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9일 일요일

독일 : 고(故) 박정자 권사 장례 예식-슬픔보다 아름다웠다.







고(故) 박정자 권사 장례 예식-슬픔보다 아름다웠다.

지난 12월9일 에쎈에 있는 재독한인문화회관 겸 광부기념회관(Meistersingerstr. 90, 45307 Essen)에서는 회관이 생긴 이레 처음으로 장례 예식을 집도하게 되었다.

평소 섬겼던 교회의 성도들과 에쎈 한인의 집 한마음 식구들, 평소 박 권사와 친분이 있던 교민과 친구들이 함께 하는 결코 슬프지 않은 아름다운 장례식이었다.

장례예식은 뒤셀도르프 선교교회 손교훈 목사의 집도로 진행되었다.  
손 목사는 “본향 찾는 나그네”라는 내용으로 히브리서 11:13-16 의 말씀으로 설교하였다.
에쎈 소망교회와 뒤셀도르프 선교교회 찬양대에서 찬양을 하였으며 에쎈 한인교회 김신경 자매는 바이올린 연주로 조가를 들려주고, 수십여 년을 언니 동생처럼 지낸 이금숙 시인은 조 시를 지어 낭독했다.
한국에서 온 장남 홍주는 궂은 날씨인데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하여 어머니가 정말 즐거워하실 것 같다며 참석한 이들을 향해 큰 절을 올려 감사함을 표했다.

고 박정자 권사는 1936년 2월 29일 남원에서 태어났으며, 간호장교로 군 및 보건소에서 근무하였다. 1969년 파독하여 병원근무를 하던 중 병을 얻어 투병하다 지난 12월6일 74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권덕기 안수집사와 홍주, 홍석 두 아들을 두었다.

박 권사님의 명복을 빌며 이금숙 시인이 낭독한 조시(弔詩)를 그대로 올린다.

사랑하는 박권사님을 보내며

벌써 37년 전의 일입니다. 
제가 겔센키르헨 반홉스트라세에서  권사님을 처음 뵈웠던 일이.    
그 때 권사님은 신록이 한창 무성한 나무처럼 청청하고 생동감으로 젊음의 미가 넘치셨지요.
신록이 무성한 나무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고 소망을 줍니다.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나무는, 햇살 비추면 잎새들이 푸른 보석처럼 빛나고, 미풍에도 잎을 흔들어 춤을 추며 나지막이 노래를 하는 나무이지요.

권사님은, 한 그루 아름다운 나무이셨습니다.
감정이 남달리 풍부하신 권사님께서는, 즐거운 자리에서는 손바닥이 아프게 박수를 치시고, 춤까지 덩실덩실 추시며, 어린아이처럼 흥겨워 하시고, 슬픈 일을 당한 사람 앞에서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셨지요, 특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가지신 소유도 아끼지 않으시고, 손을 펴서 늘 도움을 베푸셨습니다. 
저희들은 권사님의 그 사랑을 오래오래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권사님은, 뿌리를 굳게 내리고 태풍에도 꺾이지 않는 한 거목이셨습니다. 
병원에서 근무하시다 병을 얻어, 벌써 18년 전에 앞으로 남은 생명의 기한이 8개월 정도라는 의사들의 선고에도 전혀 요동치 않으시고, 운명에 굴복하지 않으셨습니다.
“생명의 기한은 하나님께 있는 것인즉, 숨쉬는 동안에는 이세상에서 육신의 장막집을 잘 지켜야 한다.”고 하시며, 무려1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건강을 잘 관리하시며 믿음으로 기도로 사셨습니다.
이렇게 불굴의 의지로 놀라운 기적을 낳으시며, 저희들에게 믿음과 생명의 존귀함을 인식시켜 주셨습니다. 

권사님은 때를 아는 한 그루 지혜로운 나무이셨습니다.
권사님께서는 약 3주 전에, 이제 하나님께 가실 날이 아주 가까웠다는 것을 아시고
어떤 치료를 받는 것도 다 거부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하다.”고 하시면서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인생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일, 철저한 비움과 생명마저 포기 하는 일이 얼마나 큰 평화를 안겨주는지를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이세상에서 사랑과 믿음으로 살아오신 사랑하는 권사님.
이제는 눈물과 고통과 슬픔이 없는 천국으로, 그렇게 낙엽 한 장처럼 가볍게 훌훌 떠나가신 권사님을 보내드리며,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잘 알면서도, 이렇게 울고 있습니다. 
언제나 영원한 고별은 이리도 슬프기만 하는 건가 봅니다.
그러나 언젠가 천국에서 다시 만나 뵙기를 고대 하면서 이만 눈물을 거두렵니다. 


독일 유로저널 오애순 기자
mt.199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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