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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3일 수요일
음악과 와인,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김현정 님과 함께
유로저널: 런던에서 카운슬 소속 음악교사로 활동하시면서, 또 한국인으로는 정말 드물게 와인샵에서Wine Adviser로 근무하고 계신 김현정 님을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성악과를 졸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먼저 어떻게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되셨는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김현정: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또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성악과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성악과 재학 시절 많은 갈등을 겪었답니다. 막상 성악과에 입학하고 보니, 당시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전공자가 되는 것은 음악을 즐긴다는 느낌이 없고, 너무나 딱딱한 일이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막상 성악을 전공했지만, 성악을 직업으로 갖기는 싫었습니다. 물론 당시 저의 착오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제가 느낀 클래식 음악계는 너무 딱딱했고, 그래서 2학년 때 대학을 그만두려고까지 했습니다. 다행히 교수님께서 무엇을 하든 한국 사회는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니 학교는 마치라고 다독여 주시면서 저를 지도해주셔서 다행히 대학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유로저널: 2005년에 갑작스레 영국행을 택하셨는데요?
김현정: 일단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의 삶을 동경했었고, 또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바램이 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밴드 음악에도 관심이 참 많았고요. 그래서 어학연수로 영국행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영국을 한 번 경험하고 싶다는 단순한 바램이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게 영국에 와서 현지 록밴드에서 유일한 한국인 멤버로 활동하셨습니다.
김현정: 정말 우연치 않게 영국에서 인디 록밴드를 하는 영국인 친구를 만났고, 그 밴드에서 키보드 연주을 맡아서 활동했습니다. 2년 간 200회가 넘는 공연을 하는 등 열심히 했지만, 아쉽게도 저희 밴드는 제대로 된 계약을 따내지 못했고, 멤버들은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했어야 했기에 그런 열악한 상황에 지친 멤버들이 한 명씩 탈퇴했고, 결국 해체 수순을 밟았습니다.
유로저널: 음향, 영상 분야 전문 교육기관으로 유명한 런던 SAE Institute에서 영화 공부도 하셨는데요.
김현정: 당시 밴드를 하던 중 계속해서 런던에서 머물면서 활동은 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비자를 연장했어야 했기에 어학 연수를 더 할지, 아니면 다른 공부를 할 지 고민하던 중, 저희 밴드 멤버가 음향을 공부해볼 것을 권유하더군요. SAE Institute에 갔더니 마침 디지털 영화학과가 있는데, 거기서는 영화도 다루고 음향도 다루고 있어서, 이왕이면 둘 다 배우자는 생각에 디지털 영화학과를 이수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와인 일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요?
김현정: 어학연수 시절 밴드를 하면서도 다양한 파트타임 일을 했었는데, 하루는 런던 시티 지역에 위치한 Bedales LTD Wine Shops라는 와인샵에서 일하는 친구가 전화와서 일이 너무 바쁘니 하루만 와서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가서 그냥 와인잔만 닦는 단순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도 그 와인샵에서 직원들의 결근이 이어지는 등 사정이 생겨서 제게 하루만 더 와서 일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고, 그래서 아예 다른 파트타임 일을 그만두고 와인샵에 정식으로 취직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새로운 것을 배워본다는 생각이었죠.
유로저널: 그러다가 와인 전문 자격증 공부까지 하셨는데요.
김현정: 저희 와인샵의 Wine Adviser들이 자꾸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다보니, 어느새 제가 매니저 다음으로 저희 샵에서 넘버2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매니저께서 제가 저희 샵에서 오래 일을 했으니 정식으로 와인을 배워야 하지 않겠느냐며 제안을 하셨고, 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업을 지원받아 와인 및 주류 정식 교육기관인 Wine & Spirits Education Trust에서 와인 전문가 과정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Wine & Spirits Education Trust는 어떤 기관인지, 어떤 교육과정들이 있는지요?
김현정: Wine & Spirits Education Trust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와인 및 주류 교육기관입니다. 총 5개의 학업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과정들을 모두 통과하면 정식 석사 학위가 나옵니다. 저는 현재 3개 과정까지 이수한 상태입니다. 여기서는 세계 지리 및 기후에 따른 와인의 종류와 특성, 그리고 포도 품종에 대해서도 공부합니다. 같은 포도 품종인데도 지역과 기후에 따라 다른 와인이 나오거든요.
유로저널: 이렇게 와인을 공부하고 와인샵에서 일을 하려면 술 좋아하셔야겠는데요?
김현정: 술은 그냥 간단히 즐기는 정도일 뿐입니다. 와인을 공부하면서 양주도 같이 배웠어야 했는데, 하루는 양주 시음을 하는데 아침 9시부터 보드카 마셔야 했던 적도 있었답니다. (웃음)
유로저널: Wine Adviser는 어떤 일을 주로 하는지요?
김현정: Wine Adviser는 기본적으로 와인 판매, 와인 시음회 주관을 합니다. 와인 시음회는 주로 개별 고객이나 아니면 도매업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지고요.
유로저널: Wine Adviser로서 한인 독자분들을 위해 와인 선택 시 조언 하나만 부탁드립니다.
김현정: 외국인이 우리 한국의 된장찌개 맛을 모르는 것처럼, 우리는 아직 와인의 맛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본인의 입맛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다양한 와인을 시도하다 보면, 점차 본인이 선택한 와인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각 와인들의 차이도 느끼게 되고, 그러면서 본인이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와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유로저널: Wine Adviser로 일하는 것의 장단점은?
김현정: 일단 와인을 많이 마셔볼 수 있어서 좋고요. (웃음) 와인을 처음 공부할 때 강사분께서 와인을 공부하면 세계를 여행하는 것과 같다고 하셨는데, 처음에는 너무 과장처럼 들렸지만 막상 와인을 공부하고 와인 일을 하다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세계 각국의 와인을 만나면서 그 나라들의 특성과 식문화에 대해 알게 됩니다. 또, 와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프랑스어나 이태리어, 독일어 등 여러 외국어도 조금씩 익히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악을 하면서 딕션을 공부했던 게 와인 일을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와인이 익숙하지 않은 동양인이기에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유로저널: 실제로 와인샵에서 근무하시던 중 슬럼프도 겪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김현정: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무래도 제가 동양인이다 보니 저를 못 미더워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와인샵은 런던 금융가인 시티 지역에 있는 관계로, 손님들 대부분이 까다로운 본토 영국인들이었습니다. 영국인들 특성 상 대놓고 티를 내지는 않지만, 저를 못미더워 하는 게 느껴지더군요. 마침 제 라이벌인 이태리인 직원이 있었는데, 회사는 그 친구를 밀어주려는 것 같았고, 그래서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이렇게 차별을 받으면서 계속 와인 일을 해야 할지 갈등이 되더군요.
유로저널: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김현정: 한 번은 그 이태리 직원과 실력을 대결할 기회가 생겼는데, 와인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그 친구는 요점 없이 두리뭉실하게 하더군요. 그에 비해 저는 정말 꼼꼼히 준비해서 정확하게 설명을 했고, 그 일을 계기로 저는 샵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게 되었고, 그 친구는 다른 지점으로 옮겨가면서 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웃음)
유로저널: 와인 커리어와는 별개로 영국에서 정식 음악교사 자격증도 따셨는데요?
김현정: 앞서 언급했던 슬럼프 시절, 하루는 어떤 손님이 제가 밴드에서 활동했던 것을 기억하시고 알아보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분과 대화를 하면서 제가 겪는 슬럼프를 비롯 하소연을 했더니, 이 분께서 음악교사 교육과정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제게 음악의 끈을 놓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그 얘기를 듣고서 음악교사 교육과정을 이수했고, 저는 현재 영국에서 16세 이상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음악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영국에서 정식 음악교사를 경험하신 바, 한국과 영국의 음악교육의 차이점을 느끼셨다면?
김현정: 그 과정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가 매우 어려운 반면, 영국에서는 전체 과정을 매우 길게 보기 때문에 각 단계들이 제법 수월합니다. 또, 개인적인 차이들은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테크닉이 좋고 이해력이 빠르지만, 창의력이나 표현력이 좀 부족한 반면, 영국 학생들은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음악과 와인이라는 전혀 다른 두 마리 토끼를 쫓고 계신데요, 음악과 와인의 공통점은?
김현정: 일단, 둘 다 맛을 알면 끊을 수가 없습니다. (웃음) 음악과 와인 둘 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자신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합니다. 또, 전통적인 것(클래식)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음악과 와인 둘 다 즐길 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계획과 꿈을 갖고 계신지요?
김현정: 운 좋게도 저는 항상 좋은 사람들과 훌륭한 은사님들을 만나왔습니다. 아직도 초, 중, 고등학교, 또 대학교 은사님들과 안부를 전하며 지냅니다. 그렇게 좋은 가르침을 받은 만큼, 저도 제가 가진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과 와인을 가르치는 영향력 있는 교육자가 되는 게 제 최종 꿈입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멋진 꿈을 계속해서 펼쳐가시길 바랍니다.
김현정
- 신라대학교 성악과 졸업
- 런던 SAE Institute
디지털 영화 제작과정 수료
- British Academy of New Music,
영국 음악교사 자격증 이수
- Wine & Spirits Education Trust,
영국 와인 전문 자격증 이수
- 런던에서 활동하는 록밴드에서
키보드 주자로 활동
- East London Choir 합창단에서
유일한 한국인 단원으로 활동
- 현재 런던에서 음악교사 및
Wine Adviser로 활동 중
영국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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