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본드, 만병통치약 아니다
도입 합의해도 운영의 틀 갖추려면 최소한 몇 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유로존에서 ‘저주의 8월’이 지나갔고 이제 뜨거운 9월이다. 보통 긴 여름 휴가로 조용한 유럽의 관가였지만 지난달 초반에는 ‘저주의 8월’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달 초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금리가 6%를 넘으면서 경제위기가 유로존 3위, 4위 국가로 번지는 것이 아니랴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행이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이 두 나라의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해 국채금리가 인하되어 한숨 돌렸다.
이제 9월은 유로존 주요 회원국에서 경제위기 대책, 정확하게 말하면 구제금융 3국의 추가지원을 두고 더 논란이 일어날 것이다. 4400억 규모의 유로존 구제금융 펀드(유럽금융안정기금, 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 EFSF)에 유로존 회원국들이 경제력 규모에 맞게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 독일은 1/4이 넘는 1200억 유로의 지급보증을 했다. 그런데 지난 7월 21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에서 EFSF의 권한을 확대했다. 구제금융을 받지 않는 국가에도 단기대출을 해줄 수 있고 위기를 겪기 전 에도 대출이 가능하다. 회원국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결정이어 유로존 회원국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독일은 29일 연방하원에서 표결할 듯
이런 상황에서 독일 연방하원은 29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EFSF의 권한확대를 표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집권여당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 바이에른주에 기반을 둔 기독교사회당, 그리고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이다. FDP는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져 현재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독일 기본법(헌법)은 정당의 득표율이 5%가 넘어야 의회에 진출할 수 있게 규정했다. 2013년 예정된 총선에서도 이런 득표율을 얻는다면 자민당은 의회에 진출하지 못한다. 친기업적인 자유민주당은 득표율 만회를 위해 점차 유럽통합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여당은 20석의 과반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23명의 기민당 의원들이 반대하겠다고 한다. 자민당을 제외하고 벌써 과반을 넘어 이대로라면 EFSF의 권한 확대는 독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다. 만약에 독일 의회가 EFSF의 권한 확대를 표결에서 거부한다면?
반대로 야당인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은 메르켈 총리의 유럽통합 정책이 너무 조심스럽다며 적극적으로 유로존 위기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해왔다.
29일 하원 표결은 토론이 격렬해지더라도 현재로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통과가 되더라도 유로존 위기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로본드(Eurobond) 도입은 산 넘어 산
17개 유로존 회원국(단일화폐 유로를 도입한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7개 회원국)이 설령 유로본드 도입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실행에는 최소한 몇 년이 걸린다.
현재 17개 유로존 회원국들은 각 국이 채권을 발행한다. 독일 연방정부의 채권은 분트(Bund)라 불리는데 10년 만기 분트의 금리는 현재 2%를 조금 넘는다. 미 연방정부의 채권과 거의 비슷한데 그만큼 투자자들은 미국이나 독일 정부가 파산할 염려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일년에 2%의 금리를 주어도 이런 국채를 매입한다. 반면에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나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8%가 넘는다. 이런 금리를 주고 국채를 매각하려 해도 사는 투자자가 거의 없고 자금조달이 어려워 3국이 유로존에 손을 벌리게 되었다.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로존을 강타하기 전까지 그리스나 포르투갈의 국채금리는 독일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유로존이 경제위기라고 여기지 않았고 어차피 독일이 암묵적으로 다른 회원국의 국채도 지급보증을 해주리라 여겼다. 그런데 이런 암묵적인 가정이 경제위기 이후 가차없이 깨져 버렸다. 독일은 왜 우리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흥청망청 써버려 경제를 망가뜨린 변방국가를 구제해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해 왔다.
유로본드를 도입하면 당연히 구제금융 3국이나 경제가 취약한 다른 유로존 회원국은 국채 금리가 아주 낮아진다. 반면에 독일은 유로존 변방국가가 파산하지 않도록 명시적으로 지급보증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금리가 꽤 오르게 된다. 독일은 이런 이유로 그리고 왜 규칙을 위반하고 흥청망청 써버린 주변국가를 도와주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의 반대로(2/3가 그리스 추가지원 반대) 유로본드가 현재에는 위기의 해결책이 아니고 의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유로존 위기의 유력한 해결책의 하나로 떠오른 유로본드이지만 이 때문에 도입이 어렵다.
따라서 독일은 거의 막판 최후의 순간에, 유로본드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여길 때 유로본드 도입에 합의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결정을 내렸을 때 이미 유로존 위기가 걷잡을 수 없게 확대 되었고 너무 늦다면?
또 도입에 합의해도 누가 이런 채권을 발행하고(별도의 기구가 필요하다), 유로존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의 몇 퍼센트까지 공동 채권을 발행할지, 그리고 각 회원국의 관련 법을 고쳐야 한다. 국채발행은 회원국 고유의 재정정책의 하나인데 이를 유럽차원으로 넘겨 버리기 때문에 당연히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독일은 유로본드를 도입하려면 우선 유로존 회원국들의 재정정책을 보다 더 긴밀하게 조정해 재정정책을 수렴하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반면에 경제가 취약한 주변국들은 위기를 해결하려면 먼저 유로본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로본드 도입을 둘러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란이다. 그러나 과연 유로본드 도입이 합의될 수는 있을런지?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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