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의 시발점, 그리고 수퍼히어로.'
유로존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혁신과 창의성
2010년 5월, 당시 유럽의 GDP (국내총생산량)의 약 1.9%를 차지하던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지금의 유로존 위기(eurozone crisis)의 시발점이 되었다. 2008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하여 2007년 3.1%였던 EU의 연간성장률이 2008년 0.5%, 2009년 -4.3%의 경기침체로 진입했었지만, 2010년 2.0%로 다시 상승곡선을 탔었을 때였다.
하지만,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후, 그리스를 비롯한 소위 ‘클럽 매드’, 및 PIGS (Portugal, Ireland, Greece, Spain) 나라들로 알려져있는 남유럽 지중해 국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의 자본 유동성이 사실상 메마름으로 인하여 재정확보에 적색 신호가 들어왔다.
앞서 말했듯이, 유로존 위기의 시발점은 2010년 5월 유로존의 한 가입국인 그리스의 재정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한 IMF(국제통화기구)에 대한 구제금융 요청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상 더 넓은 시각으로 본다면 1991년 마스트리흐트 조약 (Maastricht Treaty)에서 만들어진 유럽 통화 동맹 (European Monetary Union) 안에 있었던 유럽의 단일 통화 유로의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게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서, 유럽 GDP의 고작 1.9%를 차지하는 그리스가 유럽이라는 거인을 휘청거리게 하는 이유는 유럽이라는 거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source : Financial Times
유로존, 최적 화폐 지역 (Optimum currency area) ?
고정 환율, 자본 유동성, 그리고 독립적인 통화정책, 이 세가지가 동시에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불가능한 트리니티 (The Impossible trinity)’로 잘 알려져있는 캐나다 출신 노벨경제학 수상자 로버트 먼델 교수는 1961년 일찌기 최적 화폐 지역 (Optimum currency area, OCA) 이론으로 단일화폐가 자리잡을 수 있는 경제권의 척도를 정립했다.
이 최적 화폐 지역은 네가지 척도가 있는데, 첫번째 척도는 노동의 유동성이다. 노동의 유동성은 비자 및 노동권을 비롯한 제도적인 제약의 부재 및 언어로 대변되는 문화적인 장벽의 부재를 의미한다. 두번째 척도는 자본의 유동성과 가격 및 임금의 유연성이다. 자본의 유동성과 가격 및 임금의 유연성은 수요와 공급으로 대변되는 시장의 원리가 자본과 물건이 필요한 곳에 공급되게 한다. 세번째 척도는 자동적인 재정 분배 메카니즘같은 위험을 분배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첫번째 및 두번째 척도로 인하여 타격을 입은 경제 단위들 및 산업 단위들에게 자동적으로 재정 분배를 통하여 도움을 준다. 마지막 척도는 단일화폐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비슷한 비지니스 사이클 (Business cycle)을 갖는 것이다. 단일화폐권의 한 국가가 경기호황이나 경기침체를 경험할 때, 다른 국가들도 비슷하게 따라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싱크로율은 단일화폐의 중앙은행이 경기침체때 성장을 제시하고, 경기호황때 물가상승을 제지할 수 있게 만든다.
먼델의 최적 화폐 지역은 우리에게 유로존에 대한 분석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첫번째, 관광 및 서비스 산업이 발달한 PIGS국가들과 산업 및 과학기술이 발달된 프랑스, 및 독일을 비교하면 산업 기반이 다른 남유럽과 북유럽은 어쩔 수 없이 비지니스 사이클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리스가 애초당시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유가 경제불황때 영향을 많이 받는 관광산업 때문이 아니었나? (2010년 기준 그리스의 관광업은 GDP의 15%를 차지했었다). 두번째, 1991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유럽법상 유럽 중앙 은행 (European Central Bank, ECB)는 구제금융의 결정을 내릴 수 없으며, 따라서 재정분배 또한 할 수 없다.
하지만, 2010년 5월 출범한 유럽재정안정기금 (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으로 인하여 de facto 세번째 척도인 위험 분배 시스템은 어느정도 보충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생활에 관련된 첫번째, 및 두번째 척도는 유럽에서 사업 및 노동활동을 하시는 독자들이 더 잘 아시리라 믿는다.
유럽의 상당수 기업들이 현시대의 링구아 프랑카 (lingua franca)인 영어를 사용하고, 대학들은 범 유럽적인 고등 교육제도인 볼로냐 프로세스 (Bologna Process)를 통하여 학사 석사, 박사 3-2-3 표준을 만들면서 상당수 제약이 사라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2010년 시작된 볼로냐 프로세스가 유럽 노동시장에 완전히 흡수가 되기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유럽을 구출할 수퍼히어로
이와 같이, 여러가지 이유로 인하여 탄생한 유럽위기는 브뤼셀이 현 경제적 위기를 이겨냄으로서 유로존 위기로 인하여 상처받은 유럽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며 점진적인 정치적 통합을 하는 미래와 그리하지 않는 미래로 나뉘어지리라 전망한다.
그렇다면, 위기를 이기기 위하여 유럽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필자는 무엇보다도 유럽이 혁신과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고 본다. 경기가 나빠지면 나빠질수록 패션과 문화에 대한 소비가 지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필자는 불경기 가운데 패션과 문화에 대한 대중의 소비패턴이 혁신성과 창의성에 목말라하는 대중의 갈급함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 개봉한 미국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히어로 영화 «어벤져스, the Avengers»가 전세계 최단 $10억 영화 매출을 기록했다는 것을 보면, 픽션이지만 세계 평화를 위해 종횡무진하며 싸우는 아이언맨 등 여러 수퍼히어로들같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정치적인 리더를 대중들이 원하는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중도적이고 겸손한 프랑스와 올렁드 (François Hollande) 대통령이 유아독존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 (Tony Stark) 과는 멀다고 생각하지만, 선거기간 내내 변화 및 개혁을 외치던 프랑스의 사회당 대통령 선출이 대중들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변화를 갈급해하는 목소리를 대변하는건 아닐까 싶다.
같은 맥락에서, 2012년에 있을 대한민국, 및 미국의 대선 또한 기대가 된다. 필자는 유로존 위기의 근원은 상당수가 구조적인 문제점에 기인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물론, 현 시점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는 유럽의 정치통합, 점진적 주권이양과 같은 다른 많은 이유들도 있지만, 현 칼럼을 통하여 차차 설명을 할 예정이다.
홍승표
유럽 경제통상, 금융 연구원
파리정치대학 졸업 및 석사 과정중
現 OECD consultant
유럽국제경제정치센터(ECIPE) 인턴연구원
Group d’Economie Mondiale 연구보조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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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신문 유로저널 (THE EUROJOURNAL)은 전유럽으로 배포되는 유일한 유럽 내 한인 동포신문으로, 유럽 내 동포 신문 중에서 최대 발행 부수 (최대 20,000부), 최대 발행면 (64 면 타블로이드 전체 칼라) 과 함께 최대 독자층을 자랑하는 재유럽 한인 사회 내 대표 한인 동포 신문입니다. http://www.eknews.net
2012년 7월 20일 금요일
'유로존 위기의 시발점, 그리고 수퍼히어로.'
칼럼 - 안병억의 유럽과 아시아
유로존과 유로 2012
역시 축구는 아직도 유럽이다!
거의 한 달 간 유럽과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Euro 2012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유럽과 유럽연합(EU), 유로존이 경제위기로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축구는 건재하다.
그렇다면 왜 유로존 지도자들은 Euro2012 축구 선수들보다 못할까? 2년 반이나 넘게 위기를 질질 끌고 있고 리더십도 없다.
감독과 팀웍, 선수들의 기량이라는 종합 작품 축구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웍이다. 아무리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라도 동료 선수들이 패스나 어시시트를 해주지 않으면 골을 얻기가 쉽지 않다. 감독의 리더십을 따라 선수들이 움직이지만 이들은 순간 순간 민첩성과 융통성을 발휘하여 기회의 창을 활용하여 공을 넣어야 한다. 한 번 놓친 황금 같은 기회가 쉽사리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럽의 축구는 나라별로 차이는 있지만 막강한 ‘인프라’를 자랑한다. 독일은 전국에 수 백 개의 축구 클럽이 있고 클럽마다 청소년 축구 아카데미가 있어 유소년을 발굴하여 체계적으로 교육시킨다. 유망한 청소년들은 프로 축구 선수가 되어 뛰면서 축구장에서 상대편과의 경기를 통하며 자신을 담금질하는 혹독한 과정을 거친다.
유로존 경제 위기는 2년 반이 넘게 계속되어 오면서 아직도 해결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 17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진 유로존이라는 축구팀의 감독은 독일이다. 그런데 독일의 입장이 전략적 모호성때문인지 아니면 변증법적 사고가 체질에 배어서인지 갈팡질팡 하는 듯하다. 감독이 갈팡질팡 하는 듯 한데 금융시장의 불안은 쉽사리 가라않지 않는 게 당연하다.
지난달 28~29일에 열렸던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다소 희망적인 위기 해결책이 합의되었다. 1천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신청한 스페인의 경우 금융권에 직접 구제금융을 투입하게 되었다. 독일이 정상회의 직전까지 요구했던 대로 스페인 정부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정부가 감독자가 되어 금융권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독일은 금융권에 직접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유럽 차원의 단일 금융감독 기구 설립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독일의 두둑한 지갑을 여는 대신에 스페인 정부를 신뢰할 수 없으니 각 국이 은행 감독권을 유럽의 초국가 기구(여기서는 유럽중앙은행 ECB)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단일 금융감독기구 설립은 은행(금융)동맹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그런데 유로존 차원의 예금보장도 금융감독 기구 설립과 함께 시급히 필요하다. 그러나 독일은 자국의 부담이 가중되는 예금보장을 반대했다. 위기가 가중되는 것을 저지하려면 시장의 요구보다 최소한 앞서 나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독일은 금융시장이 요구하는 최소한을 수용하는데 그쳤다. 지난해부터 거의 두 달에 한 번 꼴로 EU 정상회의가 열려 경제위기 대책을 논의하고 합의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대개 차가웠고 효과도 단기간에 그쳤다. 골을 넣을 수 있는(위기극복) 기회의 창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유로존 국가들은 경제위기라는 축구장에 나갔지만 독일 감독의 리더십이 시원찮다. 여기에다 유로존 회원국들은 상황에 맞게 민첩성과 융통성을 발휘할 수가 없다. 돈 주머니를 틀어 쥔 독일은 가혹한 씀씀이 줄이기를 강요해 이행을 독려해 왔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긴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긴축만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반드시 성장 촉진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달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1300억 유로의 성장 촉진책은 기존에 나온 정책을 대부분 짜깁기 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지난달 정상회의에서 다소나마 긍정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이 힘을 규합하여 독일을 강하게 압박하여 구제금융의 직접 금융권 투입이라는 양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삼국이 독일 감독을 최소한 수 년 이내에 바꿀 수는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물밑에 있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유럽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태풍이 몰아 닥쳐야 고집불통의 감독이 유로존 단일 채권인 유로본드 도입의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을까? 아니면 최악의 사태에 직면해서도 독일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을까?
안 병 억
김동령의 자전거 모험 5.
김동령의 자전거 모험 5.
꽤나 굵은 빗속에서 몸과 일부 짐은 다 젖었는데 야영은 어디에
[비오는 산죠르죠디로멜리나 피자 가게의 헛간]
빗소리와 함께 일어났다. 꽤나 굵은 비가 내린다. 그런데 머리에 미열과 함께 몸살이 좀 있다. 어제 처음으로 자전거를 오래 달렸고 체온 조절을 제대로 못 한 게 문제다. 달릴 때 제 때 옷을 벗지 않아 땀이 제대로 마르지 않았고 피자 가게에 와서는 덥다고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 질 때까지 옷을 벗고 있었다. 초보자라 시작부터 문제다.
몇몇 주변 사람들로부터 시작하고 나서 얼마 후에 포기했다는 당사자나 또는 그들의 주변인들의 사례를 들었다. 단순 힘든 것쯤이야 분투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아프면 대책 없다. 앞으로 몸 관리는 잘 해야겠다. 음식이라곤 라면과 양갱밖에 없다.
아침으로 라면 하나 끓여 먹고 다시 자고 일어났더니 점심나절이다. 몸 상태가 안 좋으니 아무래도 라면보단 피자 하나 사먹는 게 날 것 같아 비를 뚫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어젯밤 무뚝뚝하고 불친절해 보이던 아저씨는 없고 상냥하던 아주머니만 있다.
피자는 저녁부터 된다고 말해주더니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는 표정과 함께 오늘 텐트를 거두길 바란다는 것을 어정쩡히 표현했다. 공짜 지붕은 이제 끝이다. 떠나든지 아니면 2층에 작게 운영하는 호텔방에 들어가든지 하나 결정하라는 뜻이다. 전혀 문제 없다고 말하고 돌아왔지만 사실 문제가 많다. 인터넷도 없는 호텔방에 20여 유로 내고 싶진 않다. 그렇다고 감기 기운 있는 이 몸을 빗속의 타악기로 내던지고 싶지 않다. 오늘은 분명 쉬어서 몸을 회복해야 한다.
다시 몇 시간 자고 일어났더니 비는 여전하나 머리에 열은 사라졌다. 어차피 호텔을 이용해야 한다면 다음 마을에서 인터넷이라도 되는 호텔을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비닐봉지를 셀로판테이프로 이어 붙여 자전거의 짐을 감싸고 방수 바지와 일회용 우의를 입고 출발 준비를 마쳤다. 떠나기 전에 인사하고자 가게에 다시 들어가니 이번엔 아저씨만 있다. 아저씨는 어젯밤처럼 유쾌하지 않게 ‘너 제정신이냐’라는 표정으로 비 오는데 왜 굳이 떠나냐, 더 머물다 가라 한다. 표정이 상냥하다고 호의를 더 잘 제공하는 건 아니구나.
잠시 고민을 했지만 이미 무장도 했겠다 어디 한번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빗속으로 자전거를 달렸다. 겨우 20분간 다음 마을인 로멜로(Lomello)까지 5 km를 달리고 나니 신발과 상의가 이미 다 젖고 방수 바지 속도 조금 젖어 들었다. 날도 벌써 어두워졌고 가로등도 제대로 없는 빗속에서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길을 달리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여기 로멜로에서 머물러야 한다.
마을사람의 도움을 받아 함께 세 호텔을 가봤지만 모두 닫혀있거나 남는 방이 없다. 또 적당히 텐트 칠만한 곳도 없다. 후회가 몰려온다. 그냥 피자가게 헛간에 머무를걸. 이미 컴컴한 밤이 됐고 더 늦기 전에 일반 가정집의 도움을 받기 위해 초인종을 눌러보기로 결정했다. 이 녀석 지금 거두어주지 않으면 어디 가서 죽을 놈이다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내면 분명 반응을 보여줄 집이 있을 것이다.
아직 3월초라 날도 아직 춥다. 간절한 눈빛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나 텐트와 함께 자전거로 여행 중이야. 그런데 비가 와. 도와줄 수 있어?” “저기 호텔이 있어” “호텔 세 군데 모두 닫았거나 꽉 찼어.” 결국 몇 번의 시도 끝에, 그리고 절실한 고집 끝에 드디어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그녀는 가장 친한 친구가 자전거 관련 프로 운동선수이고 남자친구도 오토바이로 여행을 종종 한다며 날 도와주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로멜로 키아라 집에 도착했을 때 뒤 짐받이의 짐과 일부 다른 짐이 이미 비에 젖었다. 뒤 짐은 방수가 아닌 비닐재질 직물의 이키아 가방이기 때문에 젖을 수 밖에 없었다.] 저녁으로 파스타 괜찮으냐는 질문에 이탈리아에서 먹는 첫 진짜의 파스타인데 당연히 기대된다고 대답했다. 아들 나이가 나와 비슷한 키아라(Chiara) 그녀는 혼자 살고 있는 중년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뚜렷한 직업이 없었고 이탈리아 경기 침체 때문에 직업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밀라노에서 차로 한 시간도 안 걸리는 이 로멜로 동네에 겨우 한 달 전에 인터넷 선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내가 설거지나 뭐 도와줄게 있는지 물어보자 그녀는 대신에 친퀘테레와 다른 여행지에서 두 번 엽서를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어쩌면 싱거워 보이지만, 사실 마음이 담긴 것을 받고 싶은가 보다.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엽서 보내기인데 나도 당연히 정성 어린 엽서를 보내고 싶다.
[키아라가 방 하나 내어 주었다.] 모험 15일 아침, 비가 오지 않는다. 사실 어제 확인한 오늘의 일기예보는 비였다. 그래서 어제저녁 때 키아라에게 혹시 오늘도 비가 오면 하루 더 묵을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그녀는 내게 하룻밤만 편의를 제공하고 더 머물고 싶다면 호텔에 가길 바란다며 거절했다.
아직 추운 날 덕분에 라디에이터를 여전히 가동했고 다행이 몸도 좋아지고 신발, 옷 등도 대부분 말랐다. 더 이상 로멜로에 더욱 머물 필요가 없다.
[이튿날 키아라와 작별하고 건조해진 자전거를 다시 몰았다.] [누군가는 이미 떠나간 누군가를 잊지 못한다. ] [특이하게 제각각 기울어진 주차장 전등] 50 km쯤 떨어진 세라발레스크리바(Serravalle Scrivia)에서 밀라노에서 자전거와 자전거 기타 장비를 구입한 이탈리아 전역의 체인 스포츠 용품점 데카틀론의 다른 지점을 발견했다. 기회다 싶어 종종 작동을 멈추던 자전거 속도계를 더 고급 제품으로 교환하고 무게만 나가고 자전거 라이트로 대체할 수 있는 텐트용 랜턴을 환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의 비에 대비하기 위해 방수 점퍼, 방수 바지, 자전거 뒷짐을 위한 방수 커버 등을 구입했다.
뒷 페니어는 방수이기 때문에 괜찮지만 사실 앞 페니어가 방수가 아니기 때문에 앞 페니어를 위한 방수 커버도 필요하다. 그러나 구입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앞 페니어 한 쪽이 이미 뜯어져 오래가지 않아 결국 새로 사야 할 것 같고 산다면 제대로 된 방수제품을 구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전에 비가 온다면 비닐봉지 등으로 그때 가서 해결책을 생각해볼 것이다.
[우천 대비책으로 방수 점퍼, 추가 방수 바지, 방수 커버를 구입했다. 방수 점퍼의 경우 기능면을 고려하여 XXXL 최대 사이즈를 선택했다.] [세라발레스크리바에서 밥, 고추장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삼겹살은 역시 덴마크가 맛있다. 이탈리아에 다양한 종류의 쌀이 있는데 이날 쌀알은 굵어 밥맛이 잘 안 났다.]
모험 16일 아침, 누군가 텐트(좌표: 44.726066, 8.856338)에 노크를 하며 날 깨운다. 내게 커피를 건네는 이 남자는 여기 슈퍼마켓 처마 아래 텐트를 치면 안 된다며 치우라고 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 이렇게 감동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구나.
그런데 이런 감동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안타깝게도 앞 페니어의 오른쪽 가방 아래 귀퉁이 역시 왼쪽처럼 터진 것을 발견했다. 맘마미아! 어찌 이 가방은 이리도 약하단 말인가. 이런 모험적 여행의 묘미는 어렸을 적 보던 만화영화 주인공처럼 문제 발생시 스스로 해결하는데 있다며 지난 왼쪽 가방 때보다 잘 꿰매버렸다.
[슈퍼마켓 앞에 텐트 치면 안 된다며 한 남자가 아침에 커피와 함께 날 깨웠다.] [슈퍼마켓 처마 아래의 텐트] [모험 13일 앞 페니어의 왼쪽 가방을 꿰맨 지 3일만에 오른쪽 가방마저 터졌다. 한 번 경험이 있기 때문에 솜씨 좋게 꿰매 버렸다.] [안장 가방이 오른쪽의 새로산 물통 케이지의 흰색 물통 끝에 달려 있었고 이처럼 큰 물통을 꼽기 위해 안장 가방을 본체 앞 두 가로 철봉 사이에 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안장 가방 내의 단단한 플라스틱 널빤지 때문에 그 사이에 들어가질 않아 이것을 도려내고 그래도 벨크로(일명 찍찍이) 걸이 길이가 부족해 미리 준비해온 여분 벨크로를 덧대어 안장 가방과 추가 물통 케이지도 잘 달 수 있었다.] 자전거를 달리다 보니 드디어 밀라노 일대의 평지가 끝나고 길 멀리 앞에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륙 지방인 밀라노에서 친퀘테레가 있는 해안가로 가기 위해서는 이탈리아의 북부 아펜니노 산맥을 넘어야 한다. 자전거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변에 눈은 점점 많아졌다. 산에 다다랐을 때 이미 해가 많이 기울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오늘은 이 산들 어딘가에서 새 하얀 눈에 둘러 쌓인 채 캠핑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새 하얀 눈이 뒤덮인 산과 중간중간 나타나는 조밀히 밀집된 아기자기한 마을들, 그리고 그 속을 고독히 달리는 자전거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지만 이미 다소 어두워져 빛도 없고 어차피 산중에서 야영할 것인데 내일 밝은 낮에 촬영하면 될 것 같아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역시 아직 초보자다. 하루에 얼마나 달릴지, 얼마나 밤 늦게까지 달릴 수 있는지 아직 개념이 없는 나는 캄캄한 밤중에 결국 도로상 가장 높은 봉우리를 지나버렸고 내리막길의 짜릿함에 신이나 마음껏 달려 내려와 금새 밀라노 남쪽 해안 도시 제노바에 도착해버렸다. 이제 그 웅장한 산의 경관도 없고 새하얀 눈도 없고 작고 오래된 시골 마을도 없다.
[저 멀리 산이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북부 아펜니노 산맥에 접어들고 있다. 아직은 눈이 별로 없다. ]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내리막길의 엄청난 스릴을 즐겼고 여태 최고속도 기록 시속 38.3km도 시속 49.4km로 갱신했다. 한 번은 구불구불 내리막길을 한 번도 멈춤 없이 약 2~30분간 내려오는 동안 새로운 마을 표지판만 대여섯 번은 본 것 같다.
사실 이런 구불구불한 길을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무거운 자전거 본체를 기울여 빠르게 코너를 돌다가 작은 돌멩이라도 한번 잘못 밟으면 자전거는 넘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토바이처럼 묵직한 자전거를 요리조리 기울이며, 산을 오르느라 뜨거워진 몸이 바람을 가르는 이 느낌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해안 도시인 제노바는 온통 언덕이다. 가파른 언덕이나 절벽 끝에 지어진 건물이 많다.]
덴마크 유로저널 김동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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