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한인합창단 창립25주년 기념음악회 대성황 이뤄
지난 주 토요일(30일) 저녁,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근처의 마테우스 교회에서 프랑크푸르트한인합창단(단장 박정숙)의 제18회 정기연주회 겸 창립 25주년 특별연주회가 개최됐다. 공연장에는 동포와 독일인 음악애호가 등 관객 400 여명이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들어 차 근래 보기드문 대성황을 이루었으며 관객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이날 음악회 지휘에는 작곡가 겸 프랑크푸르트시 오페라단원인 테너 김영식씨, 반주에는 구수경씨가 수고했다. 김영식지휘자는“뜻깊은 연주회인 만큼 한국의 민요부터 가곡, 이탈리아 칸초네, 베르디 오페라 합창곡에 이르기까지 수준 높은 곡들을 선정했으며 새 단복 맞춤, 전문적인 프로그램 제작 등, 합창단원들은 어느때 보다 각별한 마음으로 음악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첫 순서는 현대적인 작곡기법과 서정적인 감각을 지닌 두개의 가곡('오늘', '못잊어' / 한성석 작곡)과, 민요 두 곡('거제도 뱃노래', '보리타작' / 김희조 편곡) 등 네 곡의 한국노래로 시작됐다. 두 번째 순서에는 김영식반주로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의 전속 소프라노 가수 비르기트 트레샤우(독일)가 솔리스트로 등장해 '동심초'(김성태 곡)와 오페레타 ‘파가니니’에 나오는 아리아 ‘사랑이여, 그대는 지상의 천국이오’를 열창했다. 세 번째 무대는 대만인 성악가 테너 페르난도 왕의 순서. 왕은 레온카발로 작곡의 이태리 칸초네 '마티나타'와 베르디 작곡 오페라 ‘아이다’ 에 나오는 아리아, '청아한 아이다'를 화려한 고음으로 불러주어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연한 미색의 단복 차림으로 다시 등장한 합창단은 화사하고 고상한 옷차림에 어울리는 '토셀리의 세레나데'를 불러 관객들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어서 에 디 카푸아의 마라아! 마리!, 돌아오라 쏘렌토로, 그대를 사랑하기 원하오 등, 대표적인 활기찬 이탈리아 칸초네 곡들을 훌륭한 성악적 기량으로 불러주어 시원한 벨 칸토 창법의 정수를 연주했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수석을 역임한 일본가수 유미꼬 노다 씨의 '스페인 춤'(M. de Falla 곡)과 '카발레리아 루스트카나'(전원의 기사 / P. Mascagni 곡) 연주. 구수경 씨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열정적인 노래를 부른 유미꼬 노다에 이어 소프라노 이중창이 선보였다. 이미 동포사회에 잘 알려진 이연희, 임소희 두 사람은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아리아, '편지 이중창'을 유연하게 불러주었다.
그러나 이번 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베르디 오페라의 합창곡들이었다. 프랑크푸르트 한인합창단은 '운명의 힘에 나오는 거룩한 성모시여', '일 트로바토레의 집시의 합창', '아이다'의 '시녀노예들의 합창' 그리고 '나부코' 중에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등 네 곡의 불멸의 명곡들을 모두 이탈리아 원어로 불러 연주의 품격을 한층 높혔다.
기라성같은 세계의 명곡들이 한인합창단의 아름다운 화음으로 다시 태어나자 객석에서는 감동의 물결이 이어졌고 연주회 분위기는 최고조에 올랐다. 합창단은 열광하는 관객들이 보여주는 뜨거운 호응의 여세를 몰아 프로그램에 실리지 않은 '라 트라비아타', '축배의 노래'를 앵콜곡으로 선사했다. 하지만 앵콜송에 더욱 달아오른 관객들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두번 째 앵콜곡이 이어졌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 노래가 된 앵콜곡은 우리 가곡 '보리밭'(윤용하 곡). 한국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잔잔한 감동이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들며 연주회는 아쉽게 막을 내렸다.
단원들을 격려하고 앞장 서서 이끌어 온 박정숙단장은 “임원진 및 전 단원들이 뜻과 힘을 합해주었기 때문에 음악회를 잘 마칠 수 있었다”며 성공적인 기념연주회에 매우 흡족해 하는 모습이었다. 박단장은 독일인 암브로지우스씨와 함께 행사 포스터와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프랑크푸르트한인합창단은 1986년 1월에 창립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음악을 통한 한독간의 교류는 물론 민간외교사절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는 프랑크푸르트지역의 주요 문화단체로 자리매김됐다. 매년 8월 마지막 주말에 열리는 프랑크푸르트의 대표적인 인터내셔널 축제 ‘프랑크푸르트 강변축제(Museumsuferfest)’에 정기적으로 출연해 한국의 노래를 알리는가 하면, 12월에는 슈발바흐 시의 불우이웃돕기 자선음악회에도 정기적으로 초청되는 등 라인마인지역에서 실력 있는 합창단으로 명성을 높여왔다. 특히 지난 2009년 7월에는 재독한인단체로서는 처음으로 고국 초청공연의 기회를 얻어 서울, 대구(환경음악제 초청공연), 제주(국제합창제 초청공연) 등을 순회하며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선보인 바 있다.
김영식씨는 오는 5월14일(토) 19시30분, 오펜바흐 소재 St. Marienkirche (Bieberer Str. 55, 63065 Offenbach)에서 ‘한국가곡음악회’를 기획하고, Oper Frankfurt, Oper Nuernberg 등 다국적 성악가들과 교민성악동호인들이 함께 한국가곡 및 창작가곡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 김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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