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건하려면 중국과 전략적인 경제관계 맺어야”
일 재계, 현실을 인정하며 정치권에 큰 틀에서 리더십 주문
일-중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용일, 용중 정책으로 대응해야
지난 3월 11일 일본을 강타한 지진과 해일,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경제적 피해는 물론 일본이라는 국가 이미지에도 엄청난 타격을 안겨 주었다. 지진에 철처히 대비해 있다는 일본의 국가 브랜드는 여지없이 무너졌고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안일한 대처도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도쿄전력의 대응은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가 재건하려면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할까? 일본 재계에서는 중국과 전략적인 경제관계를 맺는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 아시히신문의 편집국장을 지냈던 요이치 푸나바시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책은?
피해 규모 3천억 달러에서 8천억 달러까지 다양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는 여러 가지 분야에 걸쳐 있다. 도로와 다리 등 인프라 시설의 파괴, 전략 공급의 차질에 따른 산업에 미치는 피해, 주택과 기업시설의 파괴 등 다양하다. 일본 정부는 약 25조 엔(3천90억 달러의 피해, 우리 돈으로 약 339조원, 올 해 우리 예산은 300조 원 정도임)의 피해 규모를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High Frequency Economics)는 6천억~8천억 달러로 추정했다. 반면에 골드만삭스는 2000억 달러, 세계은행(World Bank)은 2천350억 달러로 각각 추산했다. 지진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최소한 0.5% 정도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의 와중에, 그리고 잦은 총리 교체 등으로 경제와 정치가 그리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재앙이 발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은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전략적인 경제 관계를 체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본 재계로부터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제까지 일본 굴지의 대기업은 핵심 부품공장을 자국에 두고 중국에는 최종 조립라인 정도를 운영했다. 그런데 이번 지진으로 혼다자동차의 부품공장이 있는 도후쿠 지역이 타격을 받았다. 당연히 중국 공장의 자동차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일본 기업인들은 따라서 이번 기회에 핵심 부품공장을 여러 국가로 다변화하고 중국에도 설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공개적으로 이런 핵심 공장마저 중국으로 이전한다고 하면 국내의 반발이 클 것이기 때문에 사석에서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중국과의 전략적인 경제관계 형성에는 장애물이 많이 있다. 일본 국내의 반중국 감정, 그리고 정치권이 이를 자주 선거 등에 이용한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등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반일이 외교정책에 들어가 있다. 만약에 양국 간의 경제적 관계가 심화․확대되어 인수합병이 빈번하게 이뤄진다면 이 때에도 일본에서반중국 감정이 치솟을 것이다. 1980년대 말 일본이 맨해턴의 부동산과 헐리우드의 스튜디오를 매입했을 때 미국에서 일었던 ‘일본 때리기’(Japan-bashing)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간다. 빈번하게 교체되는 일본의 정치 지도자(총리 등)들도 지속적인 대중국 외교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가 필요함을 깨닫고 전략적인 관계 형성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요인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재건에는 중국 시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푸나바시 전 편집국장의 견해다.
샌드위치 신세인 우리의 정책 대응은?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이 국제정치의 주요 문제로 대두하면서 우리의 정책대응도 관심거리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떠한 정책 대응이 필요할까?
우선 양자관계의 축(앵커, anchor)으로 한미관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심화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라는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는 한 우리의 자체적인 철저한 준비는 물론이고 미국과의 관계유지는 필수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일본과도 전략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이냐 일본이냐가 아니라 중국과 일본 모두 다 우리에게 필요하다. 중국이라는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고 드넓은 시장을 가진 이웃, 그리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 그리고 첨단 기술의 일본을 다 붙잡아야 한다. 극일이나 극중이 아니라 ‘용일’(用日)이나 ‘용중’의 전략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의 일관된 정책 입안과 실행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재계와 시민단체, 학계도 일본과 중국의 파트너들과 관계를 확대해 양국 관계의 틀을 넓히고 굳건히 해야 한다. 관계는 말로 유지되거나 공고해지지 않는다. 많은 노력과 공을 들이고 가꿔야 한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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