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거슬러 떠나보는 유로 건축 여행 20선
(19) 차별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노만포스터의 거킨 타워
사실 말하기 좀 민망하지만 필자는 10년 전쯤인가? 시티오브런던 (City of London) 한복판에 새롭게 세워질 건축물로 인해 “Gherkin” 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다. 영국 건축계의 거장 노만 포스터 (Foster and Partners) 의 스위스 르 빌딩 (Swiss Re Building) 은 “작은 절인 오이”를 닮았다고 해서 거킨 (Gherkin) 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180미터 높이의 거킨 타워가 세워진 런던의 30 St Mary Axe라는 곳은1992년 원래IRA 즉 아일랜드공화국의 폭탄테러에 의해 파사드는 물론 건물 일부분까지 심하게 손상된 발트해운거래소 (Baltic Exchange) 가 있던 곳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스위스 르 건물의 형태로 보나 그 크기로 보나 작은 오이보단 느낌상 커다란 핵 폭탄 정도의 별명이 좀 더 어울릴 듯 하다.
클라이언트인 스위스 르 재보험회사는 노만 포스터에게 디자인을 의뢰하며 으레 주변 건물들과 비교해 눈에 띄는 차별화된 안을 요구했을 것으로 짐작되고 런던시티당국의 까다롭고 치밀한 허가 절차를 염두에 둔 포스터앤드파트너스(Foster and Partners) 의 디자인 팀은 일반 타워빌딩들에 소요되는 에너지와 비교해 반에도 못 미친다는 거킨타워의 에너지 효율성을 강조하며 “차별성과 효율성”, 쉽게 말하면 “눈에 튀는 디자인 플러스 실용성” 이라는 디자이너의 본질적인 지상과제를 멋지게 풀어낸 듯 하다.
반복되는 패턴의 파사드 디자인은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 아룹 (Arup)과의 협력관계에 의해 건물 전체의 공기흐름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개발됐다. 입면에 설치된 두 겹의 유리면 사이로6개의 커다란 수직 통로를 설치해 사무실 각 층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도록 자연 통풍을 유도했고 더불어 이 수직 통로를 통해 각 층의 자연 채광면적이 최대화 되며 인공조명으로 소요되는 비용까지도 크게 절감했다. 게다가 이 통로는 지상 1층에 커다란 오프닝을 만들며 쉽게 접근이 용이한 공공 플라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스위스 르 빌딩처럼 타워 입면에 구조체 사이로 마름모꼴의 모양을 만들어내는, 흔히 다이아그리드 (Diagrid) 라 불리는 이 구조는 타워 디자인에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구조로서 특별히 추가되는 보강 없이도 충분히 타워건물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계란 모양의 스위스 르 타워 빌딩 입면에서는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마름모꼴 사이에 설치된 유리 면들이다. 계란 모양이니 당연히 모두 곡선 처리된 유리면들이 설치됐을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데 꼭대기에 뒤집어 씌워진 유리면 빼고는 일체 평평한 유리가 설치되었다. 족히 수천 개는 넘을 고가의 곡선 유리의 제작 비용을 고려한다면 디자인 과정에서 구조, 설비 그리고 파사드 엔지니어와의 컨설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명한 좋은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대표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www.smalandpartners.comcpark@smalandpartners.com
SMAL AND PARTNERS 대표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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