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5일 화요일

유럽연합(EU), 경제위기로 민족주의 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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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경제위기로 민족주의 발호
회원국 끼리 난민 수용 할당 두고 갈등
그리스는 매일 시위중...

‘유럽 각 국에서 민족주의라는 지니(genie, 아라비안나이트의 항아리 요정으로 주인이 부르면 항아리에서 나와 요술을 부려 주인의 소원을 들어줌)가 다시 나왔다. 어떻게 누가 이 요정을 항아리에 다시 담을 수 있을까?’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받고 그리스는 다시 추가 구제금융을 받아야 국가부도를 피할 수 있는데 그리스 내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그리스 시민들은 정부의 복지 축소에 반대해 거의 매일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도 아테네 시내 곳곳에 경찰이 거의 매일 비상대기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튀니지아와 리비아에서 민주 혁명이 일어나면서 북아프리카 사람들이 쪽배를 타고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으로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양국은 이 난민들을 서로 못 받겠다고 아우성이다. 경제위기로 자국도 어려운데 왜 다른 회원국들이 자기들 생각만 하고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을 나누어 맡아주는데 나서지 않느냐고 이탈리아가 푸념하고 있다.
유럽통합으로 민족주의라는 ‘지니’를 제어했다고 여겼는데 유럽통합과정 중 최대의 위기인 현재 이 지니가 다시 발호하고 있다. 과연 누가 어떻게 이 지니를 다시 항아리로 넣어 잠재울 수 있을까?

민족주의 순치에 성공한 유럽통합...그러나
민족주의는 많은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는 다의적인 용어이다. 그러나 민족의 독립과 번영을 위하는 정책으로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이러한 정책이 호전적으로 될 경우 침략전쟁도 민족주의의 미명아래 미화된다. 19세기나 20세기 초 유럽에서, 그리고 일본의 대동아공영권 건설을 위한 2차대전도 호전적인 민족주의가 발현된 것이다.
유럽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가장 먼저 근대 민족국가를 확립했다. 중앙집권적인 왕권을 바탕으로 국고를 튼튼히 했고 두 나라가 수많은 전쟁을 벌였다. 19세기 초 거의 15년간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영국의 무역을 봉쇄하고 영국을 궤멸시키려 시도했는데 실패했다. 마찬가지로 독일의 히틀러도 이차대전 중 영국을 공습하고 이어 점령하려 했다. 그러나 영국 전투(Battle of Britain)에서 영국의 조종사들이 독일의 공군(Luftwaffe)을 물리쳐 영국은 나치의 점령을 받지 않았다.
1, 2차대전을 거치면서 이처럼 호전적인 민족주의의 폐해를 뼈저리게 체험한 프랑스, 베네룩스 3국 등이 유럽통합에 적극 나섰다. 서독은 2차대전 종전 후 미군정의 점령을 받으며 3D 정책(민주화, 탈나치화, 탈중앙집권화, democratization, denazification, decentralization)을 강요받고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유럽의 중앙에 위치한 너무 강력한 국가가 유럽의 평화를 교란했기 때문에 국토가 분단되었다.
국토를 분단당한 서독은 유럽통합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유럽통합에 적극 나서 국제사회에서 믿을만한 국가로 인정 받았다. 그리고 유럽통합이 진전되면서 유럽공동체(차후 유럽연합) 회원국 간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독일 경제도 급성장했다. 이 때문에 흔히 유럽통합이 (호전적인) 민족주의를 길들였다(taming militant nationalism)고 한다. 민족주의라는 괴물을 없앨 수 는 없다. 발현 양식이 다를 수 있지만 민족국가가 존재하는 한 민족주의는 항상 우리 곁에 있다. 문제는 이를 제대로 제어하느냐 이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이러한 성공적인 유럽통합의 민족주의 제어 모델이 도전을 받고 있다.
헬무트 콜, “유럽통합이 멈추면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1982년부터 1998년까지 독일의 총리를 역임한 헬무트 콜(Helmut Kohl)은 유럽통합이 멈추면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연설에서 자주 말한 곤 했다. 2차 대전 때 프랑스와의 국경도시 루드비히스하펜(Ludwigshafen)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전쟁의 참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에게 유럽통합은 실존의 문제였다. 그런 그가 지난 달 수년 만에 공개연설을 했다. 1998년 총선에서 패배 후 얼마 안 있어 비자금 스캔들로 그는 정계에서 은퇴했다. 그러나 유럽통합이 위기에 빠지면서 다시 한 번 그 같은 원로 정치인의 목소리가 절실히 필요했다. 때마침 콜은 지난 4월 팔순을 맞았고 그의 팔순 잔치는 고향인 라인란트-팔츠 주에서 많은 유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는 “그리스 지원이 독일의 국익이다”라는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스를 지원하지 않고 그리스가 도산한다면 이는 유럽통합에 말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치고 나아가 유럽이 불안해지고 그간의 통합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민족주의가 다시 발호할 것이다라는 의미다.
현재 유럽연합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대 경제대국이자 유럽을 이끌고 있는 독일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의 가장 큰 우선순위는 특정 정책이 선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이다. 독일 시민의 2/3가 밑빠진 독에 물 퍼붓기 식으로 자국의 혈세로 그리스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독일이 계속 머뭇거리고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는 한 독일이 부담할 액수는 더 커지고 나아가 유럽통합이 더 큰 어려움에 빠진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민족주의라는 지니가 유럽을 휩쓸고 다니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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