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6일 수요일

[유로저널] 영국 : 음악으로 감성을 전달하는 우체부, 뮤지션 이준호 님과 함께

이준호
-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컴퓨터 음악 전공
- School Of Audio Engineering London 디플로마
- 현재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 Creative Practice 석사 재학
- 국내 가요 작/편곡, 프로듀서 활동
  이기찬 5, 6, 7, 8, 9집 co Producer & Vocal Director
  신승훈 9집, 10집 작사, 작곡, 편곡 ‘Dream of my life’
  윤종신 10집, 박미경 5집, 박정현 4집, 김범수 2집, 4집 편곡
  이정봉 5집 Producer
  이수영 2.5, 3, 4 집 작사, 작곡, 편곡 참여
  SES 4집 ‘Requiem’, ‘Red Angel’ 작사, 작곡, 편곡
  그 외 하은, KCM, 이가희, MILK, 신화, 슈퍼주니어, 등 다수 앨범 참여
- 2005년 Acid Pop Band 'Mogi' 프로듀서, 키보디스트
-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OST 참여: 수록곡 중 '고백남녀' 작곡, 편곡, 노래
- 2007년 4월 'A Letter From The Postino' 발매 (루핀 레코드)
- 2009년 7월 영국에서 'Bushey Hill Jazz House' 디지털 EP 독립적으로 발매
- 2009년 London Southbank Centre, Hayward Gallery, Bar Concrete 에서 Resident DJ
- Hillsong Church of London 키보디스트

유로저널: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언제, 어떤 계기로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부터 시작해 볼까요?

이준호: 사실, 저는 조부모님께서 뮤지션이었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주위에 늘 음악이 함께하는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테너 성악가셨고, 할머니는 피아니스트셨죠. 저는 어렸을 때 할머니와 자랐고, 기본적인 피아노를 배운 뒤에, 중학교 때 아버지께서 사주신 컴퓨터로 음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저는 실용음악이 하고 싶고, 부모님은 클래식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다행히 부모님께서는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지원을 많이 해주셨죠.

유로저널: 그럼 클래식 음대 입시생이 된 것이군요.

이준호: 네, 고등학교 시절 클래식 작곡과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음대 입시에서는 결국 다 낙방했지요. 사실, 제가 치는 피아노는 대중음악이라 클래식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밤에 교회에서 입시 연습을 하는데 자꾸 클래식을 안 하고 가요나 팝을 연습하게 되더군요. 결국 음대에 다 떨어지고 집에는 죄송해서 실용음악과에 원서를 넣겠다는 얘기도 못했는데, 아버지께서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원서를 사오셔서 넣게 되었고, 결국 합격했습니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실용음악에 전념했습니다.

유로저널: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시절은 어땠는지요?

이준호: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사실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비록 중학교 때부터 춤도 좋아하고 음악을 했지만, 그래도 나름 보수적인 모범생이었거든요. (웃음) 밴드나 록음악을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더니 정말 다양한 개성의 별의 별 학생들이 다 있더군요. 대학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다양한 음악, 다양한 뮤지션들을 경험할 수 있었고, 또 서울예대의 특성 상 자유분방하고 개성을 존중 문화 속에서 지내면서 기존의 보수적인 성향을 탈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실용음악과에서도 컴퓨터 음악을 전공하셨고, 하고 계시는 음악이 컴퓨터 음악에 기반을 둔 음악인 것 같습니다.

이준호: 제가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컴퓨터 음악 전공을 했을 때는 컴퓨터 음악 전공이 생기고서 불과 2년 차였습니다. 컴퓨터로 음악을 한다는 것이 아직 생소한 시기였던 셈이지요. 컴퓨터 음악은 컴퓨터 음악만이 낼 수 있는 고유의 소리와 고유의 리듬이 있습니다. 또, 컴퓨터 음악은 저 혼자서도 얼마든지 모든 작업을 할 수 있고, 머리 속에 있는 음악을 다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컴퓨터 음악이 부자연스럽고,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컴퓨터 음악을 하지만 제 음악에서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든 것 같은 감성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제 솔로 1집을 내면서 제 이름을 ‘포스티노(Postino)’로 정한 것도 그 까닭입니다. ‘포스티노’는 이태리어로 ‘우체부’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제 음악으로 감성을 전달하는 우체부가 되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한국에서 유명한 대중가수들의 음반에 다수 참여하셨는데요.

이준호: 본격적인 음반 작업은 대학 2학년 2학기 때 예당음향에서 나왔던 가요 리믹스 컴필레이션 음반인 ‘플래티넘 댄스’ 1집에 참여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이후 대학 동기인 가수 이기찬의 4집 공연 때 키보드 세션으로 참여했고, 이후 이기찬의 앨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런 저런 인연으로 몇몇 가수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당시 저는 불과 21세였고, 음반 작업의 프로듀서를 하기에는 어린 나이였지요. 그러다 보니 음반 녹음실 업계에 편곡자로 소문 나고, 이후 유명가수들과도 연결되었습니다. 이후 편곡자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되었고요.

유로저널: 워낙 유명가수들과 작업을 하셨으니, 계속 그 길로 갔어도 괜찮았을 텐데요.

이준호: 네, 정말 감사하게도 유명가수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졌는데, 그럼에도 결국 그것들은 제 음악은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작업을 해놓고도 완전한 만족이 없었고요. 나만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램을 늘 갖고 있었기에, 일반 가요 작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도에 대학 동기들끼리 ‘모기(Mogi)’라는 밴드를 결성했는데, 저는 여기서 프로듀싱과 키보드를 담당했고, 홍대에서 공연을 하면서 성과가 좋아서 2006년도에 앨범도 냈는데, 아쉽게도 결국 제작자의 문제로 팀이 깨졌습니다. 당시 한국의 음악 환경이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서 조금이라도 인정받기가 힘든 상황이었고, 결국 더 넓은 곳에 가서 음악을 인정받는 게 오히려 지름길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유학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중의 수준에 맞출 필요 없이, 그야말로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또 모르죠, 모기 밴드가 잘 되었더라면 굳이 유학을 떠나지 않았을 지도... (웃음)

유로저널: 솔로음반 1집 ‘A Letter from the Postino’를 이 시기에 발표하셨는데요.

이준호: 네, 본격적으로 유학 준비를 하는 중 솔로음반 포스티노 1집을 냈습니다. 가요 일을 하면서 틈틈이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들을 만들어 놓았다가, 당시 친분이 있었던 015B의 정석원 씨가 소개해준 기획사에서 음반을 내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유학을 떠날 것이기에 욕심 없이 낼 수 있었지요. 음반을 내고서 홍대 에반스에서 공연을 했는데 반응 좋았습니다. 기획사에서 유학을 떠나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이미 제 결심은 굳은 상태였고,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서 2개월 뒤에 영국 오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특별히 영국을 택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미국을 택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준호: 제가 롤모델로 삼았던 이니그마도 그렇고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음악은 다 유럽에 있었습니다. 원래는 프랑스를 가려 했는데 막상 프랑스에 가서 학교도 보고 했더니 느낌이 잘 안 오더군요. 그러다가 프랑스와 런던을 기차로 오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한국 귀국 전날 런던을 잠시 들렀습니다. 피카딜리 서커스에 가면 대형 레코드샵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 봤더니 음반 매장이 정말 활발하더군요. 또, 제가 한국에서 DJ 활동을 했던 터라 영국의 활발한 DJ 문화도 너무 마음에 들고, 결국 영국을 목적지로 수정하게 되었고, 결국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유로저널: 이번에 새 음반을 발표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준호: 네, ‘Eastern Cloud’라는 음반을 한국에서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이번 음반에는 제 친동생이 노래를 하고 있고요. 제 동생은 저와는 달리 비주얼도 되거든요. (웃음) 이번 음반에서는 80년대 뉴웨이브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했습니다. 그야말로 가요적인 가사에 가요적인 멜로디지만, 그 감수성은 제가 좋아하고 가장 많은 영향을 80년대 가요 감수성입니다. 따라서, 지금 한국의 최신 가요 감수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세대에게는 익숙하고, 신세대에게는 오히려 신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음악을 한다는 것의 장단점은?

이준호: 장점은 오직 하나, 하고 싶은 것 한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정확히 단점이라기 보다 음악을 하기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음악가는 이기적입니다.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기 만족을 위한다는 것이니까요. 특히, 결혼을 하고서는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음악은 2순위가 되기가 어렵거든요. 미래를 생각할 때는 가정을 챙기고 안정을 추구해야 하지만, 동시에 음악가는 음악을 통한 자기만족을 꾸준히 추구해야 하고, 그래서 그만큼 부지런해야 합니다. 이기적으로 자신을 챙기는 만큼 주위 사람도 챙겨야 하고요. 세계적인 재즈 기타리스트 팻 매스니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분은 완벽주의자로 음악에 있어서 철저하게 작업하는 일벌레면서도 저녁 식사는 집에서 꼭 가족과 먹고 아무리 늦게까지 작업을 해도 다음날 아침에 자녀들을 본다고 합니다. 저도 그런 부지런을 갖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웃음)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이준호: 일단은 건강관리입니다. 요즘 들어 “몸이 예전 같지 않아.”라는 어른들의 말이 제 입에서도 나오더군요. 세계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런던의 치킨윙과 맥주를 이젠 멀리하고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이 일단 중요한 계획입니다. (웃음) 영국에서 제 첫 싱글 ‘Bushey Hill Jazz House’를 발매했던 Postino Records라는 저의 독립 레이블을 점차 본격적으로 활성화 시켜볼 계획입니다. 레이블의 첫 목표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중심으로 특별한 장르 구분 없이 한국의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을 발굴해 세계로 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 환경보호 운동에 상당히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 멕시코 만에서 일어난 원유 유출사고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재앙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별 다른 경각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이런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클럽 파티나 멀티미디어 아트 등을 통해 조금 더 쉽게 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구상, 계획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캠페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언제든 저와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좋은 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준호 님의 음악과 멋진 활동을 기대하겠습니다.

이준호 님 이메일: postinorecords@gmail.com    
마이스페이스: http://www.myspace.com/postino7
유튜브 링크: http://www.youtube.com/watch?v=kfBS7HUFpOM
http://www.youtube.com/watch?v=UmPM_duYz-s&feature=related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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