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튀빙엔대학 한국학과 학위과정 부활 '한국전문가' 양성기관으로 거듭난다
독일대학 최초 「한국학 센터」 설립, 재학생 1년간 국내 대학에서 수학
재독동포 2세 이유재교수 학과장 부임으로 한국학과에 새바람!
530 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인문과학의 명문 튀빙엔 대학교에1979년 한국학과가 개설됐다. 개설 순서로 보면 1950년대 동베를린의 훔볼트대학, 1960년대 보쿰대학에 이어 세번째였다.
튀빙엔대학 한국학과는 디터 아이케마이어교수가 1979년 부임한 이래 2004년 정년퇴임하기까지 25년간 50 여명의 한국학 전공자들을 배출했다. 그러나 아이케마이어 교수 퇴임 후 적합한 후임자를 충원하지 못한 대학측은 궁여지책으로 한국학과를 부전공과목으로 축소 운영해 오다가 올해 4월 역사학을 전공한 동포 2세 이유재박사(Erfurt대학에서 한국 '식민지 시기의 기독교'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 취득)를 쥬니어교수(Juniorprofessor)로 채용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한국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한국학을 전공과목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며 한국학의 학위과정을 부활시킨 이유를 말하는 슈테파니 그로퍼 튀빙엔대학교 부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학과를 재정비한 것은 대학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국학과 확장은 튀빙엔대학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아시아 센타 설립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학과의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이유재교수를 채용하는 것으로 이미 한국학과 지원이 시작됐으며, 앞으로는 한국학과가 어떻게 발전하는가에 따라 추가적인 후속 지원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교수의 부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한국학과는 현대한국사를 비롯해 현대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현대한국 전반에 관한 교과목으로 커리큘럼을 개편하고 오는 겨울학기부터 다시 학위과정(B.A.) 신입생을 뽑는다.
뿐만 아니라 이유재교수는 대학당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독일대학 최초로 「한국학센터」를 설립 운영할 계획이다. 이 새로운 한국학 활성화 방안은 오는 9월 중 튀빙엔대학과 국내 협력대학 간 MOU가 체결됨으로써 실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운영계획 중 일부를 보면 튀빙엔 한국학과 재학생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1년간 국내 대학에서 수학하며 한국을 경험하도록 되어 있다. 이 같은 한국체험은 한국학 전공자로서 당연히 거쳐야 할 필수코스라는 것이 이교수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튀빙엔 한국학과의 본질적인 교육목표를 이교수는 한국전문가 양성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의도하고 있는 한국전문가는 두 가지. 하나는 학자로서의 한국학 전문가이고 다른 하나는 실무자로서의 한국전문가이다.
교수진을 충원하고 전공과목으로 부활된 튀빙엔대학 한국학과가 새 학기를 앞두고 지난 16일을 「한국의 날」로 정하고 신입생 확보를 위한 학과 소개의 날(Tag der offenen Tür) 행사를 벌였다. "경계를 넘어보자"(Blicke über Grenzen wagen)는 모토로 열린 이날 행사는 의전행사, 학술발표회 등 다양한 순서들로 꾸며졌다. 고려대 한운석교수는 '독일통일 20년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각'을, 외국어대 노명환교수는 '1970-70년대 박정희와 한독경제교류'를 각각 발표했다. 이 외에도 한국유학정보 시간에는 튀빙엔대학과 파트너쉽을 맺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8개 한국대학들이 소개됐다. 또 한류를 비롯해 한지공예, 탈 만들기, 만화 코너가 운영되었고, 안문영 충남대 독문과교수의 판소리 심청가, 백광희 사범의 태권도 시범 등도 선 보였다. 성석재 작가의 낭독회도 있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진행될 이번 행사는 베를린의 한국문화원(원장: 강병구)과 공동 주최로 기획됐으며, 100개의 독일주재 한국 기업과 100개의 한국주재 독일기업들에게 초대장이 발송됐다. 또 한글학교와 동포 2세들이 운영하는 각 단체들에게도 행사소식을 알렸으며 특히 이번 여름에 졸업한 독일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신입생으로 유치하기 위해 인터넷 등 다방면으로 학과 홍보전를 펼쳤다. 한국학과 학생들은 김밥을 직접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제공했으며 4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된 강연과 공연마다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뤘다.
튀빙엔 대학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있으며 Eberhard im Bart 백작에 의해 1477년에 창설. 유럽에서 69번째, 독일에서 12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다. 현재2만4천여 명의 재학생들이 인문과학과 자연과학 14개 학부, 30 여개의 전공분야에서 수학하고 있다. 학과사무실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학과 재학생 수는 현재 50-60명 가량되며, 이번 학기 수강신청자 수는 30 -40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수강신청 마감까지 아직 상당한 시일이 남아 있어서 수강생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학기에 한국학과에 입학하겠다는 카타리나 클라우스 학생은 한국학의 미래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며 그 이유를 한국의 경제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또 한국학을 전공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시아 언어에 관심이 있었는데 한국어가 듣기에 참 좋아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국학과를 부전공으로 공부하는 동포 2세 안나 벤진 학생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좀더 배우고 싶다며 평소에 어머니 한테 들어오긴 했지만 그 배경을 좀더 정확히 알고 싶어서 한국학을 선택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특히 벤진 학생은 한국학을 선택함으로써 얻게 되는 유리한 점이 한국어라며, 아직도 독일 내 한국학과가 많이 없는 만큼 한국어를 구사하고 한국문화를 안다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매우 유리한 위치를 갖는다고 말해 독일 내 한국학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참조: 주니어교수란 최근에 도입된 새로운 독일 교수임용제도. 원래 독일에서는 전통적으로 박사학위 취득 후,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Habilitation 이라는 교수임용자격논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제도가 너무 보수적인 데다가 21 세기 학문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반성에 따라 도입됐으며. 쥬니어교수로 임용된 후 6년간 연구실적이 뛰어나고 교수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으면 바로 정교수로 승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조교수와 부교수의 중간쯤 되는 위치라고 할 수도 있다)
프랑크푸르트 유로저널 김운경
woonkk@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