익인가를 따져보자.

“유로존 붕괴 시 첫 해 그리스는 GDP의 절반, 독일은 1/4 정도 손실”

일단 유로존 붕괴는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으나 크게 다음의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그리스 등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이 자발적 혹은 타의로 유로존을 이탈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최근 독일에서 제기된 경제가 좋은(최상급의 국가신용등급을 보유한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AAA 국가들) 몇몇 나라가 유로존을 이탈해 새로운 통화동맹을
결성하는 안이다(가정이기 때문에 새로운 화폐는 지금의 유로가 아닌 ‘신유로’라 부르자-
필자의 명명). 두 번 째 안은 독일의 경제인연합회(우리의 전국경제인연합회, BDI) 전 회장을
지낸 경제학자 한스-올라프 헨켈(Hans-Olaf Henkel)이 지난 7월 주장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한다면 그리스의 손실은 이탈 첫 해에 국내총생산(GDP)의 40~50%,
이어 다음 몇 해 간은 15%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된다(투자은행 UBS 연구진의 추정).
그리스가 폐기해버린 드라크마(drachma)를 다시 도입한다면 이 화폐는 현재의 유로에 비해
엄청나게 평가절한된다(1997년 우리가 IMF 구제금융을 받기 전 원화 가치가 미 달러에 대해
700원 정도에서 거의 2000원 까지 간 점을 기억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스가 유로로
보유한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치솟게 되고, 그리스 은행에 예금을 맡긴 투자자들은 예금 인출을
하느라 아우성을 칠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돈이 없어 공무원들 봉급도 지불하지 못할 것이다.
경제적 위기가 정치적 위기, 그리고 분노한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 등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긴축재정에 반대해 줄기차게 시위를 벌이고 있는 그리스 시민들을 보면 이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1970년대 군사독재 정부를 종결하고 1981년 유럽경제공동체(EEC)
회원국이 된 그리스는 30여년 간 유럽통합으로 막대한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 이런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독일이나 AAA 국가들의 손해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통화동맹을 결성할 경우 독일은
결성 첫 해에 GDP의 20~25%, 다음 해 부터는 10~12.5%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신유로’의 가치가 기존의 유로존이 사용하는 유로보다 가치가 크게 오르게 된다. 경제가 튼튼
하고 부도날 염려가 없는 ‘신유로’에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 새 화폐의 가치가 크게 오른다.
이럴 경우 수출대국인 독일 수출업자들의 경쟁력은 급속하게 하락해 경제성장이 둔화한다. 또 유로화
자산을 보유한 독일의 대형 금융기관들은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증자를 해서 자본을 새로 충당
해야 한다.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 단일화폐와 함께 이룩한 단일시장도 이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유로존의 교역도 쉽지 않게 된다.

이러한 경제적 비용이외에 독일은 유로존 붕괴의 가장 큰 책임, 비난을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유럽
통합은 1,2차 대전의 업보를 지닌 독일의 호전적 민족주의를 제어하는 수단으로 2차대전 이후 본격적
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 서유럽 각 국은 평화 교란자로서 독일을 제어하고 민족
주의라는 ‘지니’의 발호를 억제할 수 있었다. 독일은 유럽통합에 적극 참여해 호전적 민족주의를
제어했고 경제성장을 이뤄 국제사회의 신뢰할말한 구성원으로 복귀했다. 또 유럽통합의 틀 안에서
국토분단도 평화적으로 극복해 통일을 이룩했다.

그러나 위의 두 가지 경우로 그리스, 혹은 독일로 나뉘어 유로존이 붕괴하게 된다면 독일이 붕괴의 책임
대부분을 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유럽통합의 최대 수혜자 독일이 자신의 편협한 국익을 위해 유로존 위기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아 유로존이 붕괴됐다는 비난을 평생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정치적 비용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지만 나치독일이라는 낙인처럼 독일에게는 또 하나의 씻을 수
없는 역사적 낙인이 될 것이다.

유럽연합(EU) 전체로 봐도 통합의 위대한 업적인 단일화폐의 붕괴로 국제정치경제에서 EU의 위상은
땅에 떨어지게 된다. 가장 앞선 통합을 이룩했던 EU가 지역통합을 하나의 규범으로 다른 지역으로 수출할
수도 없게 되고 국제정치경제에서 EU의 목소리는 더욱 더 미약하게 된다.

따라서 독일은 그리스와 구제금융 국가들의 구조개혁 실행과 연계해 추가로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의 경제위기 전염을 막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런 조치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붕괴시의 비용과 비교할 때 매우 적은 액수다.

이런 해답은 경제학자뿐만 아니라 많은 정치학자, 역사학자들이 경제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제기했다. 문제는
이런 정책 실천의 타이밍이다.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ecbimages.jpg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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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7일 수요일

유로본드, 만병통치약 아니다

유로본드, 만병통치약 아니다
도입 합의해도 운영의 틀 갖추려면 최소한 몇 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유로존에서 ‘저주의 8월’이 지나갔고 이제 뜨거운 9월이다. 보통 긴 여름 휴가로 조용한 유럽의 관가였지만 지난달 초반에는 ‘저주의 8월’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달 초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금리가 6%를 넘으면서 경제위기가 유로존 3위, 4위 국가로 번지는 것이 아니랴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행이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이 두 나라의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해 국채금리가 인하되어 한숨 돌렸다.
이제 9월은 유로존 주요 회원국에서 경제위기 대책, 정확하게 말하면 구제금융 3국의 추가지원을 두고 더 논란이 일어날 것이다. 4400억 규모의 유로존 구제금융 펀드(유럽금융안정기금, 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 EFSF)에 유로존 회원국들이 경제력 규모에 맞게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 독일은 1/4이 넘는 1200억 유로의 지급보증을 했다. 그런데 지난 7월 21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에서 EFSF의 권한을 확대했다. 구제금융을 받지 않는 국가에도 단기대출을 해줄 수 있고 위기를 겪기 전 에도 대출이 가능하다. 회원국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결정이어 유로존 회원국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독일은 29일 연방하원에서 표결할 듯
이런 상황에서 독일 연방하원은 29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EFSF의 권한확대를 표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집권여당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 바이에른주에 기반을 둔 기독교사회당, 그리고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이다. FDP는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져 현재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독일 기본법(헌법)은 정당의 득표율이 5%가 넘어야 의회에 진출할 수 있게 규정했다. 2013년 예정된 총선에서도 이런 득표율을 얻는다면 자민당은 의회에 진출하지 못한다. 친기업적인 자유민주당은 득표율 만회를 위해 점차 유럽통합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여당은 20석의 과반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23명의 기민당 의원들이 반대하겠다고 한다. 자민당을 제외하고 벌써 과반을 넘어 이대로라면 EFSF의 권한 확대는 독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다. 만약에 독일 의회가 EFSF의 권한 확대를 표결에서 거부한다면?
반대로 야당인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은 메르켈 총리의 유럽통합 정책이 너무 조심스럽다며 적극적으로 유로존 위기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해왔다.
29일 하원 표결은 토론이 격렬해지더라도 현재로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통과가 되더라도 유로존 위기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로본드(Eurobond) 도입은 산 넘어 산
17개 유로존 회원국(단일화폐 유로를 도입한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7개 회원국)이 설령 유로본드 도입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실행에는 최소한 몇 년이 걸린다.
현재 17개 유로존 회원국들은 각 국이 채권을 발행한다. 독일 연방정부의 채권은 분트(Bund)라 불리는데 10년 만기 분트의 금리는 현재 2%를 조금 넘는다. 미 연방정부의 채권과 거의 비슷한데 그만큼 투자자들은 미국이나 독일 정부가 파산할 염려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일년에 2%의 금리를 주어도 이런 국채를 매입한다. 반면에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나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8%가 넘는다. 이런 금리를 주고 국채를 매각하려 해도 사는 투자자가 거의 없고 자금조달이 어려워 3국이 유로존에 손을 벌리게 되었다.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로존을 강타하기 전까지 그리스나 포르투갈의 국채금리는 독일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유로존이 경제위기라고 여기지 않았고 어차피 독일이 암묵적으로 다른 회원국의 국채도 지급보증을 해주리라 여겼다. 그런데 이런 암묵적인 가정이 경제위기 이후 가차없이 깨져 버렸다. 독일은 왜 우리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흥청망청 써버려 경제를 망가뜨린 변방국가를 구제해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해 왔다.
유로본드를 도입하면 당연히 구제금융 3국이나 경제가 취약한 다른 유로존 회원국은 국채 금리가 아주 낮아진다. 반면에 독일은 유로존 변방국가가 파산하지 않도록 명시적으로 지급보증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금리가 꽤 오르게 된다. 독일은 이런 이유로 그리고 왜 규칙을 위반하고 흥청망청 써버린 주변국가를 도와주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의 반대로(2/3가 그리스 추가지원 반대) 유로본드가 현재에는 위기의 해결책이 아니고 의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유로존 위기의 유력한 해결책의 하나로 떠오른 유로본드이지만 이 때문에 도입이 어렵다.
따라서 독일은 거의 막판 최후의 순간에, 유로본드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여길 때 유로본드 도입에 합의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결정을 내렸을 때 이미 유로존 위기가 걷잡을 수 없게 확대 되었고 너무 늦다면?
또 도입에 합의해도 누가 이런 채권을 발행하고(별도의 기구가 필요하다), 유로존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의 몇 퍼센트까지 공동 채권을 발행할지, 그리고 각 회원국의 관련 법을 고쳐야 한다. 국채발행은 회원국 고유의 재정정책의 하나인데 이를 유럽차원으로 넘겨 버리기 때문에 당연히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독일은 유로본드를 도입하려면 우선 유로존 회원국들의 재정정책을 보다 더 긴밀하게 조정해 재정정책을 수렴하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반면에 경제가 취약한 주변국들은 위기를 해결하려면 먼저 유로본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로본드 도입을 둘러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란이다. 그러나 과연 유로본드 도입이 합의될 수는 있을런지?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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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

구세주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 대량 매입으로 양국 국채금리 5%로 떨어져
매입 중단시 금리 오르면 양국의 운명은?

독일 등 유로존(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가운데 유로화를 도입한 17개 회원국) 주요 회원국들이 위기 해결의 근본 대책을 미루고 있는 사이 구세주로 나선 것이 유럽중앙은행(ECB)이다.
유로존 3·4위의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금리가 8월 초 한 때 6%를 넘으면서 경제위기가 번져갈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러자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8일부터 열흘간 두 나라 국채를 220억 유로(우리 돈으로 30조 원 정도)대량으로 사들였다. 사상 최대 규모이다. 이에 따라 양국의 국채금리는 5%대로 떨어졌지만, 이런 긴급 처방의 '약효'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유럽중앙은행의 구세주 역할은 언제까지 가능할까?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스페인, 이탈리아는 대마불사보다 '대마불구'(大馬不救)
앞으로 유로존의 위기는 최소한 2~3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통합 60여 년이 넘는 역사에서 최악의 위기인 이 위기가 통합에 미치는 영향은 10~20년이 넘을 것이다. 통합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것이 전쟁에서 전략과 전술을 배웠다고 친다면 필자는 시장과 국가가 벌이는 혈투를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관찰자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위기의 유형과 해결방안 등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분석할 따름이다.
ECB의 실탄인 자본이 한계가 있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무한정 매입할 수는 없다. 만약에 ECB가 양국의 국채매입을 중단하고 두 나라의 국채금리가 다시 6%를 넘어 계속 치솟는다면 유로존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이제까지 구제금융 3국(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경제규모는 유로존 전체의 6% 남짓이지만 스페인은 11.6%, 이탈리아는 20%에 이른다. 만약에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면 이탈리아도 위험해진다. 스페인 구제에 이탈리아도 독일, 프랑스에 이어 많은 자금을 제공해야 하지만 이탈리아의 경제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어 그럴 수가 없다. 두 나라 모두 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기보다 대마불구(too big to rescue)에 가깝다. 이처럼 유로존의 운명은 필연적으로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ECB가 구세주로 나섰지마나 그 역할은 제한적이다.
이럴 때 위기 해결의 방안의 하나로 제안된 것이 유로존의 단일 채권인 '유로본드(Eurobond)'다. 현재 유로존의 17개 회원국들은 각자 독자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포기하고 유로존 단위의 단일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유로본드의 구상이다. 이는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분야가 통합하는, 획기적인 진전이다. 누가 유로본드를 발행하고 누가 이를 관리할 것인가? 아무래도 조그만 기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유럽통합은 위기를 통해 조그만 기구를 만들고 이 기구가 활동하면서 하는 형태를 보였다.
물론 유로본드를 발행할 경우 독일은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현재 독일정부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3%선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5.5% 내외다. 그리스나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동일 만기의 국채 금리는 최소한 15%가 넘는다. 투자자들이 한 나라의 경제상황을 좋지 않게 볼수록 국채금리는 높아진다. 독일의 입장에서는 유로본드를 발행할 경우 금리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유로본드의 도입이 독일에게도 유리하다. 유로존 전체는 하나의 채권을 발행해 다른 회원국의 채무를 공동으로 지급보증해주는 셈이 된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구제금융을 줄 필요가 없게 된다. 현재 위기가 지속되는 이유도 경제 기초가 취약한 국가의 채무 상환 가능성이 낮다고 투자자들이 여기기 때문이다.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시민의 60% 정도가 그리스에 추가로 구제금융을 주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 위기가 심각하고 신속한 정책결정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지만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너무 여론에 휘둘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작 여론을 설득해 여론 형성을 주도해야 하는데 말이다. 분명한 것은 유로존의 안정이 독일의 국익이라는 점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경제가 허약한 나라를 언제까지나 지원해줄 것인가? 이보다 운명 공동체로 단단하게 엮어 모든 회원국들이 지급보증을 서는 것이 독일에게는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유럽통합은 위기 극복의 역사이다. 대개 막판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쟁점에 대해 회원국 수반들이 극적으로 타협을 이룬 예가 많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경제위기 전염이 가시화되면 이런 결단의 순간은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문제는 정책 결정과 실행의 타이밍이다. 유로존 지도자들이 막상 결정을 내리고 실행을 한다 해도 이미 시장이 과민 반응해서 대책이 아무런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에 이어 우리에게 제 2의 수출시장이다. 또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에 들어온 외국계 자금 가운데 절반이 유럽계이다. EU와 유로존 위기가 악화되면 이런 자금의 급속한 유출 가능성은 높아진다. 면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더구나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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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11일 목요일

남부 전선을 사수하라!

남부 전선을 사수하라!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시장과 혈전 중...유로존 위기 확산 막을 수 있을까?

지난달 21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는 단일 화폐 유로를 사용하는 17개 유로존(eurozone, euro area) 회원국의 긴급 정상회의가 열렸다.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확정,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계속해서 급등함에 따라 금융위기가 소국에서 대국까지 확산된다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긴급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지난 60여 년의 유럽통합사에서 정상회의가 7월에 열린 적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7월부터 유럽은 긴 여름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쨌든 긴박한 상황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몇 가지 기대하던 대책이 나왔다. 그리스 국채를 매입한 민간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을 줄기차게 내세우던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이를 얻는 대가로 사실상 구제 금융 3국이 국채시장에 복귀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수표를 발행해 주겠다고 공약했다(구제금융을 받았다는 것은 국채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긴급 자금을 대출받았다는 의미). 유로존 회원국들이 경제력 규모대로 출자해 운영중인 구제금융인 유럽재정안정기금(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 EFSF)의 권한도 대폭 확대했다.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들만 자금을 제공했는데 이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국들에게 사전에 대출을 해줄 수 있고 단기 대출도 가능하며 국채가 유통되는 유통시장(원래 EFSF는 국채를 발행할 때에만 매입하도록 역할이 한정되어 있었다)에서 국채 매입을 가능하게 했다. 즉 EFSF가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짠돌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로서는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독일 국민의 60% 정도가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제공을 반대하고 있기에.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같은 조치를 했는데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과연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구제금융을 받는 다음 번 '타자‘ 가 되나? 유로존을 남부 전선을 사수할 수 있을까?

시장 대 국가의 혈전
지난해 5월 그리스가 무려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본격 시작된 유로존 금융위기는 계속해서 확산되었다. 금융기관의 부실, 이를 구제하기 위한 정부의 대규모 재정투입, 재정적자 악화, 실물경기 위축으로 금융위기가 정치위기로 번졌다. 지난 2월 아일랜드, 6월의 포르투갈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되었다. 이번 위기의 원인에는 당연히 구제금융 3개국의 정책 실패, 유로존의 위기 대응 메커니즘 미비 등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금리를 쫓아 돈 냄새를 맡고 다니는 투기자본도 위기의 확산에 한 몫을 했다. 이런 측면에서 일부 시장 세력들이 국가를 상대로 전투를 벌여왔다. 이들은 유로존의 정책 결정과정의 미비점을 잘 알고 구제금융 3국의 고금리에 투자했다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위기 확산에 기여했다.

3위 이탈리아, 4위 스페인 아직은 괜찮아...
adieu! 경제위기 원했지만 rentrée! 위기 조짐 다시 돌아와
지난달 21일 유로존 긴급정상회의 이후 유로존에서 경제규모 3위인 이탈리아, 4위인 스페인 국채 금리는 지속적으로 올랐다. 유로존 국가수반들은 이번 긴급 정상회의에서 경제위기 확산을 막고 유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들은 시장에 이런 분명한 신호를 주었다고 여겼다. 시장이 이런 신호를 읽었다면 두 나라의 국채금리가 떨어져야 하는데 정반대의 효과가 났다. 시장이 아직도 유로존의 위기 확산 저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경제가 안정되고 부도 위험이 낮을수록 국채 금리는 낮다(미국과 독일 연방정부의 채권 금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투자자들은 불안 심리가 높아질수록 이런 안전 자산을 선호하기 때문에 10년 만기 양국의 국채금리는 현재 2.5%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는 6%대를 넘었다(8월 3일 스페인은 6.28%, 이탈리아는 6.13%). 이대로 가다가는 7%대 진입도 멀지 않았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의 국채인 분트(Bund)와 비교해 금리차이(스프레드, spread)가 무려 3.6~3.7% 이상 난다(분트는 2.6% 내외). 1000원을 빌리는데 독일은 2.6원을 이자로 지불하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62.8원, 61.3원 정도를 지불하는 셈이다.
경제지표만을 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괜찮다. 스페인은 2008년 후반기부터 고강도 구조개혁을 실시해 개혁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총생산 (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비율도 60%로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아주 양호한 편에 속한다. 이탈리아의 부채비율은 119%로 꽤 높은 편이지(양국 모두 2010년 말 기준)만 지난달 중순 고강도 긴축 재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들 두 나라는 최소한 몇 달간 7% 국채금리를 지불할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시장의 인식과 자금 이탈이다. 즉 시장이 이들 두 나라의 구조개혁이 궤도를 벗어나 앞으로 자금조달을 하는데 점점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하리라고 여기면 투자자들은 양국에서 점차 자금을 빼 나갈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은 다른데 투자자들이 현실을 이렇게 인식하고 또 떼거리 행동(herd behaviour)을 보여 일시에 자금을 빼 나가면 위기가 심각해질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자기 충족적인 위기(self-fulfilling crisis)이다.

양국 및 유로존의 대책 함께 나와야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구조개혁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이탈리아의 실비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갖종 스캔들에 휘말리며 제대로 위기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집중적으로 받아왔다.
유로존도 임기응변식 대응에서 벗어나 좀 더 포괄적인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달 정상회의는 “시장을 따라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장은 더 큰 조치를 원하고 있다. 즉 4400억 유로에 불과한 EFSF의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1조 유로 규모까지 확대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최악의 경우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이들을 구제할 만한 규모의 ‘실탄’을 갖추자는 것이다.
지난 정상회의에서 통과된 EFSF의 권한확대는 17개 회원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비준절차도 몇 달에서 몇 주로 대폭 앞당겨 실탄을 바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유비무환이다. 과연 유로존이 시장의 꽁무늬만 쫓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앞에서 저지하고 방향을 틀게 할 수 있을까?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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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26일 화요일

새로운 독일문제...독일이 유로존 위기 해결사이자 방해꾼?

새로운 독일문제...독일이 유로존 위기 해결사이자 방해꾼?

2차대전이 종결된 후 독일이 폐허의 잿더미에 있을 때 소설가 토마스 만(Thomas Mann)은 한 연설에서 “우리는 ‘독일적인 유럽(A German Europe)’ 이 아니라 ‘유럽적인 독일(a European Germany)’이 되고자 한다”라는 말을 했다. 해석이 분분하지만 이 말은 유럽평화의 교란자로서 독일이 반성하고 유럽의 틀 안에서 독일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고 이해된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이탈리아의 국채금리 최고치 상승 등 유로존(단일화폐 유로를 채택한 회원국, EU 회원국 27개국 가운데 17개국이 유로를 채택)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 21일 브뤼셀에서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기대했던 획기적 조치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성과는 있었다. 그리스에 대한 1천90억 유로 규모의 추가 지원, 민간 분야의 그리스 지원 분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사전적 예방 기능 강화 등이 합의되었다. 합의의 상당수가 독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냉전 전의 ‘독일 문제’가 냉전 후에도 형태와 내용이 바뀌어 계속되고 있다. 유럽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독일이 이번 위기에서는 해결책을 늦추면서 통합의 저지자로 비판을 받고 있다.

냉전중의 독일 문제...이중 봉쇄(dual containment)
냉전시기의 ‘구 독일문제’는 유럽의 평화 교란자로서 독일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1차 대전의 전쟁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역사학자들이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독일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2차대전의 책임에 대해서는 독일이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독일의 제어는
우선 미국의 관여, 그리고 독일을 불구대천의 적으로 여겼던 프랑스의 손 내밀기로 해결되었다. 냉전 전개로 미국은 소련을 봉쇄할 필요에서 서유럽에 군을 주둔시켜 서유럽 국가들끼리의 ‘내전’과 독일의 잠재적인 위협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이중봉쇄, double containment). 프랑스도 1차대전 이후 실시했던 대독일 보복정책이 실패해 나치 독일이 발호한 것을 알았기 때문에 2차 대전 후에는 독일(서독)에 동등한 지위를 부여해 독일을 제어하는 정책을 취했다(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형성과 유럽통합 과정에서 독일과 프랑스의 쌍두마차 역할). 독일은 유럽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국제사회에서 신뢰할만한 국가임을 인정받았고 경제통합의 진전으로 수출대국으로 역내 교역이 증가하면서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다. 아이러니 하지만 독일은 초국가적인 통합을 지지하고 이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통일을 이루는데 초석을 쌓았고 통일로 국가 주권을 회복했다.

냉전 후 독일문제...통합의 견인차에서 저지자로?
그러나 냉전이후 통일된 독일은 대외적, 대내적 요인 때문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회원국들은 독일이 유로화 도입의 수혜자라고 여기지만 독일인들은 유로화 때문에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급속한 통일에 따른 후유증으로 1990년대 계속된 경기침체, 이에 대응해 시행된 뼈아픈 장기간의 구조조정으로 독일 경제는 이제 어느 정도 활력을 회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독일인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야 했으며 이 과정이 유로화 도입 등과 겹쳐진다. 중동부 유럽의 가입으로 너무나 이질성이 커진 유럽연합에서 독일은 여전히 EU 예산의 최대 순기여국(net contributor, EU예산에 지불한 돈이 EU예산에서 지원을 받는 금액보다 압도적으로 많다)이다. 국내 토론에서 이러한 문제가 거론되고 유로화 때문에 어려워졌다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유럽통합에 대한 정책 재량권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독일이 위기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국내 정치적 제약 때문에 이러한 역할 수행이 쉽지 않다. 또 현재 독일 지도자들도 전후 세대로서 유럽통합을 좀 더 실리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독일 시민의 60%가 그리스에 추가적인 구제금융 제공을 반대하는데 이러한 반대를 무릎 쓰고 시민들을 설득하며 적극적인 위기 해결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현재 위기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구제금융 3국 가운데 특정 국가가 유로존을 탈퇴해 현재 형태의 유로존이 부분적으로 붕괴되는 것이다. 반면에 최선의 시나리오는 통합의 획기적인 진전(quantum leap)으로 재정동맹 혹은 정치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다. 구제금융 3국에 계속해서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지원해주면서 위기가 증폭되다 보면 독일 정치인들도 시민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할 수 있다. 위기 해결이 아니라 위기만 증폭되고 계속해서 혈세만 낭비할 것인가? 아니면 중장기적으로 독일에도 도움이 되는 유로존 단일 채권(eurobond) 발행이 나을 것인가?
이번 긴급 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볼프아 뮌차우는 ‘유로존, 특히 독일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미루고 임기응변식의 해결책만을 내고 있다. 시장은 날고 있는데 유로존의 대응은 기는 형태다’라고 비판했다.
유로존이 최악의 이러한 정책적 상황에 직면하기에는 아직도 더 많은 충격과 위기 증폭이 필요하다는 점이 아이러니이다. 임계점이 언제 일지 확실히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독일을 비롯해 다른 회원국 등 정치 행위자들이 위기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이 무엇인지를 알지만 임기응변식(muddle-through, scrape through)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어 임계점이 의외로 빨리 다가올 수 있다.
현재의 유로존 위기는 50여 년이 넘는 통합과정에서 최대의 위기이다. 유로존 붕괴 자체가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로존의 대응은 단편적 개혁(piecemeal reform)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개혁 추진으로 최악의 위기 극복이 쉽지 않다는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여론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여론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로존의 안정 - 그리스 등 구제금융 3국이 구제금융을 ‘졸업’하고 경기침체를 회복하는 일, 유로존 국가 국채 금리의 이상급등 등 불안 요인 해소 등 -이 자국의 국익이라는 논리를 반복하고 가능하다면 유로존 붕괴와 안정에 따른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 자국만이 아니라 유로존 전체의 시각에서.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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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8일 월요일

그리스 경제위기...한숨은 돌렸지만 산 넘어 산

그리스 경제위기...한숨은 돌렸지만 산 넘어 산
그리스 일부 시민 EU깃발에 나치 스와스티카 그려 놓고 독일에 분노
독일 시민들, 우리가 왜 흥청망청 돈을 쓴 그리스인들 도와줘?

그리스 의회가 지난달 29일과 30일 긴축재정안을 통과시켜 일단 그리스는 국가부도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그리스의 경제적․정치적 위기는 이제 한 고비를 넘겼을 뿐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매번 동일한 사건이 반복되고 그 때마다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유로존 위기는 더 확산될 우려가 크다. 유로존 위기는 유럽연합(EU) 27개국에 민족주의라는 ‘지니’를 다시 불러왔다. 상황이 심각하다.

민족주의 제어에 성공한 유럽통합.....다시 ‘지니’가 항아리에서 나와
그리스 아테네의 중심가에 있는 신타그마(Syntagma, 헌법이라는 의미) 광장. 구제금융에 따른 정부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그리스 시민들의 단골 시위 집결장소다. 이 곳에서는 청년 실업자나 중장년들도 텐트를 치고 장기간의 시위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유럽연합(EU)깃발에 독일 나치의 스와스티카(swastika)를 그려 놓고 긴축계획을 강요한다고 여겨진 EU와 독일에 계속해서 항의하고 있다. TV 화면에서 볼 수 있듯이 차량을 불태우는 등 과격시위도 서슴지 않는다.
반면에 구제금융의 1/4을 부담하는 독일 시민들의 60% 정도가 그리스에 추가 금융 제공을 반대한다. 1990년 통일 후 거의 15년 간 독일 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구조개혁에 성공해 독일 경제는 위기에도 잘 나가고 있다. 그런데 흥청망청 써버린 회원국에 왜 혈세를 낭비해야 하는가?라고 ‘짠돌이’ 독일 시민들은 반문한다.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은 장학금이 아니라 돈을 빌려준다. 이자도 시중금리보다 최소한 2~3% 높다. 시장원칙을 따라 그리스 경제가 좋지 않고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이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커 대출 이자도 높아졌다. 그러나 일단 독일이 그리스나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구제금융 3국에 빌려준 돈이 적어도 500억 유로(우리돈으로 약 75조원 정도) 된다. 앞으로 경제위기가 악화되고 현재대로 구제금융을 제공한다면 이 액수는 더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자국의 복지나 다른 곳에 투자해 주기를 원한다.
지난 60여 년 간 유럽통합의 성공으로 유럽은 전쟁의 땅에서 평화의 땅으로 탈바꿈했다. 그런데 이번 유로존의 경제위기는 민족주의라는 쫒아 내버렸다고 생각한 ‘지니’를 유럽에 다시 불러왔다. 항아리 속에서 나온 지니를 다시 집어넣기가 쉽지 않다. 주인이 지니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거나 통제할 의지가 별로 없다.

민간 금융기관의 손실 부담이 관건...약간의 진전 기미 있어
상황이 상당히 심각한데 유로존의 주요 회원국인 독일과 프랑스,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는 이제까지 대부분 임기응변식의 대응책만을 쏟아 냈다.
일단 그리스는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사실상 지급불능의 상태에 가깝다. 지난 3월말 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 부문의 부채가 159%다. 아무리 구제금융을 지원해주어도 그리스는 상당 부분의 지원금을 이자상환에 써야 한다. 그런데 증세와 공공 부문의 개혁, 경쟁력 회복에 따른 수출 증대가 제대로 시행되어 효과를 내려면 최소한 4~5년은 걸린다. 이런 개혁이 현재까지 지지부진한데 아무리 많은 돈을 추가로 지원해 주어도 이는 그리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 못한다.
따라서 그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데 다행히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뒤늦게나마 근본적인 해결책에서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 우선 그리스 국채의 만기 연장과 일부 부채 탕감이다. 주로 프랑스와 독일 등 유로존 민간 금융기관이 23%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 채권자인 프랑스 은행들을 중심으로 일부 독일 은행도 2014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 채권을 연장해주고 30년 만기의 신규 채권을 받는 안을 수용할지를 논의중이다. 몇몇 금융기관들은 30년이 너무 길다며 이 기한의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금융기관들이 만기연장에 합의한다면 다음 단계는 그리스 국채의 일부 탕감이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그리스의 공공 부채를 줄여줘야 한다. 이래야만 그리스는 구제금융의 상당액을 이자로 상환하는데 드는 돈을 줄이고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혹은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미 콜롬비아대학교 교수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의 금리를 대폭 인하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독일 10년 국채의 이자는 3.5%인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금리는 6%가 넘는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이자를 3.5% 정도로 해줘야 그리스가 구조조정을 하고 산업 경쟁력을 갖춰 다시 금융시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달 중순쯤에 유로존 금융기관에 대한 2차 스트레스 테스트(자본 충족성) 결과가 발표된다. 지난해 6월 발표된 1차 테스트 결과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근거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매우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2차 결과가 여러 가지 위험 요인을 제대로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증자 및 합병 등의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유로존은 어느 정도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또 그리스 등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4400억 유로)도 좀 더 유연성있게 운용방식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위기 발생국에 긴축재정을 조건으로 사후 지원에 그치고 있는데 사전적 예방 기능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제안들은 그동안 EU 차원에서 종종 논의가 되어 왔다. 그러나 그리스 위기가 점차 심각해짐에 따라 미약하나다 문제해결 방향으로 결과가 나왔다. 그리스가 채무불능의 상황에 빠진다면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등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나라도 연쇄적으로 경제위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 아직까지는 안전하다고 여겨진 스페인으로의 경제위기 전염 가능성도 점차 더 높아질 수 있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듯이 만약에 그리스나 구제금융을 제공 받은 일부 주변부 EU 국가들이 유로존에서 탈퇴한다면(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함) 이는 유로존 붕괴, 나아가 유럽통합이 크게 후퇴하게 된다. 유로존의 붕괴까지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이번 위기에서 유로존 정치지도자들이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근시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힘을 모으기를 기대해본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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