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이스부륵시청 황금의 책(goldenes Buch)에 한국인 2명 서명.
지난 9월 16일 금요일 17시, 두이스부륵시(市) 시청(Rathaus)에서는 두이스부륵 시장 자우어란트(Sauerland), 전 국회의장 리타 쥬스무트(Rita Suessmuth), 각계인사와 언론인, 친지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8개국(한국, 터키, 그리스, 스페인, 마로코, 이탈리아, 크로아티엔, 보스네엔 헤르체고비나)에서 온 1세대 외국인 노동자 55명이 goldenes Buch에 서명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골덴네스 부흐는 도시마다 특별한 귀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 서명하는 방명록으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이날 한국인도 함께 하게 되어 독일을 비롯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방명록은 방문객의 서명과 날자 그리고 방문 내용이 수록된다. 방문록 책 가장자리와 책갈피 줄은 황금으로 입혀 있다.
지금부터 약 50년 전 독일은 여러 나라와 노동협정조약을 맺었다. (1955년- 이탈리아, 1960년- 스페인과 그리스, 1961년 10월- 터키, 그 후 1968년도까지 마로코, 포르투갈, 투네지엔, 한국, 전 유고슬라비아)
독일과 노동협정조약을 맺은 나라의 많은 노동자들(약1천4백만)이 내독하였고, 그 중에는 가정을 이루고 독일에 머물면서 독일 시민으로 전환한 가정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광부와 간호사가 왔었고 1974년대에 마지막으로 독일로 오는 길이 막혔다.
두이스부륵시는 독일 중서부(Nordrhein-Westfalen) 주에 있는 철강산업 도시로 라인 강의 항구가 있고 독일에서 15번째 가는 큰 도시이다. 총 면적 232.81 제곱 킬로미터로 인구 약 50만 명 중에 약16만 명이 외국인이며 그 중 약 7천5백만 명이 외국여권을 갖고 있고(두이스부륵 시민의15%) 그 외에는 독일시민으로 귀환했다.
이날 행사는 먼저 아리랑 무용단(단장 서정숙)의 박정숙, 서신선, 이량자, 정인숙 단원이 고운 한복을 입고 시청 앞에서 모듬북을 치면서 손님들을 환영회로 맞이했다.
순서는 두이스부륵 시 자우어란트(Sauerland) 시장의 인사, 전 국회의장 Rita Suessmuth의 격려사, 골덴네스부흐에 서명, 증명서(Urkunde)와 메달 증정이 있은 후, 터키 혈통의 2세대 출신인 어즈말 여사(외국인동화정책 수석담당관)가 "오늘 우리들이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큰 용기와 노력으로 개척해 주신 부모님 세대에 감사한다"는 말로 1부 행사를 마치고 저녁 만찬에 들어갔다.
자우어란트(Sauerland) 시장은 "단지 여행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온 외국 노동자들이 지금은 두이스부륵 시에서 자리 잡고 잘 살고 있다. 물론 독일 시민과 이웃하여 어울리며 화합하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숨길 수는 없지만 이 문제점을 두이스부륵의 주제 테마로 할 필요는 없다. 이 외국 노동자들의 노력과 힘으로 전 독일 시민이 잘 살게 되고 독일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전 국회의장 리타 쥬스무트(Rita Suessmuth)는 "노동은 합동 협력하는 인간문화의 한 부분이기에 이들이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하여 일 한 것 이상으로 전 국민이 잘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인간 관계는 어느 나라 출신을 따지는 것보다 서로 미래의 넉넉하고 안정된 생활을 취하는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소설가 막스 프리쉬(Max Frisch)의 말에 '우리는 노동자를 원했는데 찾아 온 사람은 인간이었다(Wir haben Arbeitskräfte gerufen, gekommen sind Menschen)'고 언급했다.
서명한 55명이 감사장과 두이스부륵의 바펜(Wappen)이 명시된 메달을 두이스부륵 시장으로부터 수여 받고 그 대표가 감사의 말로 인사했다.
저녁 만찬은 화려한 뷔페 식으로 "Regenbogen" 악단의 노래를 뒤 배경으로 하며, 즐겁고 다양한 소재로 담화가 오갔으며 국제적이면서도 한 가정과 같이 온화한 분위기였다.
1970년대 조국의 가난을 이기고자 우리의 젊은 청춘을 머나먼 독일 땅에서 보내고
마치 묘목을 옮겨 심은 어린 나무가 낯선 땅에 적응하여 뿌리를 펴고 가지를 뻗어 잎을 만들고 무성히 자라 풍성한 열매를 맺고 난 고목처럼, 순진한 한국의 천사들이 부모 형제를 돕기 위해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한 아름의 꿈과 희망을 안고 호기심 가득한 가슴을 펼치며 간호사의 자긍심으로 지구의 반대쪽 나라 낯 설고 물 설은 유럽 독일로 날아왔다.
이젠 어언 40년 가까운 긴 세월이 흘렀고 한 그루의 고목이 되어 제2의 고향으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고, 온갖 비바람 거센 풍파도 거뜬히 이겨내며 가정을 이루었고, 알알이 맺은 열매 같은 현명한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 사회에 진출시키고, 독일 사회에 우리의 문화를 알리고 조국의 위상을 높이며 사회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낸 보람으로 goldenes Buch에 서명한 것은 우리 한국인 모두가 자랑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에 한국인으로 황금의 책에 서명한 서신선 씨와 이량자 씨는 1973년도에 파독 간호사로 와서 독일인과 결혼하여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1997년도에 동료(이월선 여사)와 함께 모국어 수업을 위해 주 정부로부터 한글학교를 모국어 수업학교로 인정 받게 했다. 그 공로로 1998년도에 서신선 씨는 한국 교육원장의 감사장(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두 사람은 두이스부륵 한글학교와 두이스부륵 한인회 역사에 없어서는 안 될 장과 임원으로 봉사했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현재는 아리랑 무용단 단원으로 에센 한인문화회관(광부기념회관) 과 두이스부륵 시에서 연습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독일에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10월31일에도 두이스부륵 시가 독일 노동 이주협정 체결 50주년 행사가 있는데 아리랑 무용단에서 함께 한다. (20시 두이스부륵 시, 오페라하우스-Stadttheater)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교민사회에서 누가 우리처럼 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며 신문에 내는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을 잘 아는 기자는 한글학교, 교회, 한인회, 간호사회, 동문회 등 어디서나 그녀들은 사심 없이 앞에서보다 뒤에서 봉사하는 모습이 아름다웠고, 그런 자들이 독일 땅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게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