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7일 수요일

구세주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

구세주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 대량 매입으로 양국 국채금리 5%로 떨어져
매입 중단시 금리 오르면 양국의 운명은?

독일 등 유로존(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가운데 유로화를 도입한 17개 회원국) 주요 회원국들이 위기 해결의 근본 대책을 미루고 있는 사이 구세주로 나선 것이 유럽중앙은행(ECB)이다.
유로존 3·4위의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금리가 8월 초 한 때 6%를 넘으면서 경제위기가 번져갈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러자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8일부터 열흘간 두 나라 국채를 220억 유로(우리 돈으로 30조 원 정도)대량으로 사들였다. 사상 최대 규모이다. 이에 따라 양국의 국채금리는 5%대로 떨어졌지만, 이런 긴급 처방의 '약효'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유럽중앙은행의 구세주 역할은 언제까지 가능할까?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스페인, 이탈리아는 대마불사보다 '대마불구'(大馬不救)
앞으로 유로존의 위기는 최소한 2~3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통합 60여 년이 넘는 역사에서 최악의 위기인 이 위기가 통합에 미치는 영향은 10~20년이 넘을 것이다. 통합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것이 전쟁에서 전략과 전술을 배웠다고 친다면 필자는 시장과 국가가 벌이는 혈투를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관찰자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위기의 유형과 해결방안 등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분석할 따름이다.
ECB의 실탄인 자본이 한계가 있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무한정 매입할 수는 없다. 만약에 ECB가 양국의 국채매입을 중단하고 두 나라의 국채금리가 다시 6%를 넘어 계속 치솟는다면 유로존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이제까지 구제금융 3국(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경제규모는 유로존 전체의 6% 남짓이지만 스페인은 11.6%, 이탈리아는 20%에 이른다. 만약에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면 이탈리아도 위험해진다. 스페인 구제에 이탈리아도 독일, 프랑스에 이어 많은 자금을 제공해야 하지만 이탈리아의 경제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어 그럴 수가 없다. 두 나라 모두 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기보다 대마불구(too big to rescue)에 가깝다. 이처럼 유로존의 운명은 필연적으로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ECB가 구세주로 나섰지마나 그 역할은 제한적이다.
이럴 때 위기 해결의 방안의 하나로 제안된 것이 유로존의 단일 채권인 '유로본드(Eurobond)'다. 현재 유로존의 17개 회원국들은 각자 독자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포기하고 유로존 단위의 단일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유로본드의 구상이다. 이는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분야가 통합하는, 획기적인 진전이다. 누가 유로본드를 발행하고 누가 이를 관리할 것인가? 아무래도 조그만 기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유럽통합은 위기를 통해 조그만 기구를 만들고 이 기구가 활동하면서 하는 형태를 보였다.
물론 유로본드를 발행할 경우 독일은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현재 독일정부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3%선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5.5% 내외다. 그리스나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동일 만기의 국채 금리는 최소한 15%가 넘는다. 투자자들이 한 나라의 경제상황을 좋지 않게 볼수록 국채금리는 높아진다. 독일의 입장에서는 유로본드를 발행할 경우 금리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유로본드의 도입이 독일에게도 유리하다. 유로존 전체는 하나의 채권을 발행해 다른 회원국의 채무를 공동으로 지급보증해주는 셈이 된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구제금융을 줄 필요가 없게 된다. 현재 위기가 지속되는 이유도 경제 기초가 취약한 국가의 채무 상환 가능성이 낮다고 투자자들이 여기기 때문이다.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시민의 60% 정도가 그리스에 추가로 구제금융을 주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 위기가 심각하고 신속한 정책결정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지만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너무 여론에 휘둘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작 여론을 설득해 여론 형성을 주도해야 하는데 말이다. 분명한 것은 유로존의 안정이 독일의 국익이라는 점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경제가 허약한 나라를 언제까지나 지원해줄 것인가? 이보다 운명 공동체로 단단하게 엮어 모든 회원국들이 지급보증을 서는 것이 독일에게는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유럽통합은 위기 극복의 역사이다. 대개 막판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쟁점에 대해 회원국 수반들이 극적으로 타협을 이룬 예가 많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경제위기 전염이 가시화되면 이런 결단의 순간은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문제는 정책 결정과 실행의 타이밍이다. 유로존 지도자들이 막상 결정을 내리고 실행을 한다 해도 이미 시장이 과민 반응해서 대책이 아무런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에 이어 우리에게 제 2의 수출시장이다. 또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에 들어온 외국계 자금 가운데 절반이 유럽계이다. EU와 유로존 위기가 악화되면 이런 자금의 급속한 유출 가능성은 높아진다. 면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더구나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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