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2일 월요일

[유로저널] 독일 : 함부르크 독·한협회와 ASBC가 만나…

 


함부르크 독·한협회 (김옥화 회장)는 한국을 독일사회에 알리며 한국과 독일간의 친선도모를 향상하기 위해 강연회, 한·독모임, 문화행사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또한 독·일협회, 중·독협회등 다른협회와 같이 영화의 밤, 강의회등도 열어 더 넓은사회에서의 친선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저녁, 함부르크 시내에 있는 한국식당 „한국관“에서 독·한협회와 ASBC (Asien Social Business Community) 주최로 양쪽협회 간의 „만남의행사 (get-together)“가 있었다. ASBC는 베트남 사람 Jeff Nguyen씨가 일년전에 창립한 단체로써 동양에 관심있는 사업인들이 회원들이다. 그러다 보니 이모임에는 약 60명의 한국인, 독일인, 중국인, 베트남인, 일본인등이 참석한 다민족 모임이었다.

Nguyen 씨의 사회로 김옥화 독·한협회 회장의 인사말과 간단한 지난 독·한협회 행사소개에 이어 Antje Wenninger씨의 „Dynamic Korea - ein Land stuermt voran“ 이라는 제목으로 강의가 있었다. 일년반 전부터 서울 홍대가에 거주한다는 Wenninger씨는 한국역사와  경제, 젊은이 층의 흐름을 잘 관찰하여 흥미있는 강의를 하였다.

그 다음으로 행사참가인들은 한국관 (황영선 사장)이 차려놓은 언제나 먹어도 맛있는 우리음식을 즐거워, 행복해 하며 서로 나누었으며 여러민족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허름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정말 보기좋았다.

식사후에는 한국놀이로 민화토, 제기차기, 공기놀이, 윳놀이를 배우고 즐길 수 있었으며 한편으로는 노래방에서 자기의 실력을 자기언어로 발휘 할 기회도 있었다.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닥아오자 모두들 이런모임에서 만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하며 빠른시간내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주최측에 하였다.


독일 유로저널 홍은경기자

<전유럽 한인 대표 신문 유로저널, www.eknews.net>

[유로저널] 유럽전체 : [특집] 예술가의 겨울 - 조각가 송바다 님과 함께 (2)





유로저널: 너무 막연한 질문입니다만, 주로 어떤 분야의 또 어떤 작업을 하시는지요?

송바다: 그렇죠, 너무 포괄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유사한 질문을 받을 경우 저는 보통 “현대조각(Contemporary Sculpture)을 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현대조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고요. (웃음) 좀더 구체적으로 제가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런던의 아주 다양한 현대미술을 배경으로 개념미술, 설치미술, 그리고 표현이나 추상조각을 하면서 우리 한국 문화전통의 얼을 작품 속에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20세기에는 세상이 획득한 복잡함 만큼이나 조각의 역사 또한 다양하게 변해왔습니다.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미술가들은 근대 미술세계에서의 표현양식만으로는 한 마디로 성에 차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조각의 장르에 대한 영역 확장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회화와 조각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무엇이 예술이냐의 근원적인 물음에 끊임없이 도전해온 그런 20세기였고, 예술가(미술가)들은 자신의 표현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1960,70년대에 유행했던 개념미술(Conceptual Art)이고, 그게 지금까지 순수미술(Fine Art)의 모든 분야, 특히 현대조각이 지금처럼 존재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의 가속화는 대중을 예술세계에 끌어들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고, 예술가들의 표현양식도 그에 대응하여 발 빠르게 변화해 왔습니다. 개념미술의 한 예로, 2001년에 열린 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 전시회에서 마틴 크리드(Martin Creed)는 그에게 주어진 전시공간을 완벽하게 비우고는 전기 불빛만 켰다 꺼졌다 하는 작품(Work No.227)으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테이트 모던(Tate Morden) 에서 한 여작가(Andrea Fraser)가 미술 수집가에게 엄청난 화대(?)를 받고 침대에서 전라로 성관계를 나누는 비디오 작품을 봤습니다. 적어도 런던에선 지금 이런 작품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만큼 현대미술의 대중화(?)가 진행되었다고 봐야죠.

유로저널: 다양한 미술 분야 중에서도 조각만의 매력이 있다면?

송바다: 최근에 찾아낸 느낌입니다만, “저는 조각가입니다”라는 말을 자신있게 하고있는 제 자신에 놀라고, 그 짧막한 문장이 주는 저의 존재 확인에 일종의 책임감이 느껴지더군요. 요즘 미술의 경향에서 각각의 분야를 구분하는 것처럼 재미없는 일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이야기 했듯이 저도 아주 다양한 매체에 손을 대고 있거든요. 철을 이용한 작품이나 청동 카스팅, 그리고 상당수의 작품이 종이를 이용한 오브제나 설치미술이죠. 그리고, 간혹 이미지 작업인 에칭이나 사진, 퍼포먼스 작품도 꽤 됩니다. 요즘은 회화 작업을 많이 하고 있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예술가라고 하면 이 모든 것들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사실 그 모든 것들이 각각의 다른 분야로서 다루어지는 것보다 전반적인 미술로서 통합해서 다루어져야 하죠. 그래서, 저를 조각가라고 규정하기보다 예술가라고 해야겠지요. 예술가의 언어를 가지고 조각을 한다고 하면 보다 적합할까요? 이 곳 런던에서 대부분의 예술대학에서도 주로 종합적인 순수예술(Fine Art)과를 운영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에서도 서로 다른 분야의 수업과정을 일정기간 동안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종용하는 추세입니다. 조각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작품을 만들 때 실질적인 공간을 염두하면서 물질의 중력같은 것을 다룬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마치 실질적으로 없는 공간을 있는 것처럼 다루죠. 설치미술은 물론이고 오브제(object)로서의 조각을 만들려면 그것이 실제의 공간에서 어떠한 형태로 보여져야 하는지, 그래서 전시공간과 오브제와의 관계 또한 한 작품의 일부처럼 다루어야 합니다.

유로저널: 조각이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다면?

송바다: 최근에 이미지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다루기가 보통 ‘간편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설치미술이나 오브제(object) 만들기는 제 작품의 경우에 있어서 아주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것까지 포함해서, 단지 작품을 만들고 마무리하는 과정까지의 힘과 에너지를 빼고서도, 작품을 운반하고, 설치하고 하는데에도 누군가 다른 사람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작품의 크기나 무게, 그리고 운반에 따르는 다루기 조심스러운 것들까지, 이런 것들때문에 때때로 왠만한 전시회 같은 것은 거절하기도 하죠. 약 20여 명의 같이 공부한 반 친구들 중에 지금까지 조각을 계속하고 있는 친구들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인 것을 보면 조각가로서의 길이 전혀 수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본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송바다: 주로 한 작품에 쏟는 열정과 기간이 길게는 해를 넘길 때도 있기 때문에 개개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모두 깊습니다. 그러나, 역시 지금 만들고 있는 최근의 작품들이 가장 중요하고, 또 그 기대감도 크죠. 약 3년 전에 시작해서 아직까지 진행 중인 작품이 하나 있는데, 지금 저의 작업의 개념을 이끄는 절대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합니다. 콘플레이크(Cornflake)라고 하는 작품인데, 톱밥을 이용해서 설치미술, 개념미술 그리고 오브제와 사진을 혼합한 작품입니다.

유로저널: 그 동안 주로 어떤 활동들을 해오셨는지요?

송바다: 그동안 꽤 다양한 활동에 손을 댄 것 같습니다. 공동체 예술(Community Art)이나 벽화 만들기, 잡지 만들기 등. 그리고, 약 3년에 걸쳐 영국의 아트 카운슬(Arts Council)에서 지원를 받은 영국 내의 투어 전시회를 했고, 런던의 여러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주로 작업실에서의 작품 만들기와 내년에 있을 전시회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본인이 생각하기에 좋은 조각가가 되기 위한 조건은?

송바다: 아주 색다른 질문이군요, 그 동안 한 번도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글쎄요, 일단 인내심과 끈질긴 근성 반드시 필요합니다. 시작한 작업이 어쩌다가 엉망이 되어 버리면 쉽게 포기하는 그런 성격은 곤란하죠. 그리고, 사물이나 혹은 한 사건을 다루는데 있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모든 각도를 고려할 줄 아는 깊이 있는 성격에 대범함이 가미되면 더욱 좋을 것 같고요.

유로저널: 가장 존경하는 예술가는?

송바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고 또 참되게 즐긴다’라는 누군가의 귀띔은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해를 더할수록, 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어쩌면 그렇게 존경할만한 예술가들을 많이 보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때때로 그날 낮에 본 작품의 신비에서 헤어나지 못해서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을 되뇌이듯이 밤에 잠을 못 이룰 때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오랫동안 끈임없이 존경해온 작가로는 현존하는 일본인이며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념 예술가 온 카와라(On Kawara)를 꼽고 싶군요. 회화작업을 주로 했던 그는 1960년대 중반 이전에 만든 전통적 방식의 그림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작가의 의도와 개념이 그의 실제적인 오브제(object) 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해주는 그런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 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그가 60년대 중반부터 지금 현재까지 꾸준히 매일 그리고 있는 ‘date painting’(the Today series)라는 작품입니다. 만약 그날 하루에 한 작품을 완성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하던 작업을 없애 버린다고 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카라와는 자신의 삶과 작품을 동일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이 없을 때에도 여전히 그림을 그릴 수 있음을 보여준 하나의 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온 카와라는 절대 인터뷰를 하지 않을 뿐더러,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예술가가 말을 많이 하고 온갖 신문, 잡지, 방송에 얼굴을 들이미는 세상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저처럼 아주 작은 사람마저 지금 이렇게 수다를 떨고 있지 않습니까? (웃음) 무엇이 예술인지, 예술가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그의 작품 세계와 개인적인 행동을 통해 알려주는 작가죠.

유로저널: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조각(예술) 작품은? 그 이유는?

송바다: 지난 세기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조각의 위대함을 따지기에는 제 역량에 한계가 있을 듯 싶어요. 이런 관점으로 저에게 있어서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들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마셸 뒤샹(Marcel  Duchamp)의 작품들이죠.  뒤샹은 예술가(미술가)의 작품 그 자체 보다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또 ‘무엇이 오브제 (Object)인가?’라는 질문을 조각과 연결해서 묻는 작가였습니다. 그의 유명한 ‘샘(Fountain, 1917)’ 작품을 빼놓고는 20세기 미술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중요한 작품입니다. 뒤샹은 이미 ‘일상의 생활에서 사용되는 제품(ready-made)’인 소변기에 작품의 제목을 달고, 거기에 서명을 함으로써 당시 예술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미술계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그에 대한 연구는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꿈이 있다면?

송바다: 그 동안 엄청나게 분투하는 시간이었어요. 최근에야 그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응답이 제 안에 일상으로 자리잡아 때때로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단지 작품을 위한 작업이 아닌, 일상의 즐거움을 위한 그런 예술가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송바다 님의 이야기를 통해 일반 독자분들에게 조각, 그리고 예술의 세계가 보다 친근하게 다가설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활동 많이 부탁드립니다.

[작품소개]
1) Untitled (Button), Installation view, 358 x 568 cm, sewed buttons on dyed canvas  & net curtain.
2) To Be or Not To Be (detail with self-portrait), bronze casting, diameter :50cm (overall size: 207 x 157 x  50 cm).
3) Wig Piece (detail, self-portrait), 21 x 29.5 cm (1/30), photographs on newsprint.
4) Untitled, object & performance, digital print, size variable, a skein of red cotton thread(woven).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전유럽 한인 대표 신문 유로저널, www.eknews.net>

2009년 12월 2일 수요일

[유로저널] 유럽전체 : [특집] 예술가의 겨울 - 조각가 송바다 님과 함께 (1)




 
어느덧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찬 바람이 부는 계절입니다. 지난 한 해를 달려오면서 지친 영혼과 마음을 달래며 한 번쯤 메마른 감성에 단비를 뿌려주고,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사색에도 잠겨보는 12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12월 인터뷰는 ‘예술가의 겨울’이라는 주제로  예술가들의 작품 소개와 함께하는 특집 인터뷰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한 편의 예술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하게 합니다. 한 편의 예술작품은 우리가 달려가는 길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갖게 합니다. 평소 일상에 쫒기며 가까운 갤러리나 박물관, 가까운 공연장이나 극장조차 방문하기 어려웠던 여러분들에게 이번 ‘예술가의 겨울’ 시리즈를 통해 조금이나마 행복한 휴식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서, 또 저희 유로저널 웹사이트를 통해서 우리 한인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기회를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첫 순서로 이번 시간과 다음 시간에는 조각가 송바다 님의 이야기와 작품세계를 전해드립니다.  

* 조각가 송바다 님은 영국에서 캠버웰 (Camberwell College,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조소과 (Sculpture)를 졸업한 뒤, 브릭스턴(Brixton)에 있는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며,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안녕하세요! 12월 ‘예술가의 겨울’ 특집 첫 순서로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독자분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조각의 세계에 대해 흥미로운 얘기 부탁드립니다. 먼저 어떤 계기로 조각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송바다: 안녕하세요! 제 작품들과 함께 이렇게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대미술은 커녕 미술의 ‘미’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엄청난 호기심이 발동되어 거액(?)의 입장료를 내고 그 유명한 전시회 ‘센세이션(Sensation)’을 관람하게 되었던 게 시작입니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나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같은 ‘젊은 영국 예술가들(YBAs:Young British Artists)’의 작품들이 전시되었고, 그 충격적인 내용들 때문에 수십만 명의 일반 대중들을 한 때의 ‘예술감상(?)’ 속으로 끌어들인 전무후무한 전시회라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작품들을 마주하며 제가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상상력을 동원했지만 마치 제 머리가 거꾸로 회전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것들은 제가 사는 세계와 동떨어진, 마치 어떤 불가사의한 암호들로 가득찬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접한 인상적인 현대조각 전시회는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에서 열린 루이스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의 개인전이었습니다. 한참 훗날 제가 직접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에서야 그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지금도 그 때의 곤혹스러웠던, 그래서 잠못이루었던 밤들을 기억합니다.

조각에의 보다 구체적인 관심은 헨리무어(Henry Moore)를 공부하면서 였습니다. 한 번은 런던에서  찾을 수 있는 무어의 모든 조각들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제 작품 세계의 변화만큼이나 많이 변화한 현재의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에는 아침에 도시락을 싸들고 가서 그곳의 직원들과 함께 퇴근(?)할 정도로 무어의 조각 작품들을 그리고 또 그리는 작업을 미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한 동안 조각에 빠져있다 보니 다른세계는 더 이상 보이지도 않았죠.


유로저널: 영국에는 언제, 어떤 계기로 오게 되셨는지요?

송바다: 약 10년 전 친구들과 함께 유럽을 여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여행지인 런던에서 3일을 머무르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부모님 앞에 여행 가방을 내려놓으며 선언(?)을 했죠, “저 다시 영국에 갈거예요”. (웃음) 그리고 나서 정확히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늦은 오후에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서 제 몸의 두 배만한 가방을 앞에 두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제 자신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던 게 생각이 나는군요. “제대로 한 일 년만 놀아보자”고요. (웃음)

그저 한 일 년쯤 외국생활을 해보겠다는 게 저의 모든 꿈이었죠. 그러다 보니 세상이 온통 즐겁더라구요. 아침에 일어나면 주인집 아주머니와 겨우 몇 마디의 영어를 더듬거려야 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영어학교에서 공부하는 그 당시 대부분의 친구들처럼 어떤 영어시험 점수를 만들어야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마치 제 삶의 한 부분을 떼어내서 어떤 특별한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녹여버린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죠.

영어학교 수업을 오전에 끝내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찾을 수 있는 모든 미술관, 박물관, 영화관 그리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들을 쑤시고 다녔습니다. 오로지 즐기겠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서 런던은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전시해 놓은, 마치 하나의 커다란 박물관 같았어요.

자연스레 눈과 마음을 열게 되더라요. 대영박물관을 저보다 많이 방문한 사람은 별로 없을걸요. (웃음) 한 8개월을 그렇게 지내다 보니 조금 피곤해지더군요, 돈도 떨어져 가고. 현실을 보게 되었죠. 그리고 저에게 다시 이렇게 물었죠, “이제 그만 놀고 집에 가야지?” (웃음)


유로저널: 그래서 정말 한국으로 귀국하셨는지요?

송바다: 물론 아니지요, 그랬다면 제가 지금 여기 없겠지요. (웃음) 제가 돌아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셨던 부모님의 기대감을 저버리고 저는 파운데이션(Foundation: 영국 대학 학사 입학 준비) 과정에 입학했습니다.

이후 학사과정 역시 예기치 않았던 기회에 주어졌습니다. 파운데이션 과정 중 과제물을 제출할 때마다 담당 교수가 놀라워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곤 했지만, 그렇다고 정식으로 예술공부를 지속할 생각 같은 것은 꿈 속에서 조차 없었어요. 단지 조금 더 예술의 세계을 이해하고 싶었을 따름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학교의 마지막 과제 중의 하나가 ‘포트폴리오을 만들고 어떻게 대학에 원서를 내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마지못해서 그냥 캠버웰에만 원서를 내고 집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더이상 핑계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가족 중의 한 명이 전화가 와서 하는 말이  “예술학교에 합격했다며, 하고 오지 그러니.” 하더라구요. 스스로 물었습니다, “어떻게?” 대답은 “얼떨결에” 더군요. (웃음)

어떤 비장의 결심과 준비도 없었던 입학 첫 날 캠버웰에서의 곤혹스러웠던 심정은 지금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군요. 그게 마치 초등학교에 입학해야할 아이가 실수로 대학교의 교실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22명의 반친구들이 모두 영국인이었고 저 혼자 외국인이었죠. 그 다음날부터 바로 해야할 과제를 주더군요. A4 용지에 가득 적힌 검정활자들은 어떤 뜻을 전달하는 언어가 아닌, 내가 이해못할 어떤 그림의 일종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별히 계획성 있게 3년 과정을 준비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첫 학기부터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같이 해야했고, 매학기에 두 세번 정도 있었던 실질적인 작품 만들기는 이미 기성 작가처럼 ‘미술관에 가도 손색이 없을, 모든 것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야 했어요.

지금도 가끔 작업하기가 힘들 때면 그때 철을 이용해서 처음으로 만든 작품을 되새겨 보곤 합니다. 비록 ‘그게 어떤 것이었다’라고 언어로 표현할 수는 없어도 직감적으로 작품 만들기에 대한 ‘모든 것’을 그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이해해 버리지 않았나 생각되고, 그리고 그때부터 이미 저의 작품 경향의 틀이 잡혀진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조각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조각가들이 어떤 요소를 갖추어야 하는지요?

송바다: 작업의 내용에 따라 어떤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철이나 청동같은 재료를 사용하려면 필수적으로 배워야할 게 용접이라든가 그것들을 자르는 기술 등등. 한 번은 아주 큰 청동을 이용한 작업을 했었는데, 그 과정을 익히는 과정이 보통의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만들고자 하는 작품의 형상을 진흙으로 빚기부터 제 몸 크기만한 석고를 만들고, 부수기, 청동 녹이기, 갈아내기, 광내기 그리고 용접하기 등등. 또 한 번은 흙을 이용한 조각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도자기실에서 몇 달을 썩힌 적도 있었고요. 프린팅를 이용한 작품도 있었는데 그 복잡한 과정을 제대로 습득하기 위한 과정은 실질적인 작품 만들기 이상의 인내와 사고를 요합니다.

또한, 자칫 오로지 기술들을 배우는 것에만 집착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장인적인 몰입 자체를 예술의 그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결과를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마다 그에 따른 개인적인 자기만의 기술을 개발해야 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자기 작품을 찍기위한 사진 기술의 습득도 필수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 외에 예술가로서의 자질에 관한 훈련은 끊임없는 사고와 세상사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필요로 하는데, 저는 이런 것들 역시 자기 훈련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작품기획을 연구하거나 조사하는 것도 하나의 지속적인 훈련으로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현대조각을 하려면 일상의 모든 일과 자신의 작품세계를 동일시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그 전날 작업실에서 하던 일이나, 혹은 그 전날 보았던 예술 작품들을 생각하는 것, 혹은 문득 일상에서 순간적으로 영감을 받은 것들을 생각하는 게 일과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것들 모두가 하나의 훈련과정이고,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어딘가에 가서 다름 사람들의 작품을 봐도 일 년 내내 다 따라가지 못 할 만큼 엄청난 미술의 보고가 런던이 아니겠어요? 그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그리고 감상을 이야기 하고, 친구들과 토론하고, 작업하고, 이런 것들이 결국은 이곳의 예술학교에서 다루는 일인걸요. 그래서, 제게는 작업이란 단지 구체적인 어떤 완성된 작품을 만들고 전시회를 하는 것 이상으로 여겨집니다.


[작품소개]
1. Chi-Bung (지붕) object & installation, 255 x 420 x 415cm, Newspapers, walking sticks & rubber bands.



2. Chaplin (채플린, details) overall Size: 173 x 89 x 39 cm, Korean Newspaper.


다음 회에 계속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www.eknews.net>