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6일 수요일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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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노랠 들어도 슬프지 않아 
 아무 느낌도 없는 걸  
내 마음이 언제쯤 아팠었는지  
이젠 기억 조차 할 수가 없어  
조금씩 그렇게 무디어져 갔네

사랑마저 없으면 못 살 것 같이  
외로움에 떨던 시절에  
사랑 하나만으로 만족하고  
그저 행복하던 날도 있었지만  
이제 또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뒤돌아 볼 여유가 하나도 없이  
오늘도 하루가 가네  
변해버린 자신도 못 느끼고 
 그저 앞으로만 걸어가겠지  
한 번쯤 뒤돌아 볼만도 한데
                                  이정선

대한민국에서 통기타를 독학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이정선 기타교실
저자이자 한국 대중가요계의 대부 이정선의
상실이라는 노래 가사다.
원래부터 참 좋아하는 노래였지만, 특히 요즘에는 새삼 그 가사 내용이 너무나 공감이
가면서 가슴을 파고든다
.
아직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상을 알아갈수록,
하루 하루 살아갈수록 감성이 무디어져 간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
슬픈 노래를 들어도 슬프지 않은 채, 변해버린 자신도 못 느낀 채 그렇게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으로만 걸어가다니
...
슬픈 노래가 슬픈 게 아니라, 그렇게 슬픈 노래를 들어도 더 이상 슬프지 않게 되어버린
우리들의 메마른 가슴이 더욱 슬픈 것 같다
.
그냥 하루 하루 밥벌이에 충실하고,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높이만 올라간다고 그게
산다는 것의 전부는 아닐 텐데
, 그것들 말고도 삶을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느껴봐야 하는
많은 것들이 있는데
...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던 그 수많은 느낌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리고
, 이렇게 그저 하루 하루 밥 먹고 돈 버는 일에만 매달리는 로보트 같은 존재가
되어가는 걸까
?
그래도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서는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도 짧고, 또 이렇게 글도 쓰고
음악도 하면서 삶의 느낌들을 나름대로 잃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건만
, 그럼에도 나
역시 아주 조금씩은 그렇게 무디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
아주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어른이 된 지금은 어쩌면 유치할 수도 있는 그 오래된
영화들을 여전히 보고 또 보면서
, 예전에 봤을 때는 분명 눈물을 흘렸던 장면인데
이제는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으면 불안
(?)하기까지 하다.
음악을 할 때도, 어떤 날은 관객들 앞에서 연주를 하고 멘트를 하는데, 하는 나 자신이
별 느낌이 없을 때가 있다
.
음악에만 푹 빠져서 연주하는 동안 어느 꿈나라를 다녀온 것 같은 그 느낌을 분명
알고 있는데
, 그 느낌이 더 이상 살아나지 않고, 심지어 그 느낌을 더 이상 낼 수 없는
것은 아닌지 싶어서
, 그럴 때면 너무나 불안하고 또 속상하다.
특히,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일이 너무 많을 때는 정말 껍데기만 가지고 넋이
나간 채 연주를 할 때도 있다
. 가끔 오전에는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하다가, 반차를 내고
오후에 연주를 하러 갈 때가 있는데
, 그럴 때면 유독 그런 현상이 심하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연주가 잡힐 때는 아예 하루 휴가를 내고 나름대로 연주할 수 있는 감성을
준비
(?)하기도 한다.
그나마 나는 이렇게 글을 쓰면서, 또 음악을 하면서 뒤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참
다행인데
, 아쉽게도 요즘 세상은 우리에게 뒤돌아볼 여유를,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
그 여유는 단지 시간의 여유라기 보다는, 마음의 여유, 영혼의 여유일 것이다. 그 여유를
통해 우리는 슬픈 노래를 들으며 슬퍼할 수 있는
,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가슴이 설레일 수
있는 자유를 맛본다
.
하지만, 요즘 세상은 그런 여유가 마치 사치인 것처럼 여기게 한다. 어른이 되었는데도 밥
먹고 돈 버는 일 외에 그 어떤 다른 가치를 추구하려 하면
, 그것은 철 없는 혹은 미련한 것이
되고
, 조금이라도 남보다 빠르고 잘나야 하는 경쟁사회에서는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마음 깊은 그 곳에서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진짜 행복을
주는 것들이 무엇인지
, 그리고 살아가면서 그것들을 조금씩 잃어간다는 사실도.
여러분들은 마지막으로 슬픈 노래를 들으며 슬퍼한 적이 언제인지, 사랑 하나 만으로
만족하며 행복하던 때가 언제인지
...
혹시 그게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너무나 오래 전처럼 느껴진다면, 슬프게도 당신은 분명
그 무언가를 상실해버린 것일 게다
.
하지만,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그것들은 다만 우리 마음 깊은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뿐,
그래서 당신이 그것을 깨우기만 하면 다시 가져볼 수 있는 것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