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글이자 오랜만에 여러분들께 드리는 편지입니다.
유학생으로 런던에서 언론 공부를 하고 있었던 2006년 12월, 공부를 하는 중에 실제로도 언론 일을 경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당시 마침 글을 쓸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고 있었던 유로저널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07년 1월 첫 주에 ‘서른 즈음에’의 첫 편이었던 ‘그런 계절이 왔으면’이 유로저널에 실리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덧 세월이 흐른 지금은 2012년 1월입니다.
‘서른 즈음에’를 처음 쓰기 시작했던 당시에 저는 채 서른이 되지 않은 20대였는데, ‘서른 즈음에’를 쓰던 중 진짜로 서른이 되었고, 이제 서른을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서른 즈음에’를 처음 쓰기 시작했던 당시에 저는 꿈만 있었지 한 치 앞의 미래도 알 수 없어서 불안하기만 했던 유학생이었는데, ‘서른 즈음에’를 쓰던 중 런던에서 헤드헌터로 취업도 하고, 비록 화려하지는 않을 지언정 그래도 하루 하루에 너무나 감사할 수 있는 안정된 삶도 누리게 되었습니다.
‘서른 즈음에’를 통해 너무나 많은 것들을 얻었습니다.
무심히 흘려보냈을 수도 있었던 삶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들을 글로나마 간직할 수 있었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서른 즈음에’를 쓰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고 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서른 즈음에’를 쓰면서 알게 모르게 만난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 뵈었는데 제가 ‘서른 즈음에’를 쓰는 전성민인 줄 아시고 반가워해주시는 분도 계셨고, 이메일을 주셔서 제가 쓴 어느 ‘서른 즈음에’ 이야기에 너무나 공감했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가끔은 ‘서른 즈음에’에 나름 시사적인 이야기도 썼지만, 결국 많은 분들이 가장 공감해주시고 좋아해주시는 이야기는 제 이야기,즉 그 누구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평범한 일상 속의 살아가는 이야기더군요.
특히,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 많이 공감들을 해주셨습니다. 퇴직하신 아버지에 대해 썼던 ‘아버지의 퇴직’은 제가 정말 존경하는 한인사회 어느 원로분께서도 참 좋아해 주셨고, 또 역시 이 무렵 아버지의 퇴직을 접하게 되는 제 또래 젊은 독자들도 눈물이 났다면서 공감을 표현해주셨습니다.
그럴 때면 너무나 감사하고, 또 행복합니다. 제가 글을 쓰는 목적, 또 음악을 하는 목적도 같습니다.
아주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소중한 것들, 그냥 잊고 지내기 쉽지만 떠올려 보면 너무나 행복해지는 것들, 그것들을 상기시키는 게 제 글과 제 음악의 목적입니다.
그래서 제 글을 읽다 보면, 제 음악을 듣다 보면 삶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무언가가, 누군가가 그리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지나고 보니 결국 제가 지난 시절 글을 읽으면서 (주로 수필을 많이 읽었습니다), 또 음악을 들으면서 가장 행복을 느낀 게 결국 이러한 것들이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형제 하나 없이 너무나 외로웠던 어린 시절, 저를 가장 행복하고 편안하게 해주었던 글은 삶의 소중한 단편들을 담은 수필이었고,또 통기타로 소박한 이야기를 읊조리는 포크음악이나 잠들기 전 틀어놓게 되는 아름답고 잔잔한 음악들이었습니다.
당연히 다른 종류의 글도 읽었고, 다른 종류의 음악도 들었지만, 결국 저를 가장 행복하게 해 주는, 그래서 자꾸만 다시 찾게 되는 글과 음악이 따로 있더군요.
한편, ‘서른 즈음에’를 쓰면서 얻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잃은 것도 있습니다. 잃은 것들은 꼭 ‘서른 즈음에’ 때문에 잃었다기 보다는, 지난 5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만큼 변해버린 제 자신입니다.
그만큼 어른이 되어 가면서 덜 순수해졌고, 그만큼 사회 생활을 경험하면서 알게 모르게 영혼도 탁해지고, 이런 저런 갈등과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가끔은 너무나 글을 쓰기가 힘들 때도 있습니다.
사실, 이번 주도 회사에서 고객사분과 너무나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정신적으로 너무나 황폐해졌더랬습니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고객사분과 이렇게 감정이 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참 안타깝더군요.
살다 보면, 또 각박하고 치열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건만, 그냥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부딪혀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싫어집니다.
그렇게 자꾸 영혼이 상하는 일을 겪다 보면,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 되는 순간들이 늘어나다 보면 언젠가는 더 이상 저도 이런 글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게 될까봐 너무나 두렵습니다.
‘서른 즈음에’를 벌써 5년이나 썼습니다. 마치 지난 5년 동안 ‘서른 즈음에’라는 배를 타고 삶의 이곳 저곳을 여행한 기분입니다.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5년 동안이나 쓰게 될 줄 몰랐었는데...
이제 2012년이라는 새로운 여행길에 오릅니다. 그리고, 이후로도 얼마나 더 긴 여행이 될 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될 지는 모르는 그 여행길이 너무나 행복할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서른 즈음에’를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