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전선을 사수하라!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시장과 혈전 중...유로존 위기 확산 막을 수 있을까?
지난달 21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는 단일 화폐 유로를 사용하는 17개 유로존(eurozone, euro area) 회원국의 긴급 정상회의가 열렸다.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확정,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계속해서 급등함에 따라 금융위기가 소국에서 대국까지 확산된다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긴급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지난 60여 년의 유럽통합사에서 정상회의가 7월에 열린 적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7월부터 유럽은 긴 여름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쨌든 긴박한 상황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몇 가지 기대하던 대책이 나왔다. 그리스 국채를 매입한 민간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을 줄기차게 내세우던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이를 얻는 대가로 사실상 구제 금융 3국이 국채시장에 복귀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수표를 발행해 주겠다고 공약했다(구제금융을 받았다는 것은 국채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긴급 자금을 대출받았다는 의미). 유로존 회원국들이 경제력 규모대로 출자해 운영중인 구제금융인 유럽재정안정기금(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 EFSF)의 권한도 대폭 확대했다.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들만 자금을 제공했는데 이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국들에게 사전에 대출을 해줄 수 있고 단기 대출도 가능하며 국채가 유통되는 유통시장(원래 EFSF는 국채를 발행할 때에만 매입하도록 역할이 한정되어 있었다)에서 국채 매입을 가능하게 했다. 즉 EFSF가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짠돌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로서는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독일 국민의 60% 정도가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제공을 반대하고 있기에.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같은 조치를 했는데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과연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구제금융을 받는 다음 번 '타자‘ 가 되나? 유로존을 남부 전선을 사수할 수 있을까?
시장 대 국가의 혈전
지난해 5월 그리스가 무려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본격 시작된 유로존 금융위기는 계속해서 확산되었다. 금융기관의 부실, 이를 구제하기 위한 정부의 대규모 재정투입, 재정적자 악화, 실물경기 위축으로 금융위기가 정치위기로 번졌다. 지난 2월 아일랜드, 6월의 포르투갈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되었다. 이번 위기의 원인에는 당연히 구제금융 3개국의 정책 실패, 유로존의 위기 대응 메커니즘 미비 등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금리를 쫓아 돈 냄새를 맡고 다니는 투기자본도 위기의 확산에 한 몫을 했다. 이런 측면에서 일부 시장 세력들이 국가를 상대로 전투를 벌여왔다. 이들은 유로존의 정책 결정과정의 미비점을 잘 알고 구제금융 3국의 고금리에 투자했다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위기 확산에 기여했다.
3위 이탈리아, 4위 스페인 아직은 괜찮아...
adieu! 경제위기 원했지만 rentrée! 위기 조짐 다시 돌아와
지난달 21일 유로존 긴급정상회의 이후 유로존에서 경제규모 3위인 이탈리아, 4위인 스페인 국채 금리는 지속적으로 올랐다. 유로존 국가수반들은 이번 긴급 정상회의에서 경제위기 확산을 막고 유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들은 시장에 이런 분명한 신호를 주었다고 여겼다. 시장이 이런 신호를 읽었다면 두 나라의 국채금리가 떨어져야 하는데 정반대의 효과가 났다. 시장이 아직도 유로존의 위기 확산 저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경제가 안정되고 부도 위험이 낮을수록 국채 금리는 낮다(미국과 독일 연방정부의 채권 금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투자자들은 불안 심리가 높아질수록 이런 안전 자산을 선호하기 때문에 10년 만기 양국의 국채금리는 현재 2.5%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는 6%대를 넘었다(8월 3일 스페인은 6.28%, 이탈리아는 6.13%). 이대로 가다가는 7%대 진입도 멀지 않았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의 국채인 분트(Bund)와 비교해 금리차이(스프레드, spread)가 무려 3.6~3.7% 이상 난다(분트는 2.6% 내외). 1000원을 빌리는데 독일은 2.6원을 이자로 지불하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62.8원, 61.3원 정도를 지불하는 셈이다.
경제지표만을 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괜찮다. 스페인은 2008년 후반기부터 고강도 구조개혁을 실시해 개혁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총생산 (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비율도 60%로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아주 양호한 편에 속한다. 이탈리아의 부채비율은 119%로 꽤 높은 편이지(양국 모두 2010년 말 기준)만 지난달 중순 고강도 긴축 재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들 두 나라는 최소한 몇 달간 7% 국채금리를 지불할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시장의 인식과 자금 이탈이다. 즉 시장이 이들 두 나라의 구조개혁이 궤도를 벗어나 앞으로 자금조달을 하는데 점점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하리라고 여기면 투자자들은 양국에서 점차 자금을 빼 나갈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은 다른데 투자자들이 현실을 이렇게 인식하고 또 떼거리 행동(herd behaviour)을 보여 일시에 자금을 빼 나가면 위기가 심각해질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자기 충족적인 위기(self-fulfilling crisis)이다.
양국 및 유로존의 대책 함께 나와야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구조개혁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이탈리아의 실비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갖종 스캔들에 휘말리며 제대로 위기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집중적으로 받아왔다.
유로존도 임기응변식 대응에서 벗어나 좀 더 포괄적인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달 정상회의는 “시장을 따라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장은 더 큰 조치를 원하고 있다. 즉 4400억 유로에 불과한 EFSF의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1조 유로 규모까지 확대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최악의 경우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이들을 구제할 만한 규모의 ‘실탄’을 갖추자는 것이다.
지난 정상회의에서 통과된 EFSF의 권한확대는 17개 회원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비준절차도 몇 달에서 몇 주로 대폭 앞당겨 실탄을 바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유비무환이다. 과연 유로존이 시장의 꽁무늬만 쫓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앞에서 저지하고 방향을 틀게 할 수 있을까?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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